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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화성 8차' 윤씨 "돌아가신 부모님 뵐 낯, 이제 생겼다"

"빨리 어머니 흔적 찾고 싶어 …'잘했다' 말씀하실 것 같다…당시 형사 사과하면 용서"

2019-11-19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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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영지 기자] "진범이 밝혀지지 않았으면 돌아가신 부모님을 뵐 낯이 없었을 겁니다. 나중에 뵙게 되면 '잘했다'고 말씀하실 것 같아요."
 
19일 <뉴스토마토>는 화성 8차 사건으로 억울하게 누명을 쓴 윤모씨를 청주시 분평동 소재 카페에서 만나봤다. 사진/한수진 기자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으로 복역했다가 얼마 전 재심을 청구한 윤모씨는 외가 친척을 애타게 찾고 있다. 19일 <뉴스토마토>가 청주시 분평동에서 만난 윤씨는 지난주 기자회견에 이어 모친과의 추억을 전하며 외가 친척을 찾겠다는 의지를 확고히 했다. 
 
윤씨는 "어머니 흔적이 궁금해 기자회견 때 성함을 공개했고 계속해서 외가 친척을 찾고 있다. 외삼촌이 6명이라는 이야기도 언뜻 들었는데 찾게 되면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듣고 싶다"고 전했다. 윤씨는 기자회견 때 "어머니 성함은 박금식"이라고 밝혔고 18일 모친의 결혼 전 모친의 제적 등본을 발급받아 외조부의 주소를 알아냈다. 충청북도 진천군 소재로 확인됐으나 지금은 경로당으로 파악됐다.
 
재심을 청구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윤씨는 "직장 생활을 하는 와중에 기자 분들 연락이 많이 와서 바쁘게 지내고 있다"며 "주변에서도 응원해줘서 기쁜 마음으로 재심 준비하고 있다. (대리해주는) 변호사분들이 고생이 많으시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 15일 중간수사 결과 발표 브리핑을 열어 화성 8차 사건의 범인을 이춘재로 사실상 잠정 결론 지었다. 이춘재의 자백이 사건 현장 상황과 대부분 부합한다는 것이었다. 
 
윤씨는 "이춘재가 자백했다고 했을 때도 긴가민가했다. 내가 아무리 진범이 아니라고 해도 이춘재가 진범으로 결론난 게 아니라서 긴장을 하며 지켜봤고, 경찰의 (이춘재에 대한 진범 잠정 결론) 발표가 나고서야 마음이 놓였다"며 "이제야 가족들에게도 떳떳하다"고 밝혔다.
 
윤씨는 모친의 제적등본을 통해 외조부의 서류상 주소를 확보했다. 사진/윤씨 제공.
  
윤씨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많지 않지만 강하게 키우셨다. 내가 소아마비를 앓았음에도 걷게 하려고 업어서 키우지 않았고 손도 안 잡아주셨는데 그 덕에 지금도 지팡이도 짚지 않고 걸어다니려는 의지를 갖고 있다"며 "초등학교 3학년 때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는데 당숙모가 집에 와서 슬피 우셨는데, (기일이) 12월 24일이라 지금도 크리스마스가 싫다"고 말했다.
 
그는 모친이 돌아가신 이후 생활에 대해 "기술을 배워 성공하겠다는 꿈을 갖고 열심히 일하느라 친척을 찾을 생각도 못했다. 일단 성공하고 찾겠다는 생각뿐이었다"며 "당시 사건으로 구속됐고 모두 물거품이 됐다"고 했다. 이어 "구속될 때 조카가 5살이었는데 나오고 나니 애 엄마더라"며 "세월이 허망하다. 재심으로 무죄를 받는다고 해도 20년의 지난 세월은 보상이 안된다"고 덧붙였다.
 
윤씨는 종교의 힘으로 복역 중의 힘든 시절을 견뎠다고도 회상했다. 그는 "당시 복역 환경은 지금이랑은 하늘과 땅 차이다"며 "인권에 대한 개념도 없을 때였고, (복역 당시) 방황도 많이 했는데 천주교에 의지하며 버텼다"고 말했다.
 
일부 보도를 통해 언급되는 손해배상청구 소송에 대해선 "생각하고 있는 게 없고, 일단 재심 진행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이라며 "당시 형사들이 잘못했다고 사과하면 용서할 것인데 형사들과 당시 사건을 보도한 기자들은 연락도 없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윤씨는 지난 1988년 9월 경기 화성군 태안읍에서 발생한 이른바 화성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같은 해 검찰 구형대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윤씨는 20년을 복역한 뒤에야 2009년 가석방됐다.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 동안 수감생활을 한 윤모(52)씨의 재심을 돕고 있는 박준영변호사가 13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관에서 화성8차 사건 재심청구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 동안 수감생활을 한 윤모(52)씨가 13일 오전 경기 수원시 영통구 경기중앙지방변호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해 자신이 직접 쓴 글을 읽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영지 기자 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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