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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콜’ 박신혜, 이젠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
“처음 캐스팅 거절한 작품, 너무 끌려 다니는 모습 마음 안 들었다”
“나도 모를 감정 쏟아져 악다구니 펼친 장면, 촬영 뒤 ‘황홀함’ 느껴”
2020-11-30 00:00:01 2020-11-30 00:00:01
[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항상 당하기만 했다. 당하면서도 밝고 당찬 착한 언니 그리고 동생 또는 친구였다. 그래서 그의 얼굴을 보면 순한 맛이 떠오른다. 동글동글한 얼굴부터 그렇다. 톡 쏘고 가끔은 알싸한 매운 맛을 보여줄 법도 하지만 언제나 순하다 순한맛을 담아내야만 할 것 같았다. 그런데 이번에 제대로 하고 쏜다. 당하지만은 않았다. 그럴 생각이 없었다. 한 대 맞으면 두 대를 때리겠다고 악다구니를 쳤다. 배우 박신혜가 이런 모습을 선보였다. 의외란 단어보단 섬뜩했다. 그리고 영화가 흘러가면서는 섬뜩한 단어보단 이상하다는 느낌이 강할 정도였다. 박신혜가 이런 모습을 선보였기에 그런 것이 아니다. 영화 에서 박신혜 그리고 그를 자극하고 궁지에 몰아 넣은 상대 배우 전종서의 광기가 그런 이상한느낌을 만들어 냈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두 사람이 연기를 한다는 느낌보단 실제로 감정을 쏟아내고 있다는 실체가 전달돼 왔다. 이런 배우가 제대로 준비를 했던지 아니면 그 안에 푹 빠져 버렸던지 그것도 아니면 자신을 지워버리는 배우로선 흔치 않은 경험을 했던지 그랬을 것이다. 박신혜는 을 찍으면서 자신도 느껴보지 못했던 감정을 배우로서 처음 느껴봤던 것 같다.
 
배우 박신혜. 사진/넷플릭스
 
당초 은 극장에서 개봉을 확정했던 영화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어쩔 수 없이 넷플릭스공개로 전환했다. 넷플릭스 공개 며칠 전 만난 박신혜는 팬들을 또 한 번 깜짝 놀라게 했다. 촬영 중이던 드라마 현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 다행스럽게도 음성판정을 받았다. ‘공개까지 크고 작은 사건에 시달렸다.
 
정말 너무 가슴 졸이며 기다렸어요. 오늘 인터뷰를 못하면 어떻게 되나 싶었죠. 우선 촬영 일자가 겹치진 않았는데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검사를 받았어요. 그날 현장에 계셨던 모든 분들이 음성 판정을 받기를 기도하고 있어요. 영화가 잘 되려고 하는지 공개 전까지 정말 크고 작은 사건이 많아요(웃음). 올해 3월부터 꼭 극장에서 선보이고 싶었는데, 안전하게 집안에서 즐겁게 관람해 주세요.”
 
그는 사실 이번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때 한 번 거절을 했었단다. 본인이 연기했던 서연보다 영숙에게 끌렸었다고. 그는 누구라도 영숙에게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고 웃었다. 반면 서연은 극단적으로 수동적인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기존 여러 작품에서 본인이 선보였던 모습과 별 반 다르지 않은 이미지가 성에 차지 않았던 것이다. 뭔가 다른 모습을 원했던 박신혜다.
 
배우 박신혜. 사진/넷플릭스
 
우선 ‘#살아있다보다 이 먼저 촬영한 작품이에요.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왜 서연이가 영숙에게 질질 끌려만 다닐까 싶었죠. 내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어 보였어요. 거절했죠. 그런데 다시 한 번 수정이 돼서 왔어요. 그때 제작사 대표님이나 감독님이 하신 말씀이 기억나요. 폭주하는 영숙의 행동에 타당성을 부여할 수 있는 배우와 연기가 박신혜뿐이라고. 처음 시나리오에선 영숙이 보였다면 그 다음 시나리오에선 서연이 확실히 눈에 보이더라고요.”
 
마냥 수동적으로만 보이던 서연이 박신혜가 원하던 대로 결코 그렇게 끌려다니지만 않는다란 타당성을 얻게 됐다. 영숙을 통해 자꾸만 일상이 망가져가고 무너지는 과정 속에서 서연도 제대로 독기를 품게 됐다. 독기가 기존 영화와 드라마에서 봐오던 박신혜의 모습과는 전혀 달랐다. 박신혜가 아니라 어느 순간에는 서연이 보였다. 박신혜의 광기가 아니라 서연의 악다구니가 보였다. 이건 연기가 아니라 어느 순간엔 진짜처럼 보였다.
 
어떤 부분을 말씀하시는 지 알 거 같아요(웃음). 애드리브가 몇 장면 있었는데, 감독님이 배우의 감정선을 깨지 않는 선에서 모든 걸 허용해 주셨어요. 종서 배우가 전화기를 내리치는 장면은 애드리브였어요. 그 장면 찍고 종서 배우 온 몸에 멍이 들 정도였으니. 저도 그 장면을 보고 자극을 받았죠. ‘서연이가 영숙이 전화 받고 악다구니를 치는 장면도 거의 저의 애드리브였어요. 그게 지금 생각하면 애드리브라고 하기 보단 제 감정이었던 거 같아요. 정말 미친 듯한 감정이 쏟아져 들어왔고, 저도 주체가 안돼 온 몸으로 발광을 했으니.”
 
배우 박신혜. 사진/넷플릭스
 
본인 스스로가 미친X이 된 것 같았다고 말할 정도였다. 과거가 바뀌면서 현재의 서연이 큰 상처를 입는 장면에선 당연히 연기이고 영화였지만 상처 때문에 몸이 찢겨지는 고통을 느낄 정도였다고. 본인도 연기 생활을 꽤 오래했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며 웃는다. 전종서의 에너지가 무한대로 쏟아낸 영숙이란 캐릭터 때문에 자칫 묻혀 버릴 수 있는 서연이 보이지 않는 광기도 뿜어졌다. 그건 섬뜩함도 있었지만 이상하다는 감정이 더 맞는 것 같았다.
 
제가 몸에 화상을 입는 장면이 나오잖아요. 그게 당연히 연기이고, 또 영화 속 현실의 서연이 당하는 고통인데, 제 몸이 너무 아픈 거에요. 바닥을 구르고 무릎이 까지고 어휴(웃음). 저도 영화를 보고 좀 놀랐어요. 하하하. 그 장면 찍고 정말 진이 다 빠져서 한 쪽에서 누워서 한 동안 몸도 움직이지 못했어요. 그때 처음으로 황홀하다는 감정을 느껴본 거 같아요. ‘이상하다는 느낌은 아마도 너무 낯선 제 모습을 보셔서 그랬을 수도 있고. 저한테는 최고의 칭찬 같아요(웃음)”
 
사실 박신혜나 전종서 두 배우에게 이 가장 어렵다고 느껴질 부분은 촬영이다. 그것도 상대방이 없는 상황에서 상대와의 연기를 주고 받으면서 느껴지는 감정과 에너지를 오롯이 표현하는 것이었다. ‘은 기본적으로 서로 다른 시대에서 있는 두 사람의 대결이다. 그래서 실제 영화에서도 박신혜와 전종서는 하이라이트 장면에서 딱 한 번 만난다. 나머지 촬영 분량은 상대방이 없는 상황에서 진행됐다.
 
배우 박신혜. 사진/넷플릭스
 
그거 정말 만만치 않았어요. 서로 욕을 하고 감정을 쏟아내는 게 거의 대부분인 연기에서 상대가 없단 건 허공에 대고 소리치고 악을 쓰는 것과 같은데. 특히 서연은 영숙에게 계속 끌려 다니는 지점이 많아서 더 그랬죠. 저와 감독님 종서 배우가 서로 많은 부분을 양보하면서 작업했어요. 저나 종서 배우나 먼저 촬영한 배우의 모습을 보고 이어가고, 때로는 카메라 뒤에서 대사를 맞춰주고 눈빛을 전해 주면서 감정을 이어갔어요. 이거 정말 쉽지 않더라고요(웃음)”
 
을 보면 크게 두 가지 정도 의문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스포일러에 해당할 수도 있다. 하나는 어린 서연의 과거 행동에 대한 의문점이다. 성인이 된 서연이 정말 몰랐을까. 알고 있었는데 그랬던 것일까. 그래서 연장선에서 드는 나머지 의문은 과연 서연과 영숙의 마지막 대결의 승자는 누구일까. 영화 마지막 열린 결말에 해당하는 엔딩 또는 쿠키 영상이 충격적이었다. 박신혜는 간단 명료하게 정리했다.
 
배우 박신혜. 사진/넷플릭스
 
우선 누구나 큰 사고를 당하면 약간의 단기 기억 상실이 오는 것 같아요. 저도 실제로 그런 적이 있어요. 초등학교 3~4학년 때 발레 수업을 받다가 정말 큰 사고를 당했어요. 정신을 잃고 쓰려졌는데 병원에서 깨어났어요. 지금도 그때 사고 당시는 기억이 없어요. 아마 서연도 이런 게 아닐까 싶어요. 뭐 저의 짐작이죠. 하하하. 그리고 영숙이 이겼다? 서연이 이겼다? 전 누가 이겼다가 아니라 그건 아무도 모른다가 정답일 거 같아요. 그 답은 영화를 보신 관객 분들 각자에게 맡겨 두겠습니다(웃음)”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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