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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홍

미국은 고객, 한국은 호갱(?)…두 얼굴의 수입차

('배짱영업' 수입차)①해외에는 거액배상, 국내서는 법적공방…"집단소송제 도입 등 개선 필요"

2020-09-0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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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폭스바겐 등 일부 수입차 업체의 '이중적 행태'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해외에서는 불법 행위를 하다 적발될 경우 거액의 배상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 반해 한국 시장에서는 법을 어겨도 "팔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소비자들의 이익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 등 강력한 제재조치를 포함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폭스바겐은 지난 7월 미국 연방무역위원회(FTC)에 95억달러(약 11조원)의 배상금을 지급했다. 폭스바겐은 지난 2015년 디젤 차량의 배출가스를 조작하는 불법 소프트웨어 사용이 적발됐고, 이로 인해 피해를 입은 미국 내 47만대 차량에 대한 보상을 결정했다. 
 
 
독일에서도 디젤게이트 관련 보상이 마무리되는 분위기다. 올해 5월 독일 연방대법원은 폭스바겐에 디젤게이트로 피해를 입은 차주에게 감가상각비를 제외한 금액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확정했다. 앞서 지난해 6월 독일 고등법원은 디젤게이트 차량 구입대금 환불소송에서 폭스바겐 미니밴 ‘샤란’을 3만1500유로(약 4450만원)에 구입한 차주에 감가상각비를 차감한 2만6000유로(약 3670만원)를 보상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폭스바겐은 연방대법원 판결 후 피해 차주들과 신속하게 합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그룹인 다임러도 지난달 디젤차량 배기가스 조작 사안과 관련 미국 당국에 30억달러(약 3조5600억원)를 지불하기로 합의했다. 
 
수입차 업체들이 해외에서는 거액의 배상에 나섰지만 한국에서는 ‘나 몰라라’ 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디젤게이트 사태로 여론이 악화되자 2016년 한국 시장에 철수했다가 2018년 4월 복귀했다. 이 과정에서 국내 피해 차주들에게는 1인당 100만원의 쿠폰만 지급했다.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폭스바겐에 재산적, 정신적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며, 차량 매매가격의 10%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이후 같은해 8월과 올해 1월에는 차량 1대당 100만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피해 차주를 대리해 민사소송 1심을 진행했던 하종선 변호사는 “폭스바겐, 아우디 등 수입차 업체들이 한국 고객을 봉으로 취급하고 있다”면서 “국내에서는 문제 해결이나 보상보다는 유명 로펌을 선임해 법적대응에만 나서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집단소송제 도입 등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박순장 소비자주권시민회의 팀장은 “미국 FTC는 법원 승인이 있으면 소비자 피해배상도 명령할 수 있는 반면, 국내의 경우 환경부, 공정거래위원회는 제도 미비로 강하게 나설 수 없다”면서 “게다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나 집단소송제가 없다보니 선진국에 비해 피해자들이 보상을 받기 어렵다”고 언급했다. 업계 관계자도 “소송 과정에서 결함의 입증 책임이 업체가 아닌 피해 차주한테 있는 점도 개선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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