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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레게 버무린 판소리, 전 세계 수놓다

‘소울소스 meets 김율희’

2020-03-13 17:21

조회수 : 3,6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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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지지(知之知知) 주지주지(主之主之) / 거지연지(去之年之) 우지배 (又之拜) 요/ 낙지각지(落之脚之) 절지연지(折之連之)/ 은지덕지(恩之德之) 함지표지(啣之匏之)/ 내지배(來之拜) 요 /빼그르르르르르”
 
4분 남짓 되는 곡 중반부에 도달하면‘쇼크’구절이 시작된다. 90년대 한 만화 영화의 ‘치키치키 차카차카’같은 종잡을 수 없는 단어들. 단언컨대, 들어 본다면 올해 들은 음악 중 가장 ‘쇼크’일 거다.
 
‘보은표 박씨를 물고 흥보 처마 끝에 당도했다’는 아니리(판소리에서 말로 전하는 이야기로, 창과 대비되는 개념) 직후. 제비의 울음소리를 한자로 형상화한 음절들이 속사포 랩처럼 일거에 쏟아진다. “떨어진 은덕을 갚으려고 박씨를 물고 찾아와 뵙습니다”라는 뜻의 제비노정기 대목. 이 한국적 익살이 레게, 소울에 요상하게 버무려져 독특하고 파괴적이며 아찔한 음악이 됐다. 밴드 ‘소울소스 meets 김율희’가 지난 4일 디지털로 발표한 신작 ‘The Swallow Knows’다.
 
‘제비가’의 판소리를 남미 소카리듬에 비벼낸 이 신곡은 한국적이며 세계적이다. 심청가를 룻츠 레게와 조합시키고(곡 ‘뺑덕’), 춘향과 이몽룡의 사랑으로 이 시대 연애를 비추며(‘정들고 싶네’) 한국 대중음악계에 파란을 일으킨 지난해 정규앨범 ‘Version’의 결을 잇는 또 한 번의 실험작이다. 동시에 왜 세계 각국 유수 음악 페스티벌이 이들 소매를 당기고 있는지에 대한 증명이다.
 
 
 
밴드 소울소스(ex. 노선택과 소울소스)와 소리꾼 김율희는 지난해부터 협업을 시도했다. “한국의 맛과 멋을 바탕으로 한 정서와 태도를 레게/덥, 소울, 재즈, 싸이키델릭의 색채로 펼쳐내겠다”는 게 이들의 지향점이다. 지난해 한 해 동안 일본의 유서깊은 레코드사 피바인(P-Vine)과의 계약을 시작으로 후지락 페스티벌. 월드뮤직엑스포, 트랜스 뮤지컬즈, 케네디 센터 등에 초청됐다. 북미와 유럽투어를 진행하면서는 ‘어느 곳에서도 들어 본 적 없는 새로운 음악’이란 찬사를 받았다. 올해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재즈-크로스오버 앨범 부문에도 노미네이트됐다.
 
이번 신곡은 4월 7인치 싱글 바이닐로도 제작된다. A면은 원곡의 싱글 버전이며, B면은 일본 유명 엔지니어 우치다 나오유키와 작업한 ‘덥’이라는 별도 트랙이다. 특히 B면에서는 굉음 같은 노이즈, 소리의 울림을 강조해 이들의 독특한 매력을 더 우주적으로 극대화했다.
 
올 여름 일본, 북미, 유럽에서의 본격적인 세계 투어, 정규작 발매도 앞두고 있다. 이번 신곡은 곧 발매될 정규 앨범의 맛보기다.
 
*밴드의 음악을 펄떡이는 '생'으로 느껴볼 분들은 14일 오전 11시 페이팔에 접속할 것. ‘The Show Must Go On’라는 타이틀로 전 세계 동시 유료 온라인 공연을 엽니다. 공연 전액 기부금은 코로나19 피해자들에게 돌아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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