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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최근 미국 대법원의 '전자상거래 소비세' 관련 판결의 의의

South Dakota주 주법 Case

2018-10-03 00:18

조회수 :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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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글은 법무법인 율촌의 조세그룹이 작성한 뉴스레터 'LEGAL UPDATE' 10월호를 포스팅한 것입니다. 지식재산권 등 이 내용의 모든 권리는 법무법인 율촌에게 있으며, 영리목적의 무단 게시 등 모든 불법행위에 대해 본 블로그 소유자는 책임 지지 않음을 밝힙니다.
 
 
 
최근 미국 대법원에서 전자상거래의 소비세 과세 가능 여부에 관한 중요한 판결을 내려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South Dakota v. Wayfair, Inc., ET AL.(No. 17–494)). 이는 현재 국내, EU와 OECD에서도 논의되고 있는 일명 “디지털 과세(digital taxation)”와 관련하여서도 적지 않은 시사점을 주는 사건이므로, 이하에서 소개하여 드립니다.
 
사실관계 및 배경
 
종전 미국 대법원은 1992년 Quill Corp. V. North Dakota 판결에서 소매업자(retailer)가 어느 특정 주(州)에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면, 설령 해당 소매업자가 같은 주의 소비자들에게 우편이나 인터넷을 통해 물품을 판매하더라도 주 정부로서는 이와 같은 소매업자에게 소비세를 징수하도록 요구할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었습니다. 이러한 Quill 판결의 법리는 일명 물리적 존재 요건(physical presence test)으로 계속 유지되면서, 주 정부들이 전자상거래 등 비물리적인 방식으로 영업을 하는 소매업자들에 대하여 소비세 징수의무를 부과하는 것을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인터넷을 통한 전자상거래가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위 판결은 더 이상 거래의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기 시작하였고, 미국 대법원 내에서도 이러한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해서, 2015년에는 Quill 판결 법리의 폐지를 주장하는 소수의견이 나오기도 하였습니다.
 
본 사건의 경우, 대법원에 의해 심사의 대상이 된 것은 물리적인 존재가 아닌 일정한 경제적 연계를 요건으로 소매업자들에게 소비세 징수를 의무 지우는 내용을 둔 South Dakota주의 주법이었습니다. South Dakota는 일부 다른 주들과 더불어 (Quill 판결의 선례에 불구하고) 당해 주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거래를 하는 인터넷 소매업자들에게 소비세를 징수할 것을 요구하는 주 법안을 통과시켰고, 이어서 South Dakota 주 정부는 다수의 인터넷 소매업자들을 상대로 소비세를 징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었습니다.
 
이에 미국 대법원은 South Dakota 주법의 적법성을 판단하면서 Quill 판결에서 확립하였던 법리를 재검토하여 그것이 미국 연방 헌법에 합치되는지 여부를 다시 판단하였고 이에 대해 2018.6.21 에 선고를 하였습니다. 그 후 미국의 각 주 정부는 신속하게 이러한 대법원의 판결 내용을 수용하는 입법조치를 하고 있는데, 지난 7월말까지 미국 주 정부들 중 절반 이상이 해당 주에 소재하지 않는 소매상들에게 소비세를 거래 징수하여 납부하도록 법령개정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쟁점
 
South Dakota 주법은 인터넷 소매업자가 주 내에 물리적 존재를 두지 않고 있는 경우에도, South Dakota 주 내에서 연간 100,000불을 초과하는 가치의 재화 내지 용역을 제공하거나, 연간 200회 이상 거래를 행할 경우에는 물리적 존재가 있는 것으로 보아 소비세 징수를 강제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South Dakota 주법이, ‘주 정부가 주간 무역(interstatecommerce)을 불합리하게 제한해서는 안 된다’는 미국 연방헌법의 원칙을 위반하는지 여부, 그리고 그 전제로서 Quill 판결의 물리적 존재 요건을 유지할 것인지 여부가 해당 사건의 쟁점이었습니다.
 
미국 대법원의 판단
 
미국 대법원은 South Dakota 주법이 주간 무역을 불합리하게 제한하지 않으며 연방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서, 이와 다른 전제의 Quill 판결의 물리적 존재 요건의 법리는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으며 배척되어야 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드리면, 해당 사건에서 미국 대법원은 물리적 존재를 요구하는 Quill 판결은 지나치게 형식적인 구분으로 인해 주 내에 물리적 존재를 회피할 유인을 주면서 시장을 왜곡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보았습니다.
 
미국 대법원은 이와 같은 물리적 존재를 기초로 소비세를 과세한다는 것은 오늘날의 발달된 기술과 경제적 현실과 맞지 않으며, 주정부의 과세권에 대한 사법부의 지나친 간섭 및 제한에 해당한다고 판단하였으며 Quill 판결의 물리적 존재 요건은 그 자체로 합당하지 못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판결의 의의
 
대법원은 종전 Quill 판결에서 요구되던 것과 같이 물리적 존재가 주어지지 않는 경우에도 해당 주와 “상당한 연계(substantial nexus)”가 있는 활동에 대해서는 주의 과세권을 인정할 수 있고, 이러한 상당한 연계가 인정된다면 주간 무역을 불합리하게 제한하지 않아 연방 헌법의 요건을 충족한다는 취지로 판단하였습니다. 이때, 상당한 연계가 기존의 물리적 존재 요건을 대체하는 기준이라면, 그 정확한 의미가 어떠한 것인지가 문제 될 것입니다.
 
이 사건에서 미국 대법원은, South Dakota 주법이 소비세 징수를 위해 설정한 ‘연간 100,000불을 초과하는 거래’ 또는 ‘연간 200건 이상의 거래’라는 구체적인 양적 요건이 인터넷 소매업자와 South Dakota 주 사이에 상당한 연계가 존재한다고 보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러나 상당한 연계로 취급할 수 있는 임계 기준에 대해서는 분명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최근 미국 각 주정부의 입법안에서 제시된 기준 및 향후 이에 대한 대법원의 입장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판결의 시사점
 
본 판결은, 비단 미국 각 주의 입법활동뿐 아니라, 향후 국제조세의 핵심개념인 고정사업장(permanent establishment)개념을 대체할 수 있는 상당한 연계(significant nexus) 개념의 형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시사점이 있습니다.
 
OECD는 2015년 BEPS 프로젝트 Action 1 최종보고서에서 전자상거래를 통한 무형의 국제거래에 대하여 외국사업자에 사업자 등록 의무를 부여하고, 외국사업자의 소비지국에서 부가가치세 징수의무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한 바 있습니다. 특히, 동 보고서는 종전의 고정사업장 개념을 대체하는 새로운 기준으로 과세 연계(nexus)의 도입을 검토하는데, 이는 본 판결의 상당한 연계요건과 그 맥락을 같이 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OECD는 더 나아가 디지털 경제화 및 전자상거래를 둘러싼 조세 문제를 보다 심도 있게 연구하여, 2018년 3월에는 “디지털 경제로 인한 조세 문제에 대한 OECD 2018 중간보고서”를 발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 보고서는 2019년에 추가로 업데이트 되어, 2020년에는 최종보고서가 발표될 것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EU 또한 2015년 “EU의 디지털 단일시장을 위한 전략”을 발표하고 그 일환으로 부가가치세에 대한 실행과제를 수립한 바 있습니다. 현재 EU 부가가치세 지침은 모든 디지털 서비스를 과세 대상으로 보면서 더 나아가 법인세에 있어서도 디지털 서비스세의 도입을 고려 중이며, 이와 관련하여 종전의 고정사업장 개념을 상당한 디지털적 존재(significant digital presence)라는 연계(nexus)로 대체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습니다.
 
해당 판례는 비록 미국 주정부의 소비세 과세 문제를 다루고 있으나 그 판단 근거로 OECD나 EU 등에서 논의하고 있는 고정사업장 대체 개념으로서의 Nexus를 인정하는 것이어서 새로운 Nexus 개념의 논의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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