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최기철

법원 "모욕 상황 재연 위해 욕설…모욕죄 성립"

2020-05-05 09:00

조회수 : 1,753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제3자가 듣는 가운데 피해자에게 욕설을 한 후 곧바로 '제가 이런 욕설을 피해자로부터 들었습니다'라고 하면서 전에 있었던 상황을 재연했다면, 모욕죄가 성립될까? 법원은 성립된다고 판단했다.
 
울산지법 형사9단독 문기선 판사는 해고된 재활교사를 모욕한 혐의로 기소된 경주 모 재할원장 김모씨에 대한 선고공판에서 유죄를 인정해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고 5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김씨는 2018년 6월 경북지방노동청의 한 조정실에서 과거 재활원에서 교사로 근무한 A씨에 대한 부당해고 구제신청 조정절차 중 합의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A씨에게 "OOO야 OOO를 빼뿔라"고 모욕한 혐의로 기소됐다.
 
김씨는 재판에서 "조정 중 A씨 측 대리인이 '피해자가 다시 재활원에서 근무할 수 없겠느냐?'고 묻기에 피해자가 과거에 'OOO야 OOO를 빼뿔라'라고 저를 모욕한 사실이 있어 이를 똑같이 재연한 뒤 '제게 이렇게 말했던 사람인데 같이 근무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했을 뿐 모욕의 고의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A씨 발언과 행동을 그대로 재연하는 방법으로 복직이 어렵다는 사실을 설명했다는 주장이다.
 
재판부는 "증거에 의하면 피고인이 과거 피해자로부터 'OOO를 빼뿔라'라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하며 피해자를 모욕으로 고소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경멸적 단어나 문장을 택해 발언한 데에는 피고인이 과거 피해자로부터 같은 표현을 들었다는 기억 또는 믿음이 그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피고인이 경멸적 표현 후 덧붙였다는 발언은 사건 당시 현장에 함께 있던 증인들의 일관된 진술에 비춰 믿기 어렵고, 그런 발언이 있었더라도 피고인의 뜻을 이해시키는 역할을 다 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설령 피고인이 후속발언을 충분히 이해되도록 말했더라도 그에 앞서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 또는 경멸적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모욕죄를 성립시키는 데 어떤 영향도 미쳤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 최기철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