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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찬

"피해사실 묵과한 상위기관도 가해자"…최숙현 사건 공분

2020-07-0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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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우찬 기자] 소속팀 감독, 선배들의 가혹행위 끝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경주시청 소속 트라이애슬론(철인3종) 고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이 네티즌을 분노케 하고 있다. 특히 최 선수가 경찰 등 관계 기관에 피해 사실을 적극적으로 알렸지만 사실상 외면당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다.
 
최 선수의 지인으로 알려진 한 청원인은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고 최숙현 선수는 경주시청에 속했던 기간 차마 말로 담아낼 수 없는 폭행과 폭언, 협박과 갑질, 심지어는 성희롱까지 겪어야만 했다"며 "해당 폭력들은 비단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적이고 반복적으로 이뤄졌으며, 이에 최숙현 선수는 심각한 우울증까지 앓게 됐다"고 적었다.
 
이런 가운데 최 선수는 주변 권유로 관계 기관에 피해 사실을 알리는 등 법적 절차를 진행했으나 도움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원인은 "경주시청의 감독, 팀 닥터, 일부 선수들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고, 나아가 대한체육회 스포츠인권센터, 대한트라이애슬론연맹, 경주시청, 경주경찰서에 신고와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언급했다.
 
이 청원인은 "그러나 법적 절차 개시 이후, 고 최숙현 선수가 마주한 현실은 너무도 비참했다"며 "도움을 요청한 모든 공공 기관과 책임 있는 부서들은 그녀를 외면했고, 사건의 해결보다는 그것이 밖으로 새나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모습만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또 "이로 인해 최숙현 선수는 ‘힘 있는 분들과 국가조차 나의 권리를 지켜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극한의 심리적 압박과 스트레스를 받으며 폭력을 당하던 당시보다 더 큰 절망 가운데 생을 감내해야만 했다"며 "책임 부처의 무책임한 태도는 물론, 최숙현 선수가 고소한 대상자들의 태도는 그녀를 더욱 아프게 했다. 최 선수 본인이 폭행을 당하던 당시의 녹취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소를 당한 측에서는 전문 변호사를 선임해 자신들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고 강조했다.
 
온라인에서도 관계 기관의 소극적인 행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많아지고 있다. 한 네티즌(supe****)은 "죽지 않으면 관심도 없다. 우리나라에 정의란 단어를 찾아본 지가 오래된 거 같다. 진정서를 제출했는데 아무런 반응도 없었을 때 어땠을까? 가혹행위한 감독도 문제지만 그보다 아무반응 없는 곳이 더 힘들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네티즌(abk5****)은 "지금이 어떤 시댄데, 대한민국의 사회시스템이 이것 밖에 안되나? 아직도 우리 주위에 이런 부분이 있다니. 가해 당사자뿐만 아니라 이러한 사실을 알면서도 묵과한 상위기관의 책임자들도 가해자다. 반드시 책임을 물어 이런 일들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겠다. 삼가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피해자인 최 선수가 대한체육회 스포츠 인권센터에 폭력신고를 접수한 날짜가 지난 4월8일이었는데 제대로 조치가 되지 않아 이런 불행한 일이 일어나게 된 건 정말 문제"라고 지적하며 철저히 대책 마련을 주문한 상황이다.
 
고 최숙현 선수의 생전 모습. 사진/고 최숙현 선수 가족 제공
이우찬 기자 iamrainsh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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