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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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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유승민계 전략은 한국당 기호 1번 만들기 일수도

2019-05-17 09:17

조회수 :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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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바른미래당에서 새 원내대표로 오신환 의원이 선출됐습니다. 현장에서 대부분의 기자들은 의외라는 반응이었습니다. 대부분 김성식 의원의 원내대표 선출을 예상했기 때문인데요. 김 의원의 경우 옛 국민의당 출신으로 호남계, 안철수계 의원들과 두루 친했기 때문입니다. 비록 김 의원이 패스트트랙 과정에서 손학규 대표 등 당 지도부와 노선을 같이해 일부 안철수계 의원들로부터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원내대표 선거에서 실제 투표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오신환 원내대표가 16일 국회에서 비공개 회동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바른당, 오신환 원내대표 선출은 선명 보수 야당 만들기 일환
 
하지만 원내대표 선거 결과는 오신환 의원의 압승이었습니다. 안철수·유승민계의 지원을 받은 오 의원이 예상을 깨고 원내대표에 선출됐죠. 옛 바른정당 출신으로 이뤄진 유승민계 의원들의 지원은 어느 정도 예상이 됐고, 안철수계 의원들의 지지 표심은 의외였습니다. 결과적으로 오신환 신임 원내대표의 선출은 안철수·유승민계의 이해관계가 맞았기 때문인데요. 호남계로 당 지도부가 이뤄진 현 상황에서는 바른미래당을 보수정당으로 이끌어갈 수 없다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으로 보여집니다. 바른미래당을 좀 더 선명한 보수정당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현 지도부의 노선으로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 같습니다. 정부여당과 분명하게 각을 세워 야당으로 존재감을 보여야 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한가지 의구심이 듭니다. 이른바 1기 바른미래당 지도부 체제에서는 안철수·유승민계가 당권을 잡아 선명한 보수색깔을 냈음에도 정당 지지율이나 지방선거에서 별다른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이번에도 똑같이 보수정당으로 선명한 색깔을 낸다한들 지지율면에서 효과가 있을 것인지 의문입니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바른미래당으로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자유한국당과의 합당을 염두하고 이번 원내대표 선거에서 당권을 잡기 위해 오신환 의원을 지원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실 오신환 원내대표가 선출되고 난 뒤 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 체제가 손 대표 등 당권파 인사들 3명, 안철수·유승민계 인사들 5명으로 이뤄지게 됐습니다. 손 대표가 권은희 의원의 후임으로 새 정책위의장을 자기 사람으로 인선한다고 해도 5대4 구도로 불리한 형국에 있습니다. 즉 손 대표 자신의 의지대로 당내 현안을 의결할 수 없는 구조에 놓이게 된 셈입니다. 오 원내대표는 선출되자 마자 손 대표의 퇴진을 촉구했습니다. 당대표 힘이 무력화된 상황에서 더 이상 대표 자리에 미련을 버리고 스스로 물러나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손 대표는 절대 사퇴하지 않겠다며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향후 후임 정책위의장과 사무총장, 수석대변인 등 당직 인선이 손 대표의 의지를 보여줄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오 원내대표가 사퇴를 요구한다고 해도 손 대표를 몰아낼 수 있는 규정이 없습니다. 손 대표가 스스로 물러나지 않는 이상 당대표를 물러나게 할 수 없는 것이죠.
 
손학규 대표 물러난다면 당 지도부는 안철수·유승민계가 접수
 
다만 당 최고위 기능이 무력화된 상황에서 손 대표가 마냥 버티기만 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손 대표가 물러난다면 당대표 대행은 원내대표인 오신환 의원이나 수석최고위원인 하태경 의원이 그 자리를 대신할 것으로 보입니다. 모두 유승민계 핵심 인사들입니다.
 
그렇다면 안철수·유승민계는 왜 이렇게 당권에 힘을 쏟으려고 하는 것일까요. 사실 손 대표의 퇴진 요구는 4·3 보궐선거 패배 이후 나왔습니다.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이후 손 대표에게 "당대표직에서 물러나라"며 하태경·이준석·권은희 최고위원이 당 최고위회의에 참석하지 않았습니다. 이때부터 당 최고위가 비정상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습니다.
 
안철수·유승민계가 당권을 잡으려고 하는 이유는 단순히 당의 방향성을 바꾸려는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안철수·유승민계가 주축으로 당권을 잡았을때도 별다른 지지율 변동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한국당과의 합당 추진설에 힘이 실립니다.
 
한국당과 합당 추진설, 올해 추석이 분기점
 
한국당과 합당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당권을 잡아야 합니다. 지난번 안철수 전 대표가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합당을 위해 나섰던 것처럼 말이죠. 의원들 중 3분의 1의 반대가 있었지만 당대표 권한으로 일사천리로 합당을 실행해 나갔습니다. 이번에도 당시와 마찬가지로 한국당과의 합당에 나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습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합당한다면 내년 총선에서 기호 1번을 차지할 수 있습니다.
 
한국당으로서는 총선에서 보수분열을 막고 기호 1번을 차지함으로써 얻는 효과가 많을 것입니다. 바른미래당으로서는 내년 총선 공천을 담보 받을 수 있다면 제1야당의 타이틀로 총선에서 얻는 이익이 있을 겁니다. 올해 9월까지 바른미래당의 지지율 변화가 없다면 이런 시나리오는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합당은 올해 추석이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 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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