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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준

(피플)“내비의 본질 ‘길찾기’ 기본 지킨 게 1등 비결입니다”

대한민국 대표 내비 책임자 이해열 SK텔레콤 카라이프사업유닛장

2018-05-3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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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이해열 SK텔레콤 카라이프사업유닛장(53, 상무)의 머릿속은 온통 'T맵'으로 가득 차 있다. 2014년 이후 5년째 SK텔레콤의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앱) T맵을 책임진 중압감은 그를 T맵의 세계에 가둔다. 이 상무는 T맵을 사용하다가 혹여 이상한 점이 발견되면 담당 직원과 소통하며 개선 방안을 찾는다. 그렇게 하루가 시작되고 하루가 끝난다. T맵에는 음성인식·맛집 검색 등 다양한 기능이 추가됐다. 인공지능 '누구'와도 결합했다. 하지만 내비게이션의 본질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게 이 상무의 철학이다. 아무리 새로운 기능을 추가한다고 해도 내비게이션이라는 기본을 잃으면 T맵의 본질도 훼손될뿐더러 그 생명력도 다 한다는 게 그의 굳은 생각이다. 그렇게 T맵은 국내 모바일 내비게이션 시장 1위를 굳게 지키는 대표주자가 됐다. 지난 28일 서울 중구 을지로 파인에비뉴 빌딩 사무실에서 T맵의 품질 개선에 몰두하고 있는 그를 만났다.
 
이해열 SK텔레콤 카라이프사업유닛장이 서울 을지로 파인에비뉴 빌딩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박현준 기자
 
싸이월드부터 T맵까지…1등 서비스 이끈 SK맨
 
이 상무는 SK텔레콤에서 경영전략 업무를 맡다가 2007년 SK커뮤니케이션즈로 옮기며 IT 서비스에 발을 들였다. 싸이월드가 국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시장에서 정상에 있던 시절이다. 싸이월드본부장을 맡으며 SNS에서 전문성을 쌓은 그는 2011년 SK플래닛의 호핀사업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호핀은 N스크린 서비스다. 실시간 방송이 아닌 주문형비디오(VOD)로 서비스가 제공됐다. SK브로드밴드가 인터넷(IP)TV인 Btv에서 실시간 방송과 VOD까지 함께 하면서 호핀사업부는 2015년 7월 SK브로드밴드로 흡수합병됐다. 이후 이 상무는 SK플래닛에서 T맵을 담당하는 LBS사업본부장을 맡았다. SK텔레콤이 2016년 SK플래닛 LBS사업본부를 흡수합병하면서 이 상무도 다시 친정인 SK텔레콤으로 복귀했다. 그렇게 T맵을 계속해서 책임지고 있다.
 
SK텔레콤의 T맵사업본부는 올해 카라이프사업유닛으로 이름을 바꿨다. 길 찾기라는 내비게이션의 본래 기능에 충실하면서, 사용자가 보다 안전하고 편리하게 운전하는 환경까지 고려하자는 취지다. 현재 85명이 근무 중인 카라이프사업유닛은 60%가 개발자다. 마케팅과 각종 제휴를 담당하는 사업인력까지 T맵을 위한 인력은 모두 모였다. 카라이프사업유닛 구성원들은 T맵 서비스 향상을 위한 토론에 익숙하다. 이 상무도 T맵과 경쟁사 서비스를 비교하며 T맵의 개선점에 대해 고민하고 후배들과 토론한다. 이 상무는 "부서원들과의 토론에서 모인 의견이 하나의 정책이 되고, 나아가 서비스의 철학이 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이해열 SK텔레콤 카라이프사업유닛장이 서울 을지로 파인에비뉴 빌딩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박현준 기자
 
16년차 장수 서비스…"안전운전하면 경제적 혜택 따라갑니다"
 
T맵은 올해로 16년차를 맞은 장수 서비스다. T맵은 지난 2002년 '네이트 드라이브'라는 이름으로 출발했다. 휴대폰의 GPS(위성항법장치) 기능은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초라했다. 2009년 아이폰이 국내 시장에 들어오고 국내 제조사들도 스마트폰을 쏟아내면서 모바일 내비게이션 서비스도 급성장했다. 당초 T맵은 SK텔레콤 가입자들에게만 유료로 제공됐다. 하지만 보다 많은 사용자를 확보하자는 취지에서 2016년 7월 KT와 LG유플러스, 알뜰폰 가입자들에게도 무료로 개방됐다. 이미 평생요금제에 가입하며 돈을 지불한 사용자들에게 환불까지 해준 파격적인 조치였다.
 
하지만 당시 이 상무와 부서원들은 걱정부터 앞섰다. KT·LG유플러스 가입자들이 T맵을 얼마나 사용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 SK텔레콤 가입자들은 휴대폰에 T맵이 기본 설치돼 있다. 하지만 다른 이통사 가입자들은 직접 구글 플레이 스토어나 애플 앱스토어에서 T맵을 다운로드 받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한다. 당시 이 상무는 부서원들과 "타사 가입자 300만명 정도가 T맵을 사용했으면 좋겠다"며 긴장된 마음으로 유입 상황을 지켜봤다. 목표는 2년이 채 지나지 않은 2018년 5월에 달성됐다. T맵의 5월 월간 UV(순방문자수) 1100만건 중 300만건이 KT·LG유플러스·알뜰폰 가입자들이다. 이 상무는 T맵 사용자가 늘어난 것은 많은 도로와 교통정보를 쌓으며 품질을 높인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T맵이 보유한 도로 정보가 국내 내비게이션 서비스 중 가장 많다"며 "서울과 같은 대도시뿐만 아니라 외곽지역의 도로 정보도 많고 정확성도 높다"고 말했다. 개방의 힘은 정확도를 더 높였고, 이는 타 내비게이션 서비스가 근접할 수 없는 차별점이 됐다.
 
SK텔레콤 모델이 T맵의 음성인식 기능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T맵은 16년간 변신을 거듭했다. 피처폰에서 스마트폰 시대를 거치며 앱 형태로 진화했고, 운전방식에 따른 운전점수도 2016년 도입됐다. 지난해에는 SK텔레콤의 인공지능 플랫폼 '누구'가 T맵으로 들어왔다. T맵만 보유한 운전점수는 가속·급가속·급감속의 횟수에 따라 점수로 나타난다. 운전자들은 자신의 운전점수를 통해 가속·급가속·급감속 횟수 등 운전습관을 알 수 있다. SK텔레콤은 T맵의 운전점수에 따라 운전자에게 경제적 혜택을 부여하는 사업 모델도 적용했다. T맵을 이용한 주행거리가 500km 이상이고 운전점수가 61점 이상일 경우 자동차 보험료를 10% 할인해 준다.
 
이 서비스를 하기 전 SK텔레콤은 DB손해보험(당시 동부화재)과 운전점수와 사고율(보험사의 손해율)의 상관관계를 입증하기 위해 데이터로 검증 작업을 진행했다. 그 결과 운전점수가 61점 이상인 집단이 그렇지 않은 집단보다 10% 이상 사고율이 낮았으며 보험금도 적게 낸다는 결론이 나왔다. 현재 T맵을 통한 보험료 할인을 제공하는 곳은 DB손해보험과 KB손해보험 두 곳이다. 이 상무는 다른 보험사들과도 사업 확대를 논의 중이다. 그는 "연말까지 자동차보험 시장의 70%까지 T맵을 통한 가입과 할인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T맵이 보험사들에게 사고를 덜 낼 가능성이 높은 운전자들을 소개해주고, 운전자들에게는 안전운전을 하면 경제적 혜택이 제공된다는 점을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수익 모델은 T맵을 통해 보험에 가입할 경우 보험료의 일부를 SK텔레콤이 가져가는 방식이다. 이미 T맵과 보험사의 연계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비용이 거의 들어가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연간 약 1100만명의 운전자들이 자동차보험에 새로 가입한다. 이들이 T맵과 보험사들에게는 타깃층이다.
 
보험보다 큰 T맵의 매출 창구는 자동차 제조사들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사업이다. SK텔레콤은 르노삼성·기아자동차·쌍용자동차·재규어·포드링컨 등 5개 제조사에게 T맵 전체 서비스와 교통·지도 정보 등을 판매 중이다. 제조사들은 자동차에 결합되는 순정 내비게이션에 T맵을 설치한다.
 
'누구'가 T맵으로 들어오면서 휴대폰을 손으로 조작할 필요 없이 음성으로 목적지를 말하거나, 음식점·관광지 검색도 가능하다. 이렇게 T맵은 진화 중이지만 아직 사람의 손이 필요한 부분도 있다. 가령 강원도 춘천의 한 막국수 음식점이 문을 닫았다면, 폐점 즉시 T맵에 반영되지는 않는다. 해당 음식점이나 관광지에 대한 검색 건수가 줄어드는 것을 이상징후로 여기고 카라이프유닛 부서원들이 직접 방문하거나 전화로 확인한 후 T맵에 반영한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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