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옥죄기'에 대출 막힌 서민들
은행권,대출규제 선제적용…용처 파악 어려워 '핀셋적용' 안돼…실수요자 피해 현실화
입력 : 2020-11-30 14:48:11 수정 : 2020-11-30 15:21:23
[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은행들이 30일 고소득자의 1억 이상 신용대출을 막는 정부 부동산 정책에 따라 관련 내용을 반영한 가운데, 소득과 상관 없는 일반차주에게도 대출 문턱을 선제적으로 높였다. 신용대출 용처 파악이 어려운 탓에 전반적인 대출 규제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이유에서다.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한 정부의 마구잡이식 대책으로 대출 실수요자 피해가 현실화한 셈이다. 
 
농협은행은 이날 신용등급 6등급 이상 고객을 대상으로 한 '우수고객 인터넷 무보증 신용대출' 판매를 일시 중단했다가 재개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대출량 조절을 위해 새 금리와 한도 폭을 설정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현재 변경된 금리와 한도를 반영해 판매를 재개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농협은행은 이날부터 '올원직장인대출', '올원마이너스 대출' 등 2종 대출 상품의 우대금리 항목을 삭제하고 한도를 기존 1억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낮췄다.
  
국민은행은 지난 23일부터 소득과 상관없이 1억원을 넘는 대출자에게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를 적용했다. 대출 한도는 연소득의 200% 이내로만 취급하기로 했다. 우리은행은 25일 기존 대출 상품 조정 외에 '우리 원(WON)하는 직장인대출'의 우대금리를 낮추고 한도를 1억원으로 조정했다.
 
정부는 지난 13일 연소득 8000만원 이상인 차주의 부동산 투자를 막기 위해 1억원 이상 신용대출을 제안하는 규제를 발표했다. 이들에게는 DSR 40% 규제를 적용해 매년 갚을 원리금이 3200만원을 넘으면 대출을 제한하며, 1억원 이상 신용대출을 받은 경우 1년 안에 규제지역의 주택을 사면 대출금을 회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은행들은 고소득자뿐만 아니라 전 차주에 대해 대출 규제를 적용하는 강화된 기준을 마련했다. 신용대출은 현행 은행법상 주택구입 용도로 사용하는 건 불법이지만 생활자금 등으로 신고를 하거나 시차를 두면 용처 파악이 어려워져 제재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또 가족들을 통한 우회대출 등으로 전체 신용대출 시장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실제 신용대출 잔액은 규제 발표 이후 보름간 시중은행에서만  2조1928억원 불었다.
 
이러다보니 업권에선 규제 발표 때부터 신용대출 전체 총량을 줄이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선제적인 관리에 들어간 상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별 월 신용대출 규모와 건전성 관리 여력이 다른 데도 정부가 주는 방향에 따라 모든 은행이 맞춰야하는 상황"이라면서 "여신담당 부서는 규제 발표 이후 대출 총량관리를 위한 심사기준을 강화와 금리 수준을 파악을 위해 고된 일에 시달렸다"고 했다.
 
내집마련은 커녕 전세값이 치솟으면서 전세자금대출로는 자금이 부족해 신용대출이라도 받아서 보태려 했던 서민들의 꿈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
 
상환 능력이 충분한 데도 대출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상환 여력이 있는 차주의 대출을 막는다는 건 소비자 한 사람으로서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30일부터 고소득자 신용대출 규제를 강화하기로 한 은행들이 전체 신용대출 차주에 대한 문턱을 덩달아 높이면서 실수요자들의 피해가 불가피해졌다. 사진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한 시중은행 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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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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