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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yong@etomato.com

금융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겠습니다
럭비공 같은 학자출신 금융수장

2018-05-04 18:43

조회수 : 3,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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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장에 윤석헌 서울대 객원교수가 내정됐습니다. 민간개혁파, 비관료 출신 등 타이틀이 따라 붙지만, 대학 교수를 지낸 '학자 출신'이 더 맞는 표현이겠습니다. 과거 정권이나 이번 정권에서도 학자 출신이 금융기관 수장으로 내려왔는데, 학자 출신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성향이 있습니다.
 
딱 떠오르는 단어는 '자유로운 영혼'입니다. 학자 출신이라 젊잖을 것 같지만, 정반대로 말을 하는데 거침이 없습니다. 국민의 녹을 먹는 공무원도 아니요, 금융사 임원을 지내면서 눈치를 본 것도 아니요,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다보니 '자유롭다'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현재 산업은행 회장을 맡고 있는 이동걸 전 동국대 석좌교수는 요즘 그만의 소통법으로 유명합니다. 조선업과 자동차산업 구조조정 한창일때 '할말이 있어서 왔다'고 하면서 기자실을 수시로 방문합니다.
 
금호타이어가 법정관리 기로에 섰을때는 기자실을 방문해 '현상황은 청와대도 막지 못한다'고 노골적으로 표현했고, '정치권이 목소리를 내는 토에 생각이 복잡하다'는 등 정치권을 까는 말도 잘 합니다. 기자간담회에서는 기자의 질문이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다고 생각되면 '질문 취지가 잘못됐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산은 내부에서도 '교수 출신이라서 그런 것 아니겠냐'는 말이 나옵니다.
 
박근혜정부때 산업은행 수장을 맡았던 홍기택 전 회장 역시 중앙대 교수 출신입니다. 그는 '자폭발언'으로 유명합니다.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부실지원 비판이 커지자 '산업은행은 들러리만 섰을 뿐'이라며 최경환 당시 부총리와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 임종룡 금융위원장 등의 지시에 의해 이뤄졌다고 폭탄 발언을 했습니다.
 
그는 폭탄 발언을 쏟아낸 후 해외 출장길에서 종적을 감췄는데 파리에 있다더라, 중국에 있다더라 말이 무성하다가 최근에 검찰 소환 조사에 얼굴을 드러냈습니다. 홍 전 회장이 교수 출신이다보니 관료들처럼 억울한 비판은 참지 못했을 것이라는게 공공연한 평이었죠.
 
이명박정부때는 고려대 총장 출신인 어윤대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마이웨이' 기질이 다분했습니다. 그 역시 말이 많기로 유명하다. 10명 이상의 기자들이 달라붙어도 다른 회장들처럼 질문을 피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들 여기서 이러지 말고, 커피숍으로 가서 얘기하자'며 이끌고 갑니다. 어 회장을 수행하는 홍보맨들이 진땀을 뺏지만, 영향가 없는 수다를 들어야 하는 기자들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금감원장에 내정된 윤석헌 교수는 원로 학자에 속하지만,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데 자유롭다고 합니다. 현 정부에서는 경제팀에 학자 출신이 많이 기용되는 모습인데, 럭비공 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일이 많이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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