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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병남

재활용이 금융사에 미치는 영향

2020-03-2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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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정문 우측에는 자판기도 아닌 이상한 기기 하나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은행 앞이니 저도 언제고 '새로 설치를 앞둔 디지털 키오스크 일종일까'하며 살피다 의문만 키운 기억입니다. 이 기기는 재활용 로봇 자판기인 '네프론'입니다.
 
국민은행은 작년 한국세계자연기금과 자원순환 인식 제고를 위한 캠페인에 나서 이 네프론으로 기부금 조성 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페트병이나 캔을 자판기에 투입하면 품목별로 수거해 휴대전화 번호로 포인트를 적립하는데 이를 통해 본인 명의 계좌로 환급받을 수도 있습니다. 일종의 ESG(Environmental, Social, Governance) 경영 전략 일환으로 풀이됩니다.
 
최근 금융지주들은 너나들이할 것 없이 ESG경영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KB금융지주는 그룹 차원의 'ESG(환경·사회책임·기업지배구조)위원회'를 신설, 지난주 주총에서 이 안건을 통과시켰습니다. △스튜어드십 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행사 지침) 도입 △신재생에너지 투자 △녹색금융 상품 출시 △지속 가능채권 발행 등이 주요 내용입니다. 신한지주는 지난 2015년부터 이사회 내에 ESG경영에 대한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사회책임경영위원회'를 설립하고 그룹차원의 전략을 수립하는 중입니다. 하나·우리·농협금융지주 회장들도 올해 핵심 경영가치로 ESG를 꼽기도 했습니다.
 
금융권이 ESG에 주목하는 건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S&P가 ESG경영과 관련한 리스크를 신용평가 과정에 반영키로 선언한 데 따른 것으로 보입니다. 금융지주들이 해외진출를 비롯해 해외투자 유치로 주가부양에 힘 쓰는 상황에서 이는 외면할 수 없는 속성으로 부각했습니다. 지난해엔 주요 금융지주들이 'UN 책임은행원칙'에 서약하며 지속가능금융의 동참을 선언키도 했습니다. 환경과 사회 그리고 지배구조에 있어 '착한 경영'을 다짐하는 금융사들이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잇따른 사모펀드 사태, 비밀번호 무단 도용 등 금융사 비위행위들이 불거진 상황에서 의지만큼 행동도 뒤따라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겉과 다른 속으로 이익만 탐한다는 지적이 이어질 게 뻔한 이유에서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구석에 위치한 네프론 위치도 재고돼야 할 것 같아요. 주로 고객들이 드나드는 영업점 앞으로의 이동은 어떨까요. 
 
국민은행 여의도 본점에 설치된 재활용 로봇자판기 '네프론'의 모습. 사진/국민은행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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