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권익도

고 김현식, 전태관에 바치는 봄여름가을겨울식 아날로그

2020-01-03 17:37

조회수 : 2,546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고 김현식 후예들이 33년 만에 '봄여름가을겨울'이란 새 앨범으로 뭉쳤습니다. 60, 70년대 아날로그 방식 녹음 스타일로 낸 앨범입니다. 아날로그 풍 느낌이 나는 듯 하는 게 최근 대중음악의 '뉴트로' 현상이라면, 이들은 순도 100% 레트로입니다. 지난해 세상을 떠난 전태관, 그들을 이어준 고 김현식에게 바치는 음악은 재생을 누르자마자 가슴 한 편이 찡합니다.
 
지난달 27일 서울 마포구 홍대 인근에서 봄여름가을겨울 김종진과 빛과소금 멤버들을 만났습니다. 세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지난 세월의 굴곡을 어렴풋하게나마 짐작 했습니다. 김현식에게서 음악을 배우기 시작한 기억, 히트곡 '비처럼 음악처럼'을 낸 박성식의 이야기, 대학에서 분필을 들고 있다가 다시 음악하게 된 사연…. “음악이 수학처럼 딱딱 맞아야 하는 건 아니다”며 가르침을 준 고 김현식의 이야기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참고기사 (인터뷰)봄여름가을겨울·빛과소금 “우리는 음악 순혈주의자들”]
 
가장 흥미로웠던 건 이들이 1950년대 오리지널 악기 장비들로 새 앨범을 작업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90년대 초중반 퓨전재즈 대중화에 앞장섰던 그들 정수를 담은 사운드는, 시간을 몇 십년 전으로 되감는 듯 생생합니다. 이날 현장에서 미리 들려준 음악을 듣는 동안, 음악계 잔뼈 굵은 기자들은 "돌아왔다"며 박수까지 칩니다. 김종진은 달콤한 꿀물 같은 빛과 소금의 음색에 20대 초반 엔지니어들이 좋아하는 것을 보고 신기했다고 말했습니다.
 
"코드진행과 이론에 의해 음악을 하는 요즘 세대가 흉내낼 수 없는 아날로그 감성이 우리의 강점입니다. 과거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팝 감성, 이게 생명력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스스로를 음악 밖에 모르는 "음악 순혈자들"이라 지칭한 이들은 이날 전태관이 잠든 경기도 용인 평온의 숲을 방문했습니다. 돌아오면서 듣던 음악 역시 고전 중의 고전, 카펜터스라며 허허 웃었습니다.
 
"우리는 음악의 바다에 배를 띄워 가는 선원입니다. 육지 사람들이 잊어버린 것, 아날로그 레트로 감성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매일 체바퀴 도는 듯한 삶에서 해방감을 느껴보시면 좋을 듯 합니다."
 
 
  • 권익도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