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전보규

(자본시장 이야기)상장폐지 심사는 고무줄(?)

2018-12-20 13:15

조회수 : 2,948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삼성바이오로직스 거래가 재개된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 모니터에 주가가 표시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한국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가 거래 재개 및 상장 유지 결정을 내려 이날 거래가 재개됐다.사진/뉴시스


최근 한국거래소의 상장폐지 심사를 두고 논란이 뜨거웠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다른 기업 간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얘기입니다.

상장폐지 논란은 경남제약 상장폐지로 달아올랐습니다. 거래소 기업심사위원회는 지난 14일 경남제약의 상장폐지를 결정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서는 같은 주 초 상장 유지 결론을 내렸습니다.

두 회사는 모두 증권선물위원회로부터 회계 처리 위반 판정을 받고 상장폐지 심사 대상에 올랐다는 점이 같은데 다른 결과가 다르다 보니 논란이 생긴 것입니다.

양측의 운명을 가른 것은 실적과 재무상태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실적이 좋아지고 있고 분식회계를 바로잡아도 상장사 자격을 유지할 체력이 충분하지만 경남제약은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나쁘고 자기자본도 쪼그라들고 있어 계속성이 담보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을 한 것입니다. 경남기업은 최근 몇 개월 새 대표와 최대 주주 변동이 생기는 등 경영권 분쟁에 관한 우려가 있다는 것도 부정적인 영향을 줬습니다.

대우조선해양과 비교해 삼성바이오로직스만 유난히 빠른 결정을 했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은 거래재개까지 15개월이 걸렸는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한 달도 안 걸렸습니다. 회계 장부를 수정하기 전과 후란 점도 다릅니다.

마찬가지로 실적·재무 상태가 매매거래 정지 기간의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은 실적과 재무 상태가 악화하면서 채권단의 대대적인 지원을 받아 살아났습니다. 반대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중장기적 성장이 이어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전망입니다.

대우조선해양과 비교하지 않더라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상장 적격성에 대한 결정이 빠르게 이뤄진 것은 사실입니다. 거래소 스스로도 매매거래 정지에 따른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최대한 신속하게 절차를 진행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비판적인 입장에서는 거래소가 고무줄 잣대로 상장폐지 심사를 한다는 얘기를 할 여지는 있어 보입니다. 다만 상장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 기계적인 판단을 지양하고 기업의 사정을 최대한 정확하게 반영하기 위해 기업의 계속성과 재무안정성, 경영 투명성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는 있을 것 같습니다.

대동소이해 보이는 기업들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으니 모든 사안이 수학 공식으로 문제를 푸는 것처럼 입력값과 결과가 같을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 전보규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