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기자
닫기
박민호

(CPA에세이)우리는 더 이기적이어야해

2018-06-22 11:37

조회수 : 858

크게 작게
URL 프린트 페이스북
어제 불족발에 맥주를 한잔 하면서 재밌는 TV를 봤다. MNET 국민프로듀서 48. 아마 한국과 일본의 소녀 아이돌 48명씩 총 96명을 만들어내는 프로젝트 같다. 

난 아이오아이 팬이라서 이번에도 기대하며 자주본다. 그러나 정말 많은 아이들이 아이돌이 되려고 몰려드는 것 같다. 우리는 아이돌이 많이 필요하다. 그런데 과학자도 좀 필요하다. 정부가 사교육 좀 까부수고 하고 싶은 공부할 수 있도록 공교육을 잘 만들어줬으면 좋겠다. 대학서열도 좀 없앴으면 좋겠고 영어도 모국어로 채택했으면 좋겠다. 대학보다 실업교육에 더 투자하면 더 좋겠다. 

다음으로는 김어준의 블랙하우스를 봤다. 처음으로 본 방송인데 재밌었다. 일명 월드컵에서 낭패를 본 김병지, 하석주, 최용수 편이었다. 키득키득 거리면서 잘 봤다. 

김병지 전 골키퍼는 히딩크 앞에서 골넣는 골키퍼 되겠다 하는 바람에 바로 벤치행 됐다는 사연. 
하석주 전 국가대표는 멕시코전에서 한 골 넣고 백태클 하다가 벤치행 됐다는 사연.
최용수 전 서울fc 감독은 골대앞에서 홈런볼 날렸다가 벤치행 됐다는 사연. 프로그램의 주제는 월드컵에서 원 없이 뛰지 못한 안타까운 사연정도였다. 선배들의 흑역사라고도.

역시 남 까는 프로그램이 시간보내기엔 짱이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왜 우리는 항상 승리를 못하면 죄송해야 하는 것이었다. 스웨덴 전에서 결국 눈물을 흘린 수비수는 죄송하다는 말 밖에 하지 않았다. 동료들이 '우리는 팀이라 죄송할게 없다'고 격려해도 그 죄송한 마음은 붕붕 떠다닌다. 비단 축구뿐만 아니다. 모든 운동경기 그것도 나라대표로 나가서 금을 못따면 무조건 죄송해야 하는 팔자다. 누구한테 죄송한 것일까.

하석주씨도 백태클 때문에 너무 죄송해서 차범근 당시 감독을 20년 동안 피해다녔다고 한다. 

우리는 365일 죄송하다. 명문대 못가면 부모한테 죄송하고 성과가 안좋으면 부장님한테 죄송하다. 은메달 따도 죄송하다. 동메달은 얼굴을 못든다. 

페북에서는 "왜 죄송하냐 최선을 다했으면 괜찮다"라고 모두 말하지만 뒤에서는 많이 깐다. 죄송해하라고 까는 것 같다. 

결국 누군가는 반드시 죄송해야만 해야 상황이 종료된다. 

우리는 너무 남 까는데 익숙해있고 죄송한 것에 젖어있다. 

자꾸 죄송하다는 것은 우리가 너무 무리지어 사는 것에 익숙해져서 일 것 같다. 하나를 위한 전체는 없고 전체를 위한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죄송하다고 말하게 되면 죄송하게 끔 말하게 하도록 하는 성질이 있다. 외국인과 만나보면 우리는 습관적으로 죄송하다고도 말한다. 

뭘 잘못전달했을때 우리는 'Ah sorry'라고 웃으며 넘긴다. 외국인은 항상 'you don't need to say sorry'라고 답한다. 외국인도 한국사람들이 툭하면 죄송해요라고 말해서 자동반사적으로 답한다. 한국사람은 그게 에티켓이라고 생각하나보다라고 이제 받아들인다고 한다. 

이제는 죄송하다고 말하지 말자. 전체를 위해 충성하는 것은 이렇게 무서운 것이다. 나 자신에게 충성을 하면 그 개인들이 모두 모여 더 큰 세상이 된다. 미안할 건 내 자신이지 남이 아니다. 

잘해보려고 했는데 그저 안됐을 뿐이다. sorry가 아니라 pity, 유감입니다라고 말하자. 공격을 막으려고 했는데 공보다 상대방 발에 먼저 맞아 패널티킥을 당했네요. 아쉽지만 우리측 유효슈팅이 부족했던 것도 보완해야 할 점입니다. 유감이네요. 다음 경기때 보죠. 엄마 사랑해!. 이렇게 쿨해지자. 

축구이야기는 여기까지. 기업에서는 이런 경우를 Business judgement rule이라고 한다. 경영자가 잘해보려고 했는데 망해버리면 법적인 처벌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돈 잘벌다가 금융위기 터져서 회사가 문을 닫으면 CEO가 '죄송합니다'라고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죄송합니다는 돈을 빼먹다 걸렸을때 하는 말이다. 

Due diligence. 신의 성실의 원칙에 입각하여 주주의 이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임원들은 적자가 나도 죄가 없다. 그냥 내려오면 된다. 

축구를 하다가 최선의 노력을 다해 졌다면 박수를 쳐줘야 한다. 국뽕엔 해독제도 없단다. 방법은 우리가 좀 더 이기적으로 변해야 하는 것이다. 

죄송해서 기가 죽는 것보다 쿨해서 기가 사는게 나라에 좀 더 이익이 되지 않을까?

최근 기사를 보니 직장인들의 70% 가까이가 '나는 이기적인 직장인'이라는 답을 했다고 한다. 

아니다! 우리는 최소한 90%까지 더, 지금보다 더 훨씬 더 이기적으로 변해야 한다. 그게 너가 살고 나도 사는 법이다. 

아니다 싶으면 소리쳐라. 

바로 이렇게


<NO!!!!라고>
  • 박민호

  • 뉴스카페
  •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