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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yong@etomato.com

금융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겠습니다
(백브리핑)알고보니 이빨 빠진 호랑이?

2018-06-01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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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이 취임한지 한달이 다 됐습니다. 애초 정치권 일각에서는 '늑대(김기식)가 가고 호랑이(윤석헌)가 왔다'고 평가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5월 한달동안 윤석헌 원장의 행보는 '칩거'에 가깝습니다. 공개 행사는 중순 열린 '금융감독자문위원회 전체회의'가 유일하고, 내부 임원회의로 일정을 채우고 있습니다. 삼바사태, 채용비리, 금융감독체계 등 현안에 대해서도 발언을 자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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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유성 출장 논란으로 보름만에 자리에서 물러난, 김기식 전 금감원장은 정반대였습니다. 김 전 원장은 정식 취임 전에 업무보고를 모두 받고 취임 날 바로 감독 방향의 큰 틀을 임원들에게 설명했다고 합니다. 일주일 동안 저축은행과 증권사 CEO들을 만났고, 여성가족부 장관을 만나 금융권 성차별을 없애겠다는 메시지도 밝혔습니다. 그의 행보에 당국이나 업권은 정신이 없었습니다.

금융감독장의 행보에 왜 그렇게 관심을 갖느냐. 유난을 떨어야 하는 자리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전자에 대해서는, 문재인정부의 경제민주화 공약에 따라 경제팀은 정부의 '인사시험대'로 지목받습니다. 공정거래위원장 자리에 김상조 교수를 앉힌 게 대표적입니다.

경제민주화의 금융부문을 맡고 있는 자리가 금융감독원입니다. 금융산업 진흥 정책을 담당하는 금융위원장에 관료 출신이 맡고 있기 때문에, 금융감독을 담당하는 금감원장 인사에 그만큼 관심이 모이는 겁니다. 대통령도 금감원장 인사에 대해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한 분야는 과감한 외부 발탁으로 충격을 주어야 한다는 욕심이 생긴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6월부터는 윤석헌 원장의 행보에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들리고 있습니다. 윤 원장이 고령층 소비자 보호에 관심이 많아 감독 드라이브를 걸고, 금융권 수장들과의 릴레이 만남도 추진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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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6월 첫날이 지나는데도 금감원에서는 윤 원장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에 대해 부담스러운 듯합니다. 비서실이나 공보실에서는 "윤 원장이 고령화에 관심이 있다는 등 어떤 키워드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도 아직 불편하다"는 말을 합니다. 이쯤되면 발톱을 감춘 게 아니라, 원래 발톱이 없는 게 아니냐는 생각도 듭니다.

한 사람의 스펙트럼이 다양할텐데, 단정적으로 사람을 평가하면 안되겠죠. 지방선거나 북미회담 같은 굵직한 이슈가 마무리되면, 여러 곳에서 금융현안에 대한 윤 원장의 답을 요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윤 원장으로서도 더이상 피할 수 없이, 어떤 식의 대답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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