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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휘

문 대통령 "평화·번영은 겨레의 숙원…북한 담대히 나서달라"

6·25 70주년 기념사…"남북 체제경쟁 끝, 사이좋은 이웃 되자"

2020-06-25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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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는 반드시 이뤄야 할 책무이자 8000만 겨레 모두의 숙원"이라며 "세계사에서 가장 슬픈 전쟁을 끝내기 위한 노력에 북한도 담대하게 나서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기도 성남 서울공항 격납고에서 열린 '6·25전쟁 제70주년 행사'에서 "남북의 화해와 평화가 전 세계에 희망으로 전해질 때,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에 진정으로 보답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특히 "우리의 국내총생산(GDP)는 북한의 50배가 넘고, 무역액은 북한의 400배를 넘는다"며 "남북 간 체제경쟁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체제를 북한에 강요할 생각도 없다. 우리는 평화를 추구하며, 함께 잘 살고자 한다"며 "통일을 말하기 이전에 먼저 사이좋은 이웃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모든 이들에게 공통된 하나의 마음은 이 땅에 두 번 다시 전쟁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6·25전쟁을 세대와 이념을 통합하는 모두의 역사적 경험으로 만들기 위해, 이 오래된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전쟁의 참혹함을 잊지 않는 것이 종전을 향한 첫걸음"이라면서 "6·25전쟁에서 실천한 애국과 가슴에 담은 자유민주주의를 평화와 번영의 동력으로 되살려내야 한다. 그것이 진정으로 전쟁을 기념하는 길"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6·25전쟁 제70주년 행사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날 행사는 70년 만에 조국의 품으로 귀환한 국군전사자 147구 유해봉환과 함께 열렸다. 행사주제는 6·25전쟁 당시 국가를 지키려 헌신한 모든 이들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영웅에게'를 선정했다. 영문 부제는 'Salute to the Heroes(영웅들께 경례)'로 UN참전국과의 우호 협력 강화라는 의미를 담았다.
 
문 대통령은 미국에서 온 국군전사자 유해를 직접 맞이한 뒤 유해봉환 가족 6명과 행사장에 동반 입장했다. 봉환 유해들은 미국 '전쟁포로 및 유해발굴 감식국(DPAA)'에서 한·미 공동 감식작업으로 확인된 국군전사자들로, 이 가운데 장진호 전투에서 전사한 7인의 신원이 사전 확인돼 가족들이 참석할 수 있었다.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유해 140구는 행사장 내에 설치된 영현단에 안치돼 행사를 함께 지켜봤다.
 
개식 행사로 진행된 미디어파사드는 참전용사들의 헌신과 희생을 추모하고 마침내 조국으로 돌아온 호국영령들을 기리는 내용의 영상을 유해를 모셔온 공군 최신예 공중급유기 시그너스(KC-330) 동체에 직접 상영했다.
 
유해가 안치되는 동안 가수 윤도현 씨가 일생을 조국수호에 바친 한 군인의 애환과 나라 사랑의 마음을 담은 '늙은 군인의 노래'를 불렀다. 이어 예비역 이등중사 류영봉 씨가 70년만에 돌아온 전우들을 대신해 복귀신고를 했다. 
 
6·25 행사 최초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 순서에 기존의 조총이 아닌 조포 21발이 발사됐다. 조포 21발 발사는 국가원수급에 해당하는 최고의 예우다. 문 대통령은 국민의례와 헌화·분향이 끝난 뒤 국가보훈처장 등 주요 참석 인사들과 함께 신원확인 국군 및 미군 전사자 13명에게 참전 기장을 직접 수여했다.
 
기장 수여 후 상영된 영상에는 유해송환 과정을 통해 국가를 위해 희생한 영웅을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의지와 70년 만에 돌아온 가족에 대한 유족의 애틋한 마음과 감사 메시지를 담았다. 이어 배우 유승호가 20대 청년을 대표해 호국영웅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헌정사를 낭독했다.
 
또한 문 대통령은 6·25전쟁 당시 공적이 70년 만에 확인된 공호영 하사 등 생존 참전용사 2명, 유족 12명 등 총 14명에게 화랑 무공훈장을 수여하고, 생존해 있는 8만4000여명 참전유공자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아 '감사메달'(은화형)을 6·25 참전유공자회 차수정 부회장(회장 대리)에게 대표 수여했다.
 
요아나 돌너왈드 주한 네덜란드 대사(재한UN기념공원 국제관리위원회 의장)는 참전국들을 대표해 6·25 당시 참전국 장병들이 사용했던 주물(수통·탄피 등)과 화살머리고지에서 수거한 비무장지대(DMZ) 철조망을 한데 녹여 만든 '평화의 패'를 받았다.
 
특히 이번 행사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롯해 한국전쟁에 참여했던 22개국 유엔 참전국 정상들의 우정과 평화 메시지가 최초로 상영됐고, 참전국 정상을 대신해 22개국 대사가 모두 행사에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영상메시지에서 "공산주의를 막아내기 위해 용감하게 싸운 모든 분들께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며 "유엔 참전국을 비롯해 많은 도움을 준 모든 분들께 우리가 합심해 이룬 성과는 실로 대단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여러분의 승리를 축하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행사에서는 참석자 모두가 '122609 태극기' 배지를 패용해 국가수호전사자에 대한 특별한 경의를 표현했다. 70년 만에 귀환하는 6·25전사자 유해에 대한 국민적 추모와 아직 돌아오지 못한 12만2609명의 전사자를 마지막 한 분까지 끝까지 찾겠다는 국가의 약속을 담았다. 문 대통령은 마지막 일련번호 122609번 배지를 패용했다. 이는 마지막 한 명을 찾는 그날까지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각오다.
 
이날 행사는 코로나19 재확산 우려에 따른 방역 조치로 5000여 명 규모로 치렀던 작년과 달리 참전유공자, 주한 외교사절, 정부 주요 인사 등이 300여 명 규모로 대폭 축소해 진행했다. 또한 무더위로 인한 고령층 참석자 건강을 배려해 6·25전쟁 기념행사 최초로 해가 진 후 행사를 시작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6·25전쟁 제70주년 행사에 참석해 헌화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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