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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에너지전환 원년으로)"'재생에너지 3020' 기술력 바탕한 효율성 확보 관건"

전문가 30인 "3020 목표달성 가능성 반반"…지역 수용성·태양광 편중 숙제로 제시

2019-01-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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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권대경 기자] 에너지 전문가들 사이에서 정부의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와  3차 에너지기본계획 민간워킹그룹의 신재생 비중 권고안은 무난한 편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탈원전의 속도는 조금 늦춰야 한다는 주장이 상당했다. 효율성 때문이다. 2083년의 탈원전 시점은 적절하지만, 재생과 신재생 에너지 기술력과 경제성 향상에 초점을 두고 시장 확대와 산업 경쟁력을 도모해야 한다는 주문이 이어졌다.
 
1일 <뉴스토마토>가 집계·분석한 에너지 전문가 30인 설문조사에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중을 20%로 늘리는 '재생에너지 3020'의 목표달성 가능성에 대한 의견은 반반으로 나뉘었다. 30명 가운데 16명(53%)이 '달성이 가능하다'고 본 반면 14명(47%)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과도한 목표 설정이라는 지적이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2017년 기준 7.6%의 재생에너지 비중이 올해 8%대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가 대체 에너지원 개발과 시장 활성화에 공을 들인다면 무리한 목표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실제 2017년 12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 수립 이후 주민 갈등과 계통 부족의 문제를 겪었지만, 지난해 재생에너지 시장은 한층 성장했다는 게 업계와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7월까지 새로 설치된 신재생에너지 설비가 1.8기가와트(GW)를 넘었다. 이는 정부가 정한 2018년 1.7GW 설비 보급 목표치를 넘어선 것이다.
 
제작=뉴스토마토
 
또 태양광 연계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용량은 10월까지 1기가와트시(GWh)를 초과했는데, 이는 2017년 설치 용량의 10배에 달한다. 새만금 재생에너지 비전 선포식을 갖는 등 정부와 지자체가 본격적으로 재생에너지 사업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어 재생에너지 비중은 올해를 기점으로 급격히 늘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론 목표치를 낮춰 제시한 전문가들도 있었다. 2030년 20%가 어려울 것이라고 한 이들(14명)에게 적정한 구간을 묻자 10~15% 수준이 무난하다는 응답이 50%(7명)로 많았고, 21.4%(3명)는 15~20%를 제시했다. 10% 이내로 조정해야 한다는 이는 14.2%(2명)였고, 10% 안팎은 7.1%(1명)였다. 전체적으로 20% 이하로 정부의 목표치 아래를 지목한 이가 46.7%(14명)다.
 
이어 에너지 워킹그룹의 권고안인 2040년까지 신재생 비중 목표 25~40%가 '적절한 목표치'라고 본 이들은 절반인 50.0%(15명)였다. 목표치가 '높다'고 본 이들은 46.7%(14명)였는데, 이를 세분화 해보면 16.7%(5명)는 '너무 높다'고 했으며, 30.0%(9명)는 '높다'고 우려를 표했다.
 
전체적으로 무난한 설정으로 보는 이들이 조금 더 많았다. '몇%가 적절한가'라는 추가 물음에서 전문가 대다수가 25%에서 40% 사이의 비중을 제시했다. 학계·연구기관 응답자들의 3분의 1정도가 20%로 낮춰 잡아야 한다는 의견을 내 범위를 벗어난 수치를 제시했다. 
 
핵없는세상광주전남행동 관계자들이 지난해 9월 12일 서울 종로구 원자력안전위원회 앞에서 영광핵발전소 한빛4호기 폐쇄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신규 원전 추가 건설 중지를 전제로 하는 탈원전은 속도조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노후 원전의 연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신규 원전을 건설하지 않는 탈원전 정책이 바람직하다고 본 이들은 30.0%(9명)인 반면 36.7%(11명)는 부정적으로 봤다. 부정적 응답자 가운데 36.4%(4명)가 '재생 및 신재생에너지의 낮은 효율과 경제성'을 탈원전 올인의 반대 근거로 들었다. '안정적인 전력 수급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답과 '원전 산업 침체'를 우려하는 답이 각각 27.3%(3명)였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해 12월 3일 울산 울주군 신고리 5,6호기 건설원전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제공=산업통상자원부
 
강승진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지식기반기술·에너지대학원 교수는 "탈원전은 정치적 논리"라며 "탈원전 보다는 미래 에너지 비전을 제시하고 정부가 수요관리 등에 나서는 방식으로 구체적 실행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온기운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도 "우리는 에너지 자원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며 "원전 폐기에 따른 엄청난 매물 비용도 고려해야 한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다만 설문에서 정부가 탈원전 시점으로 정한 2083년을 두고 50%(15명)가 '앞당기거나 적당하다'고 봤다. 36.7%(11명)는 '늦춰야 한다(조금 늦춰야 한다 30.0% 9명, 많이 늦춰야 한다 6.7% 2명)'는 입장이다. 해당 항목에서는 기타 의견이 많이 나왔는데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급격한 에너지 환경 변화가 상당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일정 수준의 원전 비중은 유지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제시됐다.
 
신재생에너지에서 각광받고 있는 태양광 발전을 두고서는 기술력과 효율성 향상이 절실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43.3%(13명)가 '저장장치나 계통연결 기술력 부족'을 지목한 것이다. 이는 최근 잇따른 ESS 화재 사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전국 곳곳에 설치된 ESS에서 원인 불명의 화재가 발생하고 있는데 기술력 부족과 부실한 관리 체계가 화재 원인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울산시와 한국석유공사는 지난해 10월23일 시청 상황실에서 울산 200㎿ 부유식 해상풍력 발전단지 조성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사진은 일본 나가사키현 고토시 앞바다에 설치된 2㎿ 부유식 해상풍력발전기. 제공=울산시
 
신재생 에너지 사업 문제점으로는 '지역 수용성 제고 미흡(23.3%, 7명)', '지나친 태양광 편중(13.3%, 4명)', '높은 에너지 단가(6.7%, 2명)' 등이었다.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도 많았다. 김진우 연세대 글로벌융합기술원 특임교수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서는 신기술 개발과 함께 규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며 "규제 완화를 통해 관련 시장을 활성화 시켜야 에너지 전환을 효과적으로 빨리 달성할 수 있다"고 충고했다. 
 
끝으로 주관식으로 이뤄진 정책 조언 문항에서는 대국민 홍보 강화와, 국내 기업 경쟁력 강화(기술력 향상), 지역 수용성 제고 등의 주문이 쏟아졌다.
권대경 기자 kwon2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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