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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호여사 별세)김여정 "남북간 협력 계속되기 바란다"
판문점서 정의용 등 통해 이희호 여사 조문·조화 전달…"대북관계 고려시 큰 의미"
2019-06-12 18:44:58 2019-06-12 19:02:19
[뉴스토마토 최한영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을 통해 고 이희호 여사 측에 조화와 조의문(조전)을 전달했다. 당초 예상됐던 조문단 파견은 이뤄지지 않았다. 김 부부장은 "이희호 여사는 민족 간 화합·협력 위해 애쓰셨다"며 "남북 간 협력이 계속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달했다. 
 
통일부에 따르면 김 부부장 등 북한 인사들은 이날 오후 5시부터 15분간 판문점 북측 통일각에서 우리 측 인사들을 만나 김정은 위원장 명의 조화와 조전을 전달했다. 우리 측에서는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호 통일부 차관, 이 여사 장례위원회를 대표해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 등이 나섰다. 조화·조전은 이 여사 빈소가 마련된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 영안실에서 유족과 장례위에 전달될 예정이다.
 
정 실장은 북측으로부터 조화·조전을 전달받은 후 기자들을 만나 "북측에서는 김 부부장과 함께 리현 통일전선부 실장이 함께 나왔다"며 "고인에 대한 추모와 애도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남북 정상 간 친서교환이나 북측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하는 메시지는 없었다. 다만 정 실장은 "김 부부장이 '이희호 여사는 민족 간 화합·협력 위해 애쓰셨다 남북 간 협력이 계속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부는 장례위 요청으로 전날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통해 북한에 이 여사의 부음을 전달했다. 이 여사가 지난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당시 방북해 조문하고 김정은 위원장을 직접 만난점에 비춰 조문단 파견 가능성이 제기됐다. 북한은 2009년 8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도 김기남 노동당 중앙위원회 비서, 김양건 통일전선부장 등 6명으로 구성된 조문단을 보낸 바 있다.
 
그러나 북한은 조문단 파견 대신 김 부부장을 통해 조화·조전을 전달하는 것으로 갈음했다. 지난 2월 말 2차 북미 정상회담 결렬 여파로 남북관계도 교착상태에 빠진 가운데 조문단을 보내기에 부담을 느낀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여동생인 김 부부장이 판문점으로 나와 애도의 뜻을 전한 건 현재 상황에서 최선의 예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남북관계를 놓고 북한이 안고 있는 고민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판문점으로 출발 전 페이스북을 통해 "저희는 조문사절을 바랬다. 조의문·조화를 보내는 것에 아쉬움도 있다"면서도 "김 부부장이 나오고 우리 정부의 책임있는 정 실장, 서 차관께서 수령한다는 것은 하노이회담 이후 대북관계를 고려할 때 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1주년을 맞아 남북 고위급 접촉이 이뤄지고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은 사실을 공개한 만큼 남북·북미대화 물꼬를 트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오른쪽)이 12일 판문점에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가운데)과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김대중평화센터 부이사장·왼쪽)에게 고 이희호 여사 장례위원회에 보내는 조화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한영 기자 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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