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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코로나 시대의 연주, 윤보선고택에 울린다

2020-10-06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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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F 공연 모습. 사진/ⓒHaJiYoung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는 2008년부터 해마다 봄 시즌에 열려온 국내 대표적인 실내악 축제다.  
 
국내 연주자들과 대중의 접점을 모색하며 클래식의 문턱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15년 째 해왔다. 약 800개의 작품들이 그간 무대에 올라왔고 국내 최초로 공개된 무대들도 적지 않다. 
 
흥미로운 점은 해마다 특정 주제를 음악과 결부시킨다는 점이다. 지난해에는 음식을 '교류와 교감의 매개'로 보고 이를 클래식과 엮는 시도로 꽤 괜찮은 반응을 끌어냈다. 
 
'스타터(Starter)', '미트 디쉬(Meat Dish)', '메인 코스(Main Course)', '씨푸드(Seafood)', '퓨전(Fusion)', '디저트(Dessert)' 등 요리 코스별 명칭대로 음악회를 구성. 봄날 야외에서 맛있는 음식을 나누며 즐기자는 취지가 클래식 마니아들을 흥겹게 했다.
 
올해 행사 역시 봄까지만 해도 세계적인 연주자들이 대기중이었다. ‘마법의 손’으로 불리는 기타리스트 데이비드 러셀을 필두로 반 클라이번 콩쿠르 우승자인 바딤 콜로덴코, 비에니야프스키 콩쿠르 우승자 바이올리니스트 알레나 바에바, 독일 베를린음대 교수 비욘 레만, 이스트만 음악학교 교수 스티븐 돈…. 이들을 필두로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성대하게 축하하려 했으나,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행사 전체를 10월로 연기하고 세부 프로그램 일정들을 전면 수정해야했다. 
 
9일 개막전을 시작으로 10월 내내 진행할 이번 행사를 앞두고 지난달 29일 서면으로 강동석 예술 감독을 만났다. 그는 숱한 고민의 세계에서 허우적 대다 이제 미세한 탈출구를 찾게 된 것만 같아 보였다. 
 
행사 주제부터 바꿨다. 코로나19 여파로 잃어버린 음악과 공연을 다시 회복하자는 게 목표.
 
인터뷰를 하면서 이 목표는 강 감독 자신의 올해 경험으로부터 길어올렸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었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인 그 역시 올해 초 프랑스 티뉴에서 열린 여름 축제 ‘뮤직알프(MusicAlp)’를 제외하면 모든 공연 활동이 끊겼다고 했다. 프랑스에 거주하다 인터뷰 몇 주 전 한국에 온 그는 집 자가격리를 마치고 이제 막 SSF 리허설에 뛰어든 상태였다. 인터뷰 중 "공연은 마법 같은 힘이 있다. 코로나19의 어려운 상황을 다시 공연으로 극복하겠다"는 그의 말이 그래서인지 더 인상 깊었다.
 
올해 SSF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공연은 12일 윤보선고택에서 열리는 ‘Social Distancing Phase’라는 야외 음악회. 마스크 쓴 채 일정 거리를 두고 연주하는 연주자들 모습을 통해 코로나 시대 변해버린 공연 풍경, 소리가 전하는 이 시대의 울림을 느껴볼 수 있다. 
 
아무리 비대면 공연이 편하다 해도 실제 공연의 공기, 열기에 비할 바가 못된다는 사실을 체감하는 요즘이다. 이산화탄소 가득한 그 물리적 세계를 느껴본지, 벌써 까마득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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