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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못다한, 밴드유랑)죽을 뻔 했었고 기타를 잡았다

홍대에서 만난 싱어송라이터 김페리②

2018-05-3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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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원문:(권익도의 밴드유랑)'김페리'가 그린 '도시 청춘'의 좌절과 희망

1주일 만에 눈을 떴다. 강원도 철원에서 서울 강남 성모병원으로 이동해 있었다. 창밖에는 주먹밥 만한 함박눈이 세상을 온통 하얗게 만들고 있었다. 

2010년 군인 신분이었던 그의 얘기다. 뇌수막염으로 쓰러졌고 응급 버스에 실려 그곳까지 닿았다. 진료 의사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할 수도 있다고 부모에게 고했다. 기적적으로 깨어난 그는 허무했다. 내일도, 모레도, 다음주에도 살아있을 거라 믿어왔던 신념이 울렁거리며 뒤틀렸다.

1주일 전까지만 해도 그는 삶의 갈피를 못 정하고 우물쭈물댔다. 중학교 때 천계영의 만화 '오디션'을 보고 음악을 하고 싶었지만 줄곧 '타협'이란 칼날에 베이곤 했다. 먹고 살려면 영상학과가 낫겠다 싶었고 생계 고민이 깊어지면 기타를 들지 않았다. 바보이자 쫄보였다.

병원에서 생각이 스쳐갔다. '내일을 준비하는 것 만큼 중요한 게 오늘을 사는 것이구나.' 그 후로는 뒤도 돌아볼 것이 없었다. 어쭙잖게 살지 말자, 자퇴를 하고 할 거면 확실히 하자, 기타를 폼나게 들어 보자! 

제대 후 2010~2012년 밴드 차이나 몽키브레인, 2013~2014년 밴드 맨 활동을 했다. 밴드 맨은 펜타포트, EBS 스페이스 공감 등 인디씬의 화제 프로그램에서 유명세도 제법 얻었다. 배우 정일우와 친해져 일본 투어도 갔고 밴드만의 재기발랄함을 사랑해주는 팬들도 많았다. 

최근 발매한 솔로 앨범에선 "음악 아니면 할 게 없다"는 초심자의 마음으로 복귀했다. 여러명의 의견을 거쳐 완성되는 앨범의 프로세스 형식을 탈피해 '하고 싶은 음악'을 할 수 있었다. 홀로 완성시켜야 하는 만큼 '확실하게 하자'는 죽음을 앞에 뒀던 과거의 기억도 굳게 되새겼다.

음악 말고는 다른 것 하는 것 없냐는 질문에 '피식' 웃는다. "사실 음악에 대한 생각 말고는 머리에 들어올 만 한 게 없어요. 아침에는 부업을 하고 저녁에 음악을 만들 뿐이죠. 즐겁게 작업하고 선보이는 데 거리낌은 없는 편이에요. 올해 하반기에도 싱글을 계속 낼 생각이에요."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조은채 인턴기자가 함께 동행해 사진을 찍었습니다. 함께 어떤 그림을 담을까 고민하고 고민한 결과물입니다. 저작권은 뉴스토마토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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