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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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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호 기자입니다.
(홍콩시위)지미 샴의 당선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

2019-12-02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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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치러진 2019년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가장 화제가 된 건 1987년생 지미 샴(jimmy Sham, 岑子杰)의 당선이다. 그의 당선을 주목해야 하는 건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그는 홍콩시위를 주도하는 민간인권진선(民間人權陣線, 이하 민진)의 대표다. 그의 당선은 곧 홍콩시민들이 홍콩 민주화운동을 지지하는 표심을 과감하게 드러냈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이번 홍콩 선거는 역대 최고 투표율인 71.23%를 기록한 가운데 홍콩 민주화운동을 지지하는 민주파가 친중 성향의 건제파를 누르고 압승을 거뒀다.

둘째로 지미 샴이 당선된 샤틴구 렉웬(沙田區 瀝源)은 그의 연고지가 아니다. 지미 샴은 원래 이곳에 출마키로 한 민주파 후보가 홍콩 민주화운동에 관련된 혐의로 당국에 체포된 탓에 선거운동을 못 하게 되자 대신 출마했다.

셋째로 샤틴구 렉웬은 홍콩에서 최초로 공공주택이 지어진 곳으로 중산층 이상의 친중 성향 사람들이 다수 거주하고 있다. 이곳에서 지미 샴은 친중 성향의 건제파 후보들을 제치고 당선됐다. 즉, 지미 샴은 아무런 연고가 없는 지역에 험지출마를 하자마자 당선된 셈이다.

넷째로 그는 성적 소수자이다. 그가 민진의 대표가 된 것도 성적 소수자 단체인 '홍콩 무지개(香港彩紅, Rainbow of Hong Kong)'에서 활동한 경력이 중요하게 작용했다. 

마지막으로 지미 샴은 부상투혼 끝에 당선됐다. 그는 지난달 16일 저녁 7시40분쯤 홍콩 몽콕에 회의를 하려고 가던 중에 승합차를 탄 4~5명의 괴한에게 망치로 두부를 폭행당한 바 있다. 홍콩 선거는 한국 선거와 달리 선거 당일까지 후보가 선거운동을 해야 한다. 부정선거 의혹 등을 방지하기 위해 후보가 투표소에서 일정거리 이상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한 규정도 있다. 24일 홍콩 선거 투표일에도 지미 샴은 목발을 짚고 투표소 일대에서 민주파에 대한 한 표를 호소했을 정도다.

지미 샴의 당선은 홍콩 민주화운동에 대한 열망과 사회적 비주류가 주류로 부상하는 과정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일각에선 "홍콩 행정장관을 직선제로 뽑게 된다면 지미 샴이 첫 직선 장관이 될 수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동시에 홍콩 민주화운동은 '홍콩은 홍콩이고, 자유다'라는 구호에서 알 수 있듯 동성애 등 모든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는 인권운동의 성격도 갖고 있다. 중국 공산당의 통치로 상징되는 모든 외압에서 벗어나 완전한 정치적·경제적 자유를 누리고 싶어하는 홍콩 신세대들의 저항이 이번 홍콩 선거에서 오롯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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