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친환경' 내세운 화학사들의 두 얼굴
입력 : 2019-04-22 07:00:00 수정 : 2019-04-22 09:39:56
 
산업1부 이아경 기자
[뉴스토마토 이아경 기자] 온 국민이 미세먼지로 시름했던 사이 전남 여수사업단지 사업장들이 미세먼지 배출 기록을 조작한 실태가 드러나면서 공분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LG화학과 한화케미칼 등을 포함한 여수산단 사업장 235곳은 2015년부터 무려 4년간 총 1만3096건의 미세먼지 원인물질 배출 기록을 조작했다. 이중 8843건은 실제 측정을 하지 았았고, 4253건은 측정값을 실제의 3분의 1 수준으로 작성했다. 
 
연초 환경부와 고농도 미세먼지 자발적 대응을 위한 업무협약까지 맺어놓고 측정대행업체와 실제 측정과는 상관없이 얼마의 측정치를 원하느냐는 내용의 메시지를 주고받았던 것이다.
 
LG화학과 한화케미칼은 국내 대표 석유화학사인데다 친환경 이미지를 강조했던 만큼 더 큰 배신감을 줬다. 전기차 배터리 선도 주자인 LG화학은 최근 세계 화학 기업 최초로 1조7800억원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행했으며, 한화케미칼은 글로벌 태양광 기업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무지갯빛 친환경 신사업에 뿌연 미세먼지 배출이 가려졌던 셈이다. 
 
LG화학과 한화케미칼 외에도 GS칼텍스, 롯데케미칼, 금호석유화학 등은 대기오염물질 배출농도 측정 기록을 조작한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 여수 산단의 이번 조작 사태는 빙산의 일각일 뿐, 배출 조작은 업계 전반적으로 행해졌던 관행일 가능성이 크다.
 
LG화학과 한화케미칼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재발 방지를 약속했으나, 업계가 넘어야 할 산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눈가리고 아웅하다 더 큰 화를 직면한 탓이다. 검찰의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여론은 빗발치고 있다. 환경단체는 물론 정부와 국회, 지방자치단체 모두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면서 미세먼지 배출 규제 강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각 사업장들의 배출허용량의 초과분량에 대한 부과금 및 설비폐쇄, 가동 중단 시 발생하는 매출 감소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태를 업계 스스로 투명성을 높이는 계기로 삼았으면 한다. 앞에선 미세먼지 감축에 서명하고 뒤로는 미세먼지 배출 기록을 조작하는 일은 더이상 없어야 한단 뜻이다. 미세먼지 문제로 환경에 대한 국민의 눈높이는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배출 조작을 일삼은 기업들의 책임 있는 조치는 투명하고 정직한 경영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이아경 기자 akle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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