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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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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네의 일기에 숨겨진 야한 이야기

2018-05-17 23:57

조회수 : 4,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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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피해 은신처에 숨어 지낸 소녀,
 안네 프랑크가 일기장에 몰래 써 놓았던 '야한 농담'이 처음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고 합니다.

'야한 농담'의 발견을 계기로 안네 프랑크의 새로운 인간적 면모를 엿볼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야한 농담은 대체 뭣이었을까요. 그당시 13세 소녀라면 알건 다 아는 나이일텐데.

안네의 일기에 대한 여러가지 뉴스를 보다가 댓글에서 생각해볼만한 글을 봤습니다. 안네를 기리는 것 만큼 팔레스타인을 좀 생각하라는 글입니다. 팔레스타인을 폭격한 이스라엘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안네가 유대인이기 때문이겠죠. 이스라엘의 폭력의 책임을 과거의, 안네 프랑크에게 묻는 뉘앙스 같은데.. 글쎄요.

안네라는 소녀의 인간적인 면모를 발견했다느니, 팔레스타인 폭격 사건을 갖다붙이는 것은, 수십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안네의 일기가 위인전이 돼버렸기 때문일 것입니다. 마치 우리나라 시인, 한용운이나 윤동주를 제대로 감상하기 전에 교과서에서 배운대로 '항일 문학'으로 규정해버리는 겁니다. 별헤는밤이나 서시, 님의 침묵을 인간적인 그대로 감상하기 전에 선입견이 갖는 것이죠.

안네의 일기를 읽어보면, (10년전에야 한번 읽어봤습니다) 은신처에 숨어 사는 2년 여 동안의 일상을 일기장에 쓴 것입니다. 13세 안네의 눈에 비친 가족과 사람, 은둔생활에 대한 불평, 자신의 고민, 전쟁에 대한 생각을 늘어놓은 일기장입니다.
 
같이 숨어 살게 된 두살 많은 소년을 좋아하고, 가족 몰래 사랑에 빠지는 얘기. 초경을 기대하는 이야기, 행동이 점잖고 이뻐서 사랑을 독차지하는 언니,  엄격하고 잔소리 많이 하는 엄마, 사람 좋고 존경하고 싶은 아버지, 같이 사는 아주머니의 까탈스러운 잔소리. 어느 소녀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기분입니다. 너무 사랑스럽고요.

1944년 6월 11일자, 전쟁이 호전되고 있다는 낙관적인 일기를 끝으로 책은 끝났습니다. 이 날의 일기를 끝으로 3일 후, 그들의 은신처는 독일 군에게 발각되고 8명의 가족 모두 나치수용소로 연행됩니다. 안네의 엄마와 언니는 가스실에 들어갔으며, 안네가 좋아한 오빠를 포함한 가족들도 목숨을 잃었습니다. 안네는 수용소에서 영양실조와 질병에 걸려 전전하다가 종전 2달 전, 안타깝게 세상을 마감합니다.

안네의 일기 책을 오랜만에 훑어봤습니다. 먼 훗날 신문기자나 작가가 되고 싶다는 말이 있군요. 
되고 싶다는 말에서 눈길이 멈추네요.
예쁜 딸아이가 생겨서 그런지, 10년전에읽었을 때와는 느낌이 사뭇 다릅니다.


사진은 2008년,
네덜란드 안네의 집을 방문했을 땝니다. (초췌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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