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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한영

시간은 모든 것을 소멸시킨다

2019-06-03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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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4·6호선 삼각지역 13번 출구에서 국방부로 올라가던 길에 있던 쌀집 앞에 어느순간 큰 판넬이 붙어있었습니다. “35년 간 삼각지를 지킨 할아버지의 쌀가게는 문을 닫습니다. 그동안 보내주신 이웃 여러분의 성원에 감사드립니다.”
 
어림잡아 1985년부터 한 자리를 지켜오셨을 할아버지는 건강, 혹은 기타 이유로 가게를 접으셨을 겁니다. 할아버지의 땀과 눈물, 추억이 담긴 공간에는 조만간 다른 가게가 들어서겠죠.
 
학창시절, 학교 앞을 10년 넘게 지키던 한 문구점 사장님도 개인 사정으로 가게를 접으셨던 기억이 납니다. 굳게 닫힌 셔터문 앞에는 가게를 접는 사장님의 소회가 적힌 간단한 메모지만이 남았고, 얼마 후 아담한 카페가 들어섰습니다.
 
바쁘게 흐르는 시간 속, 어떤 공간에 오래 머물렀던 사람의 추억도 금새 사라지기 마련입니다. 시간은 모든 것을 소멸시킵니다.
 
사진/뉴스토마토
 
최한영 정치부 기자(visionch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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