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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어떠한 ‘부정’인가
박용준 공동체팀장
2019-08-12 06:00:00 2019-08-12 06:00:00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자유한국당 김성태 국회의원은 3선에 빛나는 야당 전 원내대표인 만큼 청년들의 채용문제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가져왔다. 지난해 10월 서울시 국정감사를 앞두고 김 의원은 서울교통공사의 고용세습 의혹을 제기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과정에 고용세습이 이뤄지면서 청년들의 일자리 기회를 박탈했다는 논리 구조였다.
 
조금 더 파고들면 서울교통공사 내부에 국한된 일만이 아니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추진했던 서울시와 민주노총, 나아가 문재인 정부를 겨냥한 이슈다. 앞서 몇몇 기관에서 기존 정규직과의 형평성과 처우 등을 두고 불만이 쌓이는 상황이었다. “공개경쟁을 거쳐 채용된 인원들로 고용세습 의혹이 타당하지 않다”고 해명했지만, 쉽게 불은 꺼지지 않았다.
 
백미는 작년 10월18일 행안위 국감이 열리던 서울시청에서 벌어진 촌극이었다. 오후 국감이 시작하려는 찰나 국방위 국감 일정이 잡혀있던 김성태 당시 원내대표가 같은 당 당직자 등을 이끌고 청사 진입을 시도했다. 청사 내부는 집회금지구역이었지만, 그들 손엔 확성기와 플래카드가 들려 있었다.
 
제1야당 원내대표가 국감까지 멈춰 세우며 30분 가량 고성과 몸싸움을 진두지휘하니 결국 청사 셔터도 올라갈 수 밖에 없었다. 급기야 기자들이 청사 로비에 대열을 갖춘 것을 확인한 후 김 의원 등은 ‘고용세습 엄정수사 촉구’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소동을 계기로 김 의원은 이슈를 유리하게 끌고 갔고, 국정조사 카드를 통과시켰다.
 
아쉽게도 현직 서울시장이 국정조사에 출석하는 일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 물론 당시 정국에서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부각시키고 정국을 보다 유리하게 돌리는데 일조한 것만으로도 작은 성공이었을지 모른다. 그리고 그는 불과 두 달 후 터진 본인의 딸 채용비리 의혹으로 현재 수사 한가운데에 서 있다.
 
김 의원은 지난 반 년 넘게 부인으로 일관하며, ‘정권의 김성태 죽이기’란 음모론을 주장하고 있다. 검찰이 뇌물혐의로 기소한 다음날엔 검찰청 앞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현재도 김 의원은 자신의 부정 청탁이 아닌 KT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딸의 채용절차가 진행됐으며 일말의 특혜가 부여된 부분에 대해 사죄한 상황이다.
 
얼마 전 공판에선 김 의원 딸이 입사지원서를 접수 마감 한 달 뒤 제출했으며 지원서에 공란이 많았다는 당시 인사팀 직원의 증언이 나왔다. 별도로 받은 온라인 적성검사 결과도 불합격이었지만, 결국 상부의 압박 속에 김 의원 딸은 계약직으로 입사한 후 정규직이 됐다. 김 의원 딸은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지기 전인 지난해 초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 의원은 서울교통공사 고용세습 의혹을 제기하면서 청년들의 미래와 꿈이 짓밟혔다고 얘기했다. 고용세습 의혹이 이슈를 끈 이유도 청년들에게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말의 특혜 덕분에 김 의원의 딸이 KT에 입사할 당시 공채 경쟁률은 81 대 1이었다. 김 의원의 행동이 ‘단순한 부정(父情)’이었는지, ‘부정(不正)한 채용청탁’이었는지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이 기다려진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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