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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북·미 협상지 '빈'은 평화·중립의 상징처

2018-09-2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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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3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의지가 재차 확인되자마자 미국은 오스트리아 빈을 북미 실무담판의 장소로 지목했습니다. 북한이 아직 수용 여부를 밝히진 않았지만 평화 무드를 깰 필요 없다는 점에서 '빈 담판'이 조만간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근데 왜 미국은 빈을 지목했을까요?

1.다시 물꼬트인 북미간 비핵화 협상

평양선언으로 북미 협상 본궤도…2차 북미정상회담 탄력
(YTN 영상보기)

"북한과 한국으로부터 매우 좋은 소식이 왔습니다. 남북 정상이 만났고, 우리는 훌륭한 반응을 얻었습니다. 저는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친서를 받았습니다. 3일 전입니다. 우리는 북한과 관련해 엄청난 진전을 이뤘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석달 뒤 표류하던 비핵화 협상이 이제 본 궤도에 오르고 있습니다. 미국은 북한이 유관국 참관단이 지켜보는 가운데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을 영구 폐쇄하기로 한 것과 향후 영변 원자로 폐기하겠다는 발표에 호응했습니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평양 선언 발표 이튿날 북미 비핵화 협상을 빈에서 개최하기로, 또 비핵화 달성 시한은 2021년 1월로 못 박았습니다.
 

사진/도널드 트럼프 트위터

2.냉전시대 평화의 상징 '빈'

북미협상 장소 왜 '빈'인가…냉전시대 화해·타협 상징성 지녀
(연합뉴스 읽어보기)

역사적, 상징적, 실질적 측면을 모두 고려한 장소라는 평가가 나온다.

오스트리아의 수도인 빈은 과거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의 정상회담 장소로 종종 이용됐으며 화해와 타협을 이룬 상징성이 제법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과 니키타 흐루쇼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은 1961년 빈에서 역사적인 미소 정상회담을 열었다.

1979년 지미 카터 미국 대통령과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이 빈에서 만났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집권 이후 미국의 탈퇴로 상황이 복잡해지기는 했으나 미국·영국·프랑스·독일·러시아·중국 등 6개국과 이란 간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가 장기간 협상을 거쳐 2015년 최종 타결된 곳도 바로 빈이다. 

=세기적인 화해와 타협을 만들어 왔다는 점은 미국이 '빈'을 지목한 이유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미소 간 냉전 시대 때 회담 장소로 이용된 데다 북미 외교공관이 있고, 오스트리아가 중립국이기도 하다는 점에섭니다. 

핵 검증을 담당하는 국제 원자력기구(IAEA)와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가 빈에 자리 잡은 점, 가장 최근인 2015년 이란의 핵합의를 도출해 낸 장소란 점도 선택 시 고려됐을 것으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북미 대화가 오스트리아에서 열리는 건 최초라 주목됩니다. 그동안 북미 대화는 뉴욕 유엔본부, 스위스 제네바, 독일 베를린,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등지에서 열렸습니다. 트럼프 집권 이후엔 판문점, 싱가포르에서 개최됐습니다.
 

오스트리아 빈 국제 원자력기구. 사진/위키피디아

3.거세지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아

일 언론 "북, 현재 핵폐기 언급 없었다"…'살라미 전술' 분석
(JTBC 영상보기)

일본 언론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의 '조건부 폐기'를 거론한 것에 주목했습니다. 북한이 비핵화 카드를 잘게 나눠서 일종의 살라미 전술을 펼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이번 조치는 그동안 미국이 요구해 온 핵시설 신고나 대륙간탄도미사일의 해외 반출 등 실질적 비핵화 조치와는 거리가 멀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으로부터 남북 정상회담 3일 전 친서를 받았다고 했는데, 이 친서에 정상회담에서는 나오지 않은 '엄청난 진전'이 숨어있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세계적으로 신중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일본 언론은 '핵무기 폐기'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미래의 핵'과 '현재의 핵'을 나눠 미국에게서 최대한의 성과를 끌어내려 보인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김정은 손짓에도 미국 내 비핵화 회의론 여전
(한국일보 읽어보기)

미국 의회가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여전히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9ㆍ9절 행사 수위를 낮추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미국이 화답하기엔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미국 내에서도 몇 가지 상징적 조치 외엔 북한의 핵 능력이 변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의심의 눈초리로 봅니다. 핵 무기를 정권 생존의 도구로 이용하려는 북한의 의도가 바뀌지 않았다는 겁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사진/뉴시스

4.북미협상 '키'는 중국과 미국 내부에 달렸다

“북미협상, 중국 변수와 미국 내부 변수 관리해야 진전”
(세계일보 읽어보기)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메인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전문가 토론회에서 20일 대내외 전문가들은 9·19 합의와 관련해 한국과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자 역할’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앞으로 관리해야 할 위험 변수들을 짚었다. 특히 중국 변수와 미국 내부의 정책 결정 불안 요소를 관리할 것을 주문했다.

=풀어야할 문제는 여전히 산적하지만 '키'는 중국과 미국 내부의 변수를 어떻게 해결하냐에 달려 있는 듯 보입니다. 우선 미국 내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싫어하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반대가 큽니다. 이는 앞으로 협상의 리스크 요인이고, 이를 어떻게 이해시키느냐에 따라 결정될 수 있을 듯 보입니다.

관계당사자가 남북미냐 남북미중이냐에 대한 논란도 이어지고 있지만, 최근 출간된 '대담한 여정'의 정세인 전 통일부 장관 등 전문가들에 따르면 결국 중국도 이해관계자에 포함시키는 것이 낫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정전 협정 당시의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종전, 평화 협정을 체결해야 나중에 말 바꾸기를 안 할 수있기 때문입니다. 중국과 미국 내부의 변수를 잘 해결해야 결과적으로 북, 미협상의 성공 가능성이 보일 거란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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