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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핀 빠진 건설)①"공사비 늘려야"vs"하청구조 해결해야"…안전사고 원인 갈등
상반기 건설현장 사망자 수 늘어…52시간 근무에 사고 증가 우려도
정부, 적정 공사비 개선방안 마련키로
2018-07-17 06:00:00 2018-07-17 06:00:00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올해도 어김없이 건설현장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건설업 특성상 다른 산업과 달리 기본적으로 위험한 작업들이 많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고 어쩔 수 없는 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현재 업계에서는 안전사고 문제와 관련해 적정 공사비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건설사는 최소한 적정 공사비를 받아야 안전사고를 크게 예방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반면 시민단체 등은 공사비 인상보다 기형적인 하청구조를 개선해야 안전사고는 물론 건설업 폐해를 해결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16일 박덕흠 자유한국당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사고로 숨진 근로자(올해 일어난 사고 기준)는 총 58명으로 조사됐다. 특히 10대 건설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자는 총 19명으로 전년보다 3명 늘었다. 대형 건설사 중 포스코건설 현장에서는 5건의 사고로 8명이 사망했다. 이어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롯데건설이 각각 2명의 사망사건이 발생했다. 삼성물산과 대림산업, GS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현대산업개발 건설현장에서도 1명씩 사망자가 나왔다.
 
건설업은 전통적으로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하는 산업으로 관련 통계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안전보건공단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업 재해자는 총 2만5649명으로 전년보다 3.5% 감소했다. 그러나 전체 산업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지난해 건설업 재해율(전체근로자 중 재해근로자 비중)은 0.84%를 기록했다. 전체 산업 재해율 평균이 0.48%인 것과 비교된다. 특히 건설업 재해율은 지난 2008년 0.64%를 기록한 이후 꾸준히 나빠지고 있다. 근로자 1만 명당 발생하는 사망자 수 비율인 사망만인율도 지난해 전체 산업 평균이 1.05%였지만 건설업은 1.90%를 기록했다.
 
건설업계는 현재 공공공사와 관련해 공사비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공사를 해도 이익이 남지 않는 구조에서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사비 문제는 안전사고와도 직결된다고 주장한다. 안전관리비 뿐만 아니라 공사비가 인상돼야 적자를 피하기 위한 무리한 공사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건설현장은 공사기간이 길어지면 비용이 크게 늘어나기 때문에 기간 안에 공사를 마무리하기 위해 ‘돌관공사(짧은 기간 몰아치는 공사)’가 자주 진행된다. 그만큼 안전사고 발생 가능성도 높아진다. 여기에 주52시간 근무까지 겹치면서 상황이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 52시간 근무를 지키면서 공사기간을 맞춰야 된다는 부담감까지 겹치면 그만큼 안전사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안전사고 원인을 어떤 것 때문이라고 딱 꼬집어서 말하기는 힘들다. 공사비를 늘리거나, 안전관리비를 늘리거나, 작업자 스스로 안전을 잘 지켜야 된다”면서도 “발주처에서 얼마나 싸게 공사를 진행했는지에 대해서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안전사고 없이 좋은 품질의 제품이 나온 것에 대해 가점을 주고 관련자를 승진시키고 해야 저가 수주에 따른 안전사고 문제 등이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단체에서는 무조건 공사비를 올려준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일단 그동안 공공공사에서 진행된 공사비가 어떻게 원청업체와 하청업체에 분배되고 사용됐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를 정확하게 알아야 현재 공사비가 적정한지, 부족한지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실제 공사비가 부족하다고 판단된 이후에도 공사비가 하청업체나 일용직 근로자에게 정확하게 내려갈 수 있는 구조를 먼저 만들어야 된다고 강조한다.
 
최승섭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국책사업관리팀 부장은 “안전사고는 공사비가 낮아서가 아니라 안전관리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발생한다. 원청업체의 관리감독 부실 등 안전문제가 대부분 하청업체 책임으로 떠넘겨지고 있다”며 “공사비가 문제라면 해외공사에서 적자가 났을 때 안전사고가 많이 발생했어야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공사비가 하청업체나 일용직 근로자까지 정확하게 내려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나서 공사비 인상을 논의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공공공사 적정 공사비 논란과 관련해 국토교통부는 지난 12일 ‘공공 건설공사 견실시공 및 안전강화 방안’을 발표하고, 적정 공사기간 반영 및 적정 공사비 지급을 위한 개선방안을 마련키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국토부는 안전에 취약한 일요일 공사를 제한하는 ‘일요일 휴무제’를 단계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이로 인해 공사기간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적정 공사비를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국내 건설업 재해율 및 사망자 관련 통계. 사진/뉴시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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