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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분업화 사회 위험, 국가가 통합 관리해야"

"대진침대 '철보석인 줄' 책임회피…피해자 고통 꼭 덜어줄 것"

2018-06-05 11:54

조회수 :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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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대진침대 일부 매트리스에서 방사성 물질 라돈이 검출된 ‘라돈 침대 사태’ 파문이 커지고 있다. 피폭선량이 법정 안전 기준치를 초과한 14종과 기존에 수거 명령이 내려진 7종을 더해 총 21종 제품 8만7749개가 수거·폐기될 방침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1차 조사에서 문제가 없다고 했다가 5일 만에 기준치의 9.35배까지 노출될 수 있다며 조사결과를 번복했다. 정부의 미흡한 안정성 심사와 제조사의 부주의 등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연상하게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인 법무법인 태율의 김지예 변호사를 만나 사태 원인과 대책, 피해자 구제를 위한 소송 진행 상황에 관해 물었다.(편집자주)
김지예 변호사(법무법인 태율)는 분업화된 사회에서 사회 구조적으로 예방 시스템 갖추고, 국가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위험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진/홍연기자

현재까지의 소송 진행 상황은 어떤가.

일단 대진침대와 국가를 상대로 민사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대진침대가 동부화재 생산물 책임 보험에 가입돼 있어 보험회사를 상대로도 진행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법원에 가압류를 신청했다. 라돈아이 250대를 직접 구매해 의뢰인들에게 주고 침대 매트리스를 측정한 결과를 받았다. 하나하나 감수하고 동영상 녹화가 됐는지 확인 중이다. 소송을 제기하는 3300여 명(6월 1일 기준) 모두가 이렇게 하긴 어렵다. 소송이 길어지면 당사자와 변호사가 힘들고 판사는 집중력이 떨어진다. 소송 기간에 따라 피해자를 구별해 그룹별로 7~8건으로 나눠 소송에 들어갈 예정이다. 신체적 손해 발생한 경우에는 따로 감정을 받을 예정이다.
형사고소는 지난달 23일 대진침대를 상대로 상해, 사기 혐의로 청주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소인은 총 132명이며, 신체적 피해로 병원 진단서를 낸 인원들을 우선으로 추렸다.
 
라돈의 위해성은 어느 정도인가.
 
일례로 10살짜리 건강한 남자아이인데 갑상선(샘)에 문제가 생겼다. 여러 가지 화학검사를 했는데 수치가 너무 높게 나왔다. 청소년기에 접어들기 전에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는 것은 극히 드물다고 한다. 갑상선(샘)에 이상이 생긴 뒤 다른 방에 재웠더니 증상이 호전됐다. 아이가 다른 방을 사용하는 동안 군에서제대한 사촌이 침대를 썼는데 호흡곤란과 어지럼증을 느끼며 건강이 급격히 악화됐다. 실제로 이런 사례가 매우 많다.
 
다른 신체부위에도 위해성이 있나. 
 
폐 질환뿐 아니라 갑상선(샘) 등 신체의 다른 부위에 영향이 없진 않을 것이다. 미세먼지 흡입이 폐뿐만 아니라 많은 질환을 일으키듯이 라돈도 약한 신체 부위에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라돈은 기체를 흡입하는 것으로서 피부를 통해 외부 피폭된다.
라돈은 폐와 기관지에만 작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침대를 사용한 의뢰인들은 갑상선(샘), 피부질환, 안과 질환 등 다양한 증상이 있다. 피폭 증상으로밖에 설명이 안 되는데 라돈으로 전부 설명하려고 하니까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힘든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는데 타당하다. 침대 샘플을 정밀하게 감정할 수 있는 기관에 보내 다른 핵종들이 나오고 있는지도 조사할 필요가 있다.
대진침대를 구매한 사람은 모두 피해자인가.
 
피해자라고 볼 수 있다. 일단 매매 계약상 채무 불이행이 일어났다.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침대를 돈 주고 샀다. 대진침대 측은 음이온이 건강에 유익한지 모르는 상황에서 상업적인 목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물질을 넣었다.
 
대진침대의 구체적 과실을 무엇인가.
 
대진침대 측은 방사능이 나온다는 사실을 알았을 거다. 방사능이 방출되는 원료이면 최소한 얼마나 나오는지 측정해봐야 하지 않나. 방사능이 나오는 물질을 넣으면서 얼마 정도인지도 모른다는 것은 미필적 고의에 해당한다. 또 방사능이 나오긴 하는데 인체에 안 좋은 영향을 미쳐도 괜찮다고 생각한 고의가 있었다고 본다.
 
대진침대의 해명은 무엇인가.
 
‘칠보석 가루인 줄 알았다’. 칠보석 가루가 뭔지도 모르고 그냥 둘러댄 거다. ‘리콜하겠다’, ‘회수 조치하겠다' 정도며, 구체적인 입장이 나온 게 없다. 일단 본인들이 잘못을 인정하는 멘트는 없었으며, 계속해서 부인할 것이다. 매트리스 위에 요를 깔면 방사능 수치가 낮아진다고 하는데 요를 일주일 깔아놓으면 피폭되지 않나.
 
이번 사건은 어떻게 맡게 됐나.
 
연수원 동기가 20대 남자고 운동신경이 뛰어난데 항상 피로감을 호소했다. 요즘엔 바닥에서 생활하는데 몸이 한결 가벼워진 것 같다고 말했다. 친형도 같은 침대를 쓰는데 마찬가지 증상을 보인다. 사내변호사라 사건을 직접 할 수는 없어서 진행할 수 있는 사람을 찾다가 하게 됐다. 피해자들에게 선언이 되는 판결문을 꼭 받아 속히 고통을 덜어주고 싶어 소송에 참여하게 됐다.
 
눈에 띄는 피해 사례가 있나.
 
피부질환이 가장 흔하다. 이건 침대 사용을 중단하면 없어진다. 원인불명으로 많은 사람에게 폭넓게 일어나 폐암 유발 물질로 폐에만 영향을 끼친다는 주장을 반증하기 충분하다. 갑상선(샘)도 마찬가지다. 주목했던 사례 중 하나는 뇌척수액이 많이 차 있는 수두증을 가진 일종의 기형아 출산이다. 소송을 위임한 사람들이 3300여명인데 세 개 케이스가 있다. 일반 통계보다 확실히 높은 수치가 나왔다고 생각한다.
 
소비자 분쟁조정위에 집단분쟁 조정이 신청됐는데 소송에 미치는 영향이 있나.
 
집단분쟁 조정 신청은 분쟁을 조정하는 것으로 기본적으로 침대 교환과 환불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물론 손해배상이나 위자료 부분은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조정이라는 게 대진침대 쪽과 합의가 돼야 이뤄지는 것인데 쉽지 않다. 침대의 교환·환불만을 원하시는 분들은 집단분쟁 조정 절차에 참여하면 된다. 소송을 제기한 분들은 조정에 참여할 수 없다.
 
손해 배상 청구액은 얼마나 되나.
 
위자료는 1000만원이다. 신체상 손해 발생자는 1000만원을 기본으로 하고 사용 자체로 발생한 정신적 손해, 치료비, 향후 치료비는 300만원에서 1억 가까이 넓은 범위로 진행할 예정이다.
환경보호청(EPA)은 라돈의 정상농도 범위를 1리터당 4 피코큐리(pCi/L)로 규정하고 있는데 이수치는 학교·병원·쇼핑몰 등 넓은 공간과 환기시설이 갖춰진 시설을 기준으로 한다. 침대를 사용하는 공간은 보통 9평 미만의 작은 공간이며, 잠을 잘 때 문을 닫고 자지 않나. 그래서 이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미흡하다고 생각해 4피코큐리 미만의 수치를 기록한 피해자들도 따로 모아 청구를 할 예정이다. 장기적이고 지속해서 노출됐다면 충분히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 있다.
 
정부 관리 책임은 없나.
 
국가(대한민국)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방사능 측정을 했을 때 구체적인 검사 결과지와 함께 대진침대에 재료를 공급한 업체의 이름 등에 대해 정보공개신청도 했다. 대진침대가 원안위에 보고한 결함 가공제품의 현황과 조치 방법 등도 청구 내용에 포함했다. 원안위는 라돈 검출 침대를 조사할 당시 모든 핵종이 나오도록 검사를 해야 했다. 민사소송 때도 의미 있는 정보고, 만약 거부된다면 행정소송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소송의 의미는 무엇인가.
 
분업화된 사회에서 우리는 자신이 하는 일 외에 다른 걸 잘 모른다. 누가 뭘 만들고 있는지 모르는 상태에서 신뢰하고 물건을 구매한다. 이 부분에 대한 관리 체계에 문제 생기면 피해는 어마어마하게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다. 그래서 사회 구조적으로 예방 시스템 갖춰야 한다. 침대에만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다. 라돈도 과학기술이 발전했으니까 규명 가능한 거다. 국가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위험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와 한국YMCA전국연맹 등 11개 회원단체가 21일 오전 서울 광화문 원자력안전위원회관 앞에서 대진 라돈 침대 정부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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