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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전동킥보드도 자동차, 의무보험 대상" 첫 판결(종합)

"사람 운송하기 위한 이륜 용구…자동차관리법 적용 받아야"

2020-06-02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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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전동킥보드도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자배법)상 의무보험 가입 대상인 자동차에 해당한다고 명확히 판단한 첫 판결이 나왔다. 하급심 판결 중에는 '전동킥보드는 의무보험 가입대상임을 전제'로 자배법 위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한 예가 있었지만, 전동킥보드를 의무보험 가입대상인 자동차에 해당한다고 명확히 판단한 첫 판결이다. 대법원까지 이 판단이 유지된다면 사회적 파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단독 박원규 판사는 음주상태에서 전동킥보드를 운전하다가 사람을 다치게 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등) 등으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징역 1년2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다만,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남부지법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법원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10월 전동킥보드를 운정해 서울 금천구의 한 도로를 독산로 방면에서 시흥대로 방면으로 진행하다가 행인과 부딪혀 전치 2주의 다발성 타박상 등을 입힌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A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8%의 만취상태로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지난 3월 무면허 상태에서 카니발 승용차를 음주운전(혈중알코올농도 0.092%)한 혐의도 받았다.
 
검찰은 A씨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위험운전치상),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재판부는 앞서 계속 중이었던 도로교통법위반(무면허운전) 사건과 병합해 심리해왔다. 
 
이번 사건은 전동킥보드가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 8조의 의무보험 가입대상인 자동차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현재까지 주무관청인 국토교통부와 보험업계는 가입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검찰은 의무보험 가입대상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검찰도 무보험운행이 적발되더라도 전동킥보드 운행자가 가입할 수 있는 의무보험 상품이 없는 상황을 고려해 기소유예 처분을 해왔다. 
 
사건 목격 제보자가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을 통해 공개한 2019년 9월 한남대교 전동킥보드 사건 당시 상황. 사진/영상 캡처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자동차관리법 2조 1호는 ‘원동기에 의해 육상에서 이동할 목적으로 제작한 용구 또는 이에 견인되어 육상을 이동할 목적으로 제작한 용구를 같은 법의 ‘자동차’로 규정하고 있고, 같은 법 3조 1항 5호는 ‘총배기량 또는 정격출력의 크기와 관계없이 1인 또는 2인의 사람을 운송하기에 적합하게 제작된 이륜의 자동차 및 그와 유사한 구조로 되어 있는 자동차’를 ‘이륜자동차’로 규정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이 사건 전동킥보드는 손잡이, 안장, 발판 및 2개의 바퀴가 장착되고 리튬-이온전지에 의해 전원을 공급받는 스트레이트 모터에 의해 구동되어 육상에서 1인의 사람을 운송하기에 적합하게 제작된 이륜의 용구임을 인정할 수 있다"면서 "그렇다면 전동킥보드는 자동차관리법의 적용을 받는 자동차(이륜자동차)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또 "자동차관리법 48조 1항, 49조 및 자동차관리법시행규칙 98조의7는 최고속도 매시 25㎞ 이상인 이륜자동차에 대해서만 사용신고 및 번호판 부착 등의 의무를 부과하고 있으나, 이러한 규정이 최고속도 매시 25㎞ 미만인 이륜자동차를 자동차관리법의 적용 대상에서 배제하는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이 사건 전동킥보드의 최고속도가 매시 25㎞ 미만인지 여부는 앞서 본 판단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다만, A씨로서는 의무보험 가입 없이 전동킥보드를 운전한 것에 대해서는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전동킥보드를 운행할 당시 우리나라에 전동킥보드가 개인용 이동수단으로 비교적 널리 보급되어 있었지만 일부 대여업자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개인 전동킥보드 운행자들은 의무보험에 가입하지 아니하고 도로에서 전동킥보드를 운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적 평균인의 관점에서 볼 때, 개인이 운행하는 전동킥보드가 의무보험 가입대상이라는 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극히 미약하고, 개인이 전동킥보드에 대해 가입할 수 있는 의무보험 상품도 없는 실정"이라며 "이런 사정 등을 종합해보면 피고인이 의무보험을 가입하고 전동킥보드를 운행할 것을 기대할 수 없었다"고 판시했다.
 
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의무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사고를 낸 전동킥보드 운행자를 바로 처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전동킥보드를 대상으로 하는 의무보험상품이 개발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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