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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나는 복수를 계획 중입니다
2021-05-13 00:00:01 2021-05-13 00:00:01
SBS 드라마모범택시를 보면서현실에도 저런 모범택시가 있다면 그때 난 그렇게 괴로워하지 않아도 됐을 텐데란 생각을 해봤다. ‘모범택시는 두 가지 정의를 말한다. ‘사적 정의공적 정의’. 법은 언제나 공정한 것 같지만 공정함이 곧 정의를 뜻하는 건 아니다. 그래서 모범택시 기사 김도기’(이제훈)는 피해자편에서사적 정의를 행한다. 통쾌하다. 사람 때문에 힘들고 그로 인해 살의를 가질 정도로 힘든 시기를 겪어봤다면 누구나 공감할 만하다.
 
타인에 대한 살의를 느낄 정도로 힘들었던 경험은 살면서 두 번 있었다. 첫 번째는 군복무 시절. 극심한 괴롭힘에 군 생활 내내 몸서리치다 꿈에서까지 선임 이름을 말하며 욕을 한 모양이었다. 다음날 더 큰 얼차려를 가장한 괴롭힘을 당했다.
 
그래도 참을만했다. 나 혼자만 힘들면 되는 문제였으니. 가족 모두가 힘들어진 두 번째 경험을 제공한에겐 진심으로 복수를 하고 싶던 시절이 있었다.
 
악의적으로 체불된 임금 문제였다. 외벌이 가장의 임금을 악의적으로 체불하고 본인 실속만 챙겼던 그였지만 법은 가해자인 그의 편을 들어줬다. 괴상망측했고 요상했다. “도대체 내가 왜 저 사람과 합의를 해야 합니까?”란 질문에그게 선생님한테도 편하다며 시큰둥하게 대답한 감독관의 얼굴이 아직도 또렷하다. 그때 처음으로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더니란 생각을 했다. 밀린 월급을 받으러 가족이 다 함께 그 회사에 찾아간 적도 있다. 당시 어렸던 딸은 그때 기억이 충격이었던지 지금도 학용품을 사면서까지 돈 걱정을 한다. ‘꿈이 뭐냐는 물음에 딸은 월급 안 밀리는 회사에 다니고 싶다고 말한다. 부모로서 지금도 자식에게 저런 꿈을 갖게 해 준 게 가장 미안하고 죄스러울 뿐이다.
 
감독관의 강제 조정으로 개인 부채는 급증했고, 지금도 그 부채가 날 옥죄는 올가미로 남아 있다. 그래서 그럴지 모른다. ‘모범택시를 보면서 사이다 한 잔을 벌컥 마신 것처럼 통쾌한 맛을 느낀다. 그때의 나 역시사적인 복수를 꿈꾸며 여러 날을 살았으니.
 
“모래알이든 바윗덩이든 물에 가라앉는 건 마찬가지다는 말이 있다. 영화올드보이에서 처음 본 이 말은모범택시에서도 인용됐다. 지금 세상이 얼마나 올바르고 공정한 사회인지 나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사적 정의복수를 전면에 내세운 드라마에 많은 사람이 환호하고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사회적 안전망에빨간 불이 켜진 게 아닌가 싶다. ‘공적 정의을 대신해 누군가 대신 울분을 터트려 주고 해결해 주길 바라는 판타지 법칙이 현실에 스며들고 있단 뜻이다.
 
얼마 전 악의적으로 임금을 체불했던 그 사람의 SNS를 우연히 들어가게 됐다. 잘 살고 있었다. 너무 잘 살고 있어 화가 났다. 그래서 복수를 결심했다. 복수의 방법은 모범택시’가 아닌 작가 무라카미 류의 소설 ‘69’를 따르기로 했다. 복수하고 싶은 대상보다 더 크게 웃으며 재미있게 인생을 사는 것. 복수의 대상에게 최고의 복수가 될 그 방법을 따를 것이다. 오늘부터 난 그 사람보다 더 많이 웃고 더 행복하게 살 것이다. 내가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가장 완벽한사적 정의’로 그를 응징할 것이다. 이제 나는 복수를 시작한다. 상상만으로도 짜릿하다.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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