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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태현

기자가 자가격리해보니

2020-08-24 12:00

조회수 : 1,8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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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음성으로 나와왔지만 가슴 졸였습니다.

19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확진자가 나왔습니다. 확진자가 2층 직원이었기 때문에 난리가 났습니다. 장소가 다르기는 하지만 기자와 서울시 언론팀도 2층에 모여있기 때문이죠. 확진자는 17일까지였던 광복절 연휴에 출근하지 않았고 18일 출근했다가 증상을 느껴 오후에 조퇴했습니다.

서울시는 18일과 19일 출입한 언론사 기자들에게 검사를 받으라고 했고, 저도 해당됐습니다.


서울시로부터 "오전 10시 이후 주거지 인근 보건소에서 검사받으라"는 통지가 온 것은 20일로 넘어온 새벽 12시였습니다.


보건소 거리를 보니 도보로 40분이었습니다. 혹시라도 감염확률이 있었기에 걸어가기로 결정했습니다.


보건소 현장에서는 행정력을 실감하게 됐습니다. 한 할머니가 안내 인력에게 거듭 물어보는 장면이 있었습니다. "이 문자가 다른 사람에게는 안 오느냐", "네 광화문 집회 근처에 있던 사람에게 오고 다른 사람에게는 안 와요."

30~40분 줄 서는 동안에는 생각해보면 아찔한 광경도 있었습니다. 한 할머니(위의 할머니와 다름)가 저한테 말을 걸더라고요. "난 병원에서 7만원 내고 검사했다. 심장에 병이 있어서 입원했는데 코로나 검사하게 됐다." "검사를 하셨는데 여기는 또 왜 오신거에요?" "광화문 집회 갔다왔거든"

제가 걸릴까봐 아찔했던 건 아니었습니다. 어차피 서울시청에 있었다는 이유로 온 거니까요. 심장에 병이 있는데도 광화문에 간 게 크게 느껴진 겁니다. 제 앞에 있던 할아버지도 비뇨기과 약을 먹어서 몸이 온전치 않은데도 광화문에 갔다왔습니다. 심경이 참 그랬습니다.


그리고 면봉을 넣어 검사한 직후 자가격리를 통보받았습니다.

자가격리는 꽤나 불편했습니다. 집에서 동생하고 같이 살고 있어 서로 불편했습니다. 제가 화장실을 쓴 다음에는 소독한 다음에 동생이 사용해야했고, 식기도 따로 지정해야 했습니다. 쓰레기도 따로 모아놔서 혹시라도 모를 양성에 대비해야 했습니다.

결국 21일 아침에 음성 받아들었습니다. 밀접접촉자로 분류된 게 아니었기 때문에 결과 통보 직후 자가격리는 풀렸습니다. 음성 그 자체 다음으로 기뻤던게 자가격리 즉각 해제였습니다.


난생 처음 자가격리하고 느끼는 점이 많았습니다.

우선 보건소로 가는 과정입니다. 도보로 40분 걸리다보니 보건소가 아니라 보건소 산하에 있는 보건지소로 가도 되는지가 궁금해졌습니다. 만약 이걸 문의하는 게 아니라, 보건지소로 곧장 가버리면 그것대로 문제가 될 겁니다.

그리고 보건소에서 코로나 검사하는 지점과 일반 보건소 검진 지점을 더 명확히 구분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집회 근처에 있던 할머니도 일반 지점에서 헤매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코로나 지점은 신별진료소는 표시가 돼있긴 한데, 일반 지점에 "여기는 일반 OOO을 하는 곳입니다. 선별진료소로 가서 검사해주세요"라는 메시지가 없든가 너무 작았던 거 같습니다.

아울러 보건소에서 오전 11시 무렵 진단 키트가 다 떨어진 광경을 봤습니다. 키트가 다 떨어졌으니 지금 줄선 사람 접수까지만 하고, 검사는 12시 이후에 받으라는 겁니다. 정부와 지자체가 수출까지 하는 마당에 국내 전체에 키트가 없다기 보다는 기초단체까지 전해지는데 시차가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현 사태처럼 확진자가 많아지면 검사량도 평소보다 많을텐데 지장을 줄 수 있어보입니다.

10시 넘어서부터 11시까지 40분 기다렸는데, 이날처럼 12시 이후에 다시 오라고 하면 참 어렵죠. 제 경우에 빗대면 저는 40분을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이 시점에서는 자가격리를 통보받지 못했는데 그럼 저는 식당에 들를 유혹이 생기게 됩니다. 다중 시설 어디를 어떻게 들를지 변수가 많아지게 됩니다.

(다행히도 실제로는 저는 곧장 검사까지 마쳤습니다. 아마 서울시청 확진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광화문 집회도 마찬가지 상황일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자가격리는... 이걸 14일까지 하는 건 굉장히 힘든 일입니다. 풀어지거나 실수하는 사람 나와도 이상할 게 없는 구조입니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세부적인 것들을 보강해야 더 안전한 방역이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안 들수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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