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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착한 알츠하이머' 전두환, 1년여만에 재판 출석

재판장 바뀐 뒤 공판 첫 출석…부인 이순자씨도 법정에 동석

2020-04-27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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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11, 12대 대통령을 역임한 전두환씨가 27일 사자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재판 법정에 1년여만에 출석한다. 광주지법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2시 광주지법 201호 형사대법정에서 전씨에 대한 공판을 진행한다. 
 
광주지법은 지난 24일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전씨 재판에 대한 방청권을 추첨했다. 코로나19 여파로 마련된 방청석은 총 33석, 모두 60명이 응모해 1.8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5·18기념재단 등 광주시민들은 지난해 광화문광장에 등장했던 '전두환 동상'을 전씨 재판 출석일에 맞춰 광주지법 앞에 전시하기로 했다. 경찰은 안전사고를 대비해 지난해 3월에 배치했던 규모와 같은 경력 500여명을 준비하고 있다.
 
12.12 쿠데타 40년을 맞아 약 2주 전 518시국회의, 518구속자회서울지부 등이 광화문광장에 세운 ‘전두환 동상’. 5·18기념재단 등 광주시민들은 27일 전씨가 출석하는 일정에 맞춰 이 동상을 광주지법 정문 앞에 설치하고 퍼포먼스를 계획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전씨는 앞서 2017년 펴낸 회고록에서 헬기 사격 목격 증언을 한 고 조비오 신부에 대해 '신부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사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2018년 5월 기소됐다. 
 
같은해 5월28일 첫 공판준비기일이 잡혔지만 2차례 연기되다가 7월11일이 되어서야 공판준비기일이 종결됐다. 그해 8월27일 첫 공판이 열릴 예정이었지만 전씨가 불출석하면서 해를 넘겼다. 전씨는 하루 전 "2013년부터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고 불출석 사유를 밝혔다. 
 
2019년 3월11일 전씨가 피고인으로 출석했지만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 기총사격' 여부를 두고 설전만 벌이다가 종료됐다. 이때 전씨는 5.18 민주화운동 발발 39년만에 광주를 처음 찾은 것이었다. "발포 명령을 부인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이거 왜 이래?"라고 답한 것이 5.18 민주화운동과 광주시민에 대한 그의 공식 답변이었다.
 
다음 공판은 한달 뒤쯤인 4월8일 열렸지만 전씨는 '건강상 이유'를 들어 불출석 했다. 이후 올해 2월10일까지 총 아홉번의 공판이 진행됐지만 전씨는 나오질 않았다. 같은 해 11월7일에는 측근들과 홍천의 한 골프장에서 라운딩을 하는 모습이 서울 서대문구 구의원인 정의당 임한솔 부대표에 의해 촬영됐다. 
 
12월12일에는 서울 강남 한 고급 중식당에서 오찬에 참석했다가 역시 임 부대표에 의해 발각됐다. 군사 쿠데타인 12.12사태 40주년 기념을 위해 모인 자리였다. 그해 11월11일과 12월16일은 광주지법에서 재판이 있는 날이었으나 전씨는 '건강상 사유'를 들어 불출석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전씨 측은 보도자료를 내고 "운동을 거르지 않아 증세 진행이 완만한 '착한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등 해괴한 논리를 대기도 했다.
 
이러는 사이 재판을 담당했던 장동혁 부장판사는 법복을 벗고 미래통합당에 입당해 21대 총선에 출마했다. 대전 유성구갑 지역 후보로 나선 장 전 부장판사는 지난 4월15일 투표결과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후보(56.5% 득표)에게 1만5875표 차이로 뒤져 낙선했다.
 
장 전 부장판사에 이어 전씨 재판을 맡은 김 부장판사는 지난 6일 공판준비기일을 다시 열고 27일을 첫 공판일로 지정했다. 전씨를 변호하는 정주교 변호사는 새 공판준비기일에서 전씨의 출석을 요구한 재판부에 "법에서 명한 의무면 당연히 이행하겠지만 그동안 피고인 출석 여부가 증거조사에 장애가 되지 않았다. 이후 다시 (불출석 허가) 신청을 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나 김 부장판사는 다음날 전씨에게 소환장을 보냈다. 
 
불출석이 어렵다고 판단한 전씨는 부인 이순자씨를 신뢰관계인 자격으로 법정에 동석할 수 있게 해달라고 신청서를 제출했다. 김 부장판사는 이를 받아들였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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