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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지

(현장에서)'부자만 받는 로스쿨' 오명 떨쳐내야

2019-01-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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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고 국정에 대한 국민 참여와 국정 운영의 투명성을 확보함을 목적으로 한다.”  
 
정보공개 청구 근거가 규정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정보공개법) 1조다. 사법행정권 남용 관련 문건, 국회의원 특수활동비 내역 등을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동원된 최후의 보루도 정보공개청구였다.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이 지난 2년 여 간 재판 끝에 입시정보를 공개하게 됐다. 사법시험준비생모임은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대를 포함한 경북대·부산대·연세대·고려대 로스쿨을 상대로 신입생 선발 채점기준 등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서울대 로스쿨에 대해선 2017~2019년도 입시 정보도 공개해야 한다며 추가로 중앙행정심판위에 의무이행심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중앙행정심판위는 청구를 받아들였으나 서울대는 이 결정에 불복해 행정소송까지 냈다. ‘대학은 정보공개 대상인 행정청이 아니고, 입시정보 공개가 입시에 영향을 줄 수 있고 공정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 불복 논리다. 그러나 1, 2심 법원 모두 청구를 각하하면서 결국 서울대는 입시정보를 공개할 수밖에 없게 됐다.  
 
하지만 문제는 아직 남아 있다. 서울대가 정보를 어디까지 공개할 것인가 하는 공개범위 문제다. 정보공개를 요청하는 국민 입장에선 전체 정보를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에 공개주체가 범위를 정한 일부 정보만 받고 상황이 마무리될 우려가 있다. 실제로 지난해 환경단체들이 서울 용산미군기지 지하수의 벤젠 검출을 두고 환경부에 조사결과를 요구하는 정보공개청구를 했지만, 환경부가 공개한 것은 단 13장짜리 검출량 통계뿐이었다. 국민이 진실을 확인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물론 공개된 정보가 불충분할 경우 재처분취소송이나 간접강제 등과 같은 방법도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무익한 절차를 반복하는데 지나지 않다.  
 
정보공개청구권은 지역이나 나이 제한 없이 우리 국민이면 모두 행사할 수 있는 권리로, 투명하고 공정한 공공기관의 행위를 담보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다. 국민이 지금 서울대에 원하는 것은 고난이도의 소송전이 아닌, 알 권리를 충족할 수 있는 속시원한 답변이다. 서울대 스스로에게도 '밀실 전형'·'부자만 받는 로스쿨'이라는 그동안의 오명을 떨칠 수 있는 기회다.  

최영지 사회부 기자(yj11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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