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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경

세기의 격돌 '초읽기'…고래 싸움 속 생존법은

2018-11-2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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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22일 '최근 WTO 체제 개편 논의와 정책 시사점'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내놨습니다.
 
리포트의 요지는 최근 선진국 중심으로 WTO 체제 개편 논의가 본격화 되고 있는 것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다분하다는 것입니다.
 
글로벌 무역 환경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 만큼 무역 규범의 제정과 개도국 세분화, 복수국 간 협상방식 등의 논의를 해야 한다는 것이 명분이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는 겁니다.  더 상세히 말하면 중국 정부가 자국 산업 보호를 목적으로 산업별 보조금을 투입하는 것이 공정한 무역 경쟁 질서를 흐트리는 만큼 이에 제동을 걸 규범적 명분을 만들겠다는 게 선진국들의 섕각으로 해석됩니다.
 
지난 17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파푸아뉴기니 포트모르즈비에서 열린 APEC 최고경영자(CEO) 포럼 기조연설에 앞서 손을 흔들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시 주석은 연설에서 "협의를 통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는 없다"며 "역사는 냉전이든, 무력전쟁이든, 무역전쟁이든, 승자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며 미중 무역전쟁의 해결의사를 밝혔다. /사진=AP·뉴시스
 
이 부분은 엄청나게 큰 중국 시장에서의 점유율이 낮아질 것을 우려한 선진국들이 똘똘 뭉쳐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는 분석이 가능한 대목입니다.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산 제품과의 경쟁에서도 불리합니다.
 
그러면서 리포트는 우리의 대응을 강조했습니다. 우리도 산업과 농업 부문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는데 이것이 WTO 규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국제사회가 판단하면 크나큰 패널티를 피하기 어렵다는 겁니다.
 
개도국 세분화 논의도 민감합니다. 현재 한국은 개도국으로 분류돼 있지만 이른바 졸업을 앞둔 우등생입니다. 따라서 WTO 체제 하에서 최대한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면서 산업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상황입니다. 때문에 리포트는 개도국 세분화에 무조건 반대하기 보다 협상에 적극 참여해 졸업에 따른 유예기간을 확보하거나 유예기간 중의 의무 이행의 차별화를 기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WTO 체제 개편 논의가 이어지는 가운데 역사적 격돌도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30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담'을 말합니다. G20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만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11일 열리는 제1차 세계대전 종전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전용기에 오르며 손을 흔들고 있다. /사진=AP·뉴시스
 
이를 두고 한쪽에서는 더 격렬한 대립을 전망하지만 또 다른 쪽에서는 두 대국이 어느 정도 선에서 합의를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습니다.
 
얼마전 중국이 미국 항공모함의 홍콩 입항을 허용하면서 분위기가 묘하게 바뀌고 있다는 게 미국과 중국 현지 언론의 분석입니다. 이후 미국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을 다음달 1일로 예상되는 미중 정상회담 최고위급 회의 참석자 명단에서 제외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양국이 1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갈등의 수위 조절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그럼에도 미중 무역전쟁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그야말로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쉽지 않은 형국입니다.
 
어찌됐건 한국은 고래 싸움에 낀 새우 신세라는 점은 명확합니다. 글로벌 경제 패권 경쟁의 추이를 제대로 분석해야 합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통상 이슈에 정부가 적절히 대응하고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물론 경제 대국간 싸움에 눈치없이 끼어들어 괜한 불이익을 당하지는 말아야 겠지만, 최소한 우리 입장에서 다소 양보할 것이 있다면 양보하더라도 지킬 것은 반드시 지켜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되겠습니다.

정경부 권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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