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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최소한의 도리도 싫다는 남양유업의 궤변
2019-02-13 00:00:00 2019-02-13 00:00:00
남양유업이 국민연금의 배당 증액 요구를 거절했다. 배당을 늘리면 지분의 절반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만 좋은 일이란 게 이유다. 배당보다는 회사에 돈을 쌓아두는 것이 기업가치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과 함께 지분율이 6% 정도에 불과한 국민연금이 주주권익을 대변한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했다.
 
남양유업의 말대로면 국민연금은 몹쓸 짓을 하고 있다. 국민의 노후 재산을 증식해야 할 의무를 다하기보다 '갑질 기업' 최대주주의 배를 불리는 데 앞장서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백번 넘게 양보해도 남양유업의 주장은 민망하기만 하다. 최대주주가 배당을 많이 받는 게 문제라면 차등배당을 하면 된다. 대주주가 배당을 포기하거나 소액주주보다 적게 받는 차등배당은 남양유업보다 작은 회사에서도 하고 있다. 차등배당은 정관변경으로 가능하니 어려운 일도 아니다.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사내유보금을 늘리는 게 더 낫다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미래를 위한 시설투자나 연구개발(R&D), 신사업 등에 쓰기 위해 돈을 쌓아두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러나 남양유업의 유보금은 9000억원 이상으로 경쟁사인 매일유업보다 10배 이상 많다. 2012년 1800억원을 투자한 커피 공장을 4개 더 짓고도 남을 규모다.
 
남양유업의 2000년 이후 신규 시설투자는 총 2건에 불과하다. 1000억원 이상이 투입된 것은 커피 공장이 유일하다. 연구개발비는 연간 100억원도 안 된다. 1조원에 가까운 돈을 묵힐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배당 확대 거부가 소액주주를 외면하고 최대주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돈을 더 많이 만들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밖에 없는 이유기도 하다.
 
이런 인식은 남양유업만의 문제는 아니다. 경영간섭 우려가 있다며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부정적 목소리를 내는 기업과 관계자도 마찬가지다.
 
국민연금은 수많은 주주 중 하나고 주주는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주주총회의 구성원이니 얼마든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간섭은 아무 관계도 없는 일에 참견할 때나 쓰는 말이다. 주주권 강화를 간섭으로 느끼는 것은 총수나 창업자가 제왕적 권력을 누려야 한다는 구시대적 사고 탓이다.
 
배당을 늘리라는 국민연금의 요구를 부당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해당 기업뿐이다. 오히려 잡음과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다 보니 국민연금이 너무 조심스러운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상장사가 모든 주주와 이익을 나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고 의무다. 이런 최소한의 도리를 외면하는 기업이 현재 자본시장에서 거론되는 주주행동주의의 표적이다.
 
이익 공유나 다른 주주의 참여 없이 오롯이 최대주주의 최대주주에 의한 최대주주를 위한 경영을 원한다면 배당 대신 쌓아둔 돈으로 지분 100%를 확보하고 상장폐지를 선택하는 게 맞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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