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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위 난민 사라지나…정부 45년 묵은 '누진제' 손본다

누진제 개편 TF 본격 가동, 정부·한전 내년 여름 전까지 작업 완료 '목표'

2018-12-12 06:00

조회수 : 3,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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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드디어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가정용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에 나섰습니다.
 
완전히 폐지할지 현재의 3구간을 2구간으로 조정할지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여름철 '전기요금 폭탄'의 걱정은 앞으로 조금 덜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전력공사 사옥./뉴시스
 
현행 누진제는 전력사용량이 200kWh 이하인 1구간에 1kWh당 93.3원을 적용하고, 201에서 400kWh 사이는 2구간으로 187.9원입니다. 400kWh 초과의 3구간은 280.6원을 부과합니다. 또  7~8월과 12월부터 다음해 2월은 1000kWh 이상 구간 누진 요금을 일시적으로 적용합니다. 
 
 
특히 1구간에서 2구간의 가격 차이가 2배에 달하고 1구간과 3구간의 차이는 무려 3배가 넘습니다. 즉 사용량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부담이 2배 3배로 크게 늘어나는 구조인 셈입니다. 
 
하지만 최근 지구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여름과 겨울철 기온이 변화가 커지면서, 전기 사용량이 급증하는 추세입니다.  공포의 전기요금 고지서가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상황이 자연스럽게 발생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조정이 이뤄질까요.  전력업계에 따르면 가장 유력한 방안은 가장 적은 요금의 1구간 조정입니다. 구간을 두 개로 합치는 방식이라면 1구간의 93.3원은 100원대로의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얘기인데요. 또 폐지하더라도 1구간 요금은 올리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전망입니다. 
 
겨울을 맞아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전열기구 판매량이 늘고 있는 지난달 26일 한 시민이 용산구 전자용품 매장에 전시된 전기히터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한전의 평균 전력판매단가인 1kWh당 108.5원을 1구간에 적용하거나 동일하게 책정하면 2250만가구 중 1구간 800만가구와 2구간 600만가구 총 1400만가구의 요금이 오릅니다. 그 이상 사용하는 850만가구는 부담이 줄어들게 되구요.
 
예컨대 도시 거주 4인 가구가 월평균 350kWh 정도의 전기를 사용하면 현 요금제에서는 5만5080원(부가세 반영 금액)이 됩니다. 이를 평균단가인 108.5원에 대입하면 4만1773원이 나옵니다. 약 1만4000원 가량 부담이 줄어드는 셈이죠.
 
같은 방식으로 200kWh 사용 요금은 1만7690원에서 2만3870원이 되고, 400kWh  6만5760원은 4만7740원, 500kWh 10만4140원은 5만9670원으로 크게 줄어듭니다.
 
 
다만 동일한 단가를 적용하는 방식으로 누진제 폐지가 현실화되면 부자감세 논란을 배제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전기를 적게 쓰는 저소득층 요금은 인상되는 반면 많이 쓰는 고소득층 요금은 크게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또 구간을 현 세개에서 두개로 조정한다고 가정하면 4인 가구 월평균 사용량인 350kWh가 기준이 될 것 같습니다. 350kWh 이하 사용 구간과 이상 사용 구간으로 나눠 단가를 정리하는 것이죠. 구간별 단가는 100원대 중반과 200원대 초반이 예상 가능한 지점입니다. 
 
당정청이 지난 8월 발표한 '주택용 전기요금 누진제 한시적 완화' 내용. 당시 당정청은 사회적 배려계층의 전기요금 할인 규모도 같은 기간 30%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내놨다. /뉴시스
 
이외에 산업부는 누진제 대안으로 계절과 시간대에 따라 요금을 차등하는 '계시별 요금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습니다다. 계시별 요금제는 이미 산업용과 일반용 전력에 도입된 상태인데요.

문제는 계시별 요금제를 도입하려면 가구당 전력 사용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는 '스마트계량기(AMI)'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스마트계량기를 각 가정에 모두 보급하기에는 예산과 시간이 걸리는 만큼 당장 실현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어찌됐건 내년 여름에는 전기요금 걱정없이 더위를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 봅니다. 무려 45년만에 바뀌는 가정용 전기요금 체계가 감세 논란을 잘 극복해 내고, 더위 난민을 보지 않게 해주었으면 합니다.
 
정경부 권대경 기자 kwon21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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