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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본질 벗어난 '한명숙 공판 의혹', 갈등만 양상

핵심 논란 '재심 청구' 지지부진, 진상조사 두고는 법무부·검찰 설전

2020-06-18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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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뇌물 혐의로 복역한 한명숙 전 국무총리 사건의 증인 고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비망록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불거진 논란이 최근 진정 처리를 두고 검찰 내부의 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명숙 전 총리의 사건이 사실상 재심 청구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수사가 아닌 인권감독관 조사로는 명확한 사실관계 파악이 어려울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18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은 한 전 대표의 동료 재소자 최모씨가 낸 진정에 대해 지난 10일부터 수사 기록을 검토하고 있다.  
 
한 전 총리 사건의 법정에 정식 증인으로 출석했던 최씨는 지난 4월 당시 재판과 관련해 검찰의 '증거조작 등 부조리'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정서를 법무부에 냈다. 법무부는 진정에 대한 통상적인 처리 절차에 따라 이 사건을 대검으로 이송했고, 대검에서 다시 이첩받은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1일 인권감독관실에 배당했다. 
 
이와 관련해 검찰과거사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한 김갑배 변호사는 "인권감독관실 조사의 경우는 수사가 아니므로 사실 확인에 한계가 있다"며 "제기된 의혹에 대해 입증이 쉽지 않고, 어려운 과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 사안에서는 모해위증교사와 직권남용 혐의가 있는데, 직권남용은 시효가 지났다"며 "모해위증교사는 시효가 남았지만, 해당 증언은 판결문에는 없는 내용이라 재심 사유가 아니다. 한 전 총리 본인에게 재심으로 구제받을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은 애초 증거관계가 명확하지 않고, 진술 증거만 있어 확정판결을 뒤집을 만한 내용이 나오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 전 총리에 대한 진정 사건에 대해 "감찰 사안인데도 마치 인권 문제인 것처럼 문제를 변질시켜서 인권감독관실로 이첩한 것은 옳지 않고, 관행화돼서는 절대 안 된다"며 "감찰을 이끄는 감찰부장을 외부 인사로 해놓고, 스스로 회피하면서 무력화시키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무부는 감찰 사안이라고 판단했고, 법무부 감찰담당관도 그렇게 판단해 절차적으로 넘긴 것인데, 대검 자체에서 실수가 있었다고 판단한다"며 "법무부가 이송해 이미 감찰부에 가 있는 사건을 재배당해 인권감독관에게 내려보낸 과정 중에 상당한 편법과 무리가 있었다는 것이 확인되고, 그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대검은 한 전 총리 수사 관련 진정 처리 경위에 대해 "우선 징계 시효가 완성된 사안은 원칙적으로 감찰부서의 소관 사항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난 2018년 7월 대검에 인권부가 설치된 이래 대검 인권부는 검찰 공무원의 수사 관련 인권 침해 진정 사건 300여건을 처리했거나 처리하고 있다"며 "또 2020년 4월17일 대검에 접수된 한 전 총리 수사 관련 진정(민원)의 진정인은 서울중앙지검에서 해당 건을 조사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고 부연했다.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이날 전체회의에서 "한만호 전 대표의 동료 수감자들이 한 전 총리 사건 담당 부서뿐만 아니라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인 935호실에서도 자주 출정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면서 "출정 기록은 마약류 수사 관련이라고 돼 있다고 한다"고 감찰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추 장관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며 "당연히 조사돼야 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는 이날 "한 전 총리 사건 수사 과정에서 검찰의 증언 협조 요청을 받았다고 주장한 4명의 수감자는 모두 2010년 4월과 5월 서울중앙지검 935호실에서 출정 조사를 받았다"며 "이들이 소환된 서울중앙지검 935호실은 당시 금융조세조사2부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당시 4명이 다른 사건으로 수감 중인 상태에서 이들이 집중적으로 소환된 것이 한 전 총리 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당시 수사팀은 "한 전 대표의 증언 번복 이후 동료 수감자에 대한 조사는 2010년 12월 말부터 시작됐으므로 오늘 연합뉴스에서 4명의 수감자가 2010년 4월과 5월 서울중앙지검 935호 출정 조사를 받았다고 보도한 것은 당시 특수1부의 한명숙 수사팀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또 "금융조세조사부, 강력부 등 다른 부서들이 수감자들을 상대로 자체적으로 수사 정보를 수집했을 수 있으나, 한명숙 수사팀과는 무관하고 한명숙 수사팀에서 타 부서의 수감자 상대 수사 정보 수집 내역이나 경위를 알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앞서 MBC와 뉴스타파는 지난달 14일 한 전 대표의 비망록을 공개하면서 검사가 한 전 대표에게 굴욕감을 줘 허위의 증언을 암기시키고, 다른 정치인에게 전달한 돈을 한 전 총리에게 전달한 것으로 진술하도록 강요했다는 등의 취지로 보도했다.
 
한 전 총리 사건의 수사팀은 같은 달 20일 "언론사가 그 내용의 진위에 관해 법원의 엄격한 사법 판단을 받은 소위 비망록을 마치 재판 과정에서 전혀 드러나지 않은 새로운 증거인 것처럼 제시하면서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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