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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섀도보팅 폐지' 대란 현실로)①정족수 부족에 안건처리 불발 잇따라

올해 수십개사 주총 난항 전망…"당분간 진통 불가피"

2018-03-1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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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섀도보팅 폐지로 주주총회 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감사 선임에 실패하거나 주식분할 등 주요 안건이 무산되는 사례가 현실화되고 있다. 아직 큰 혼란은 없지만 이달 말 슈퍼주총데이가 예정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섀도보팅 폐지에 따른 '주총 대란'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칩스앤미디어는 지난 16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정족수 부족으로 감사 선임에 실패했다. 전갑종 이현회계법인 대표를 감사 후보로 올렸으나 선임하는 데 실패했다.
 
영진약품도 이보다 일주일 앞선 지난 9일 같은 이유로 감사위원을 선임하지 못했다.
 
두 회사 모두 주총 개최 요건은 충족한 상태였으나 감사위원 선임 안건 통과에 필요한 '의결권 있는 주식의 25% 이상 찬성' 기준에 부합하지 못했다. 대주주 전횡을 막는다는 취지로 감사 또는 감사위원 선임시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한데 따른 것이다. 
 
섀도보팅이 없어지면서 생긴 문제다. 섀도보팅은 의결정족수가 부족할 때 주총에 참여하지 않은 주주의 투표권을 한국예탁결제원이 주총 참여 주주의 찬성·반대 비율에 맞춰 대신 행사하는 제도다.
 
주식분할과 정관변경 등 특별결의 안건이 주총을 통과하지 못한 사례도 있다. 에스아이티글로벌과 유지인트는 의사정족수가 부족해 주총에 안건을 올리지 못했고 에이씨티는 주식분할을 추진하다 실패했다. 특별결의는 일반결의(4분의 1)보다 많은 전체 주식의 3분의 1이 필요하다.
 
앞으로 상장사의 주총이 몰려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런 사례는 더 많아질 가능성이 크다. 오는 23일은 546개사가 주총을 열고 일주일 뒤인 30일에는 375개사가 주총을 한다. 그사이에도 매일 100~250개사의 주총이 한 번에 개최된다.
 
한국상장사협의회는 소액주주의 평균 의결권 행사비율 등을 고려했을 때 올해 93개사가 감사위원 선임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추정했다. 내년과 2020년까지 포함하면 3년간 총 516개사가 감사 선임이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상장협 관계자는 "섀도보팅 폐지에 대비해 지난해 임시주총을 열고 감사나 감사위원을 선임한 곳들이 많아 올해 주총 안건이 불발되는 사례가 세자릿수까지는 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그보다는 내년이나 후년에 숫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부터 연말까지 임시주총에서 감사나 감사위원을 선임한 상장사는 모두 153개사다. 특히 4분기에 81개 상장사가 임시주총을 열고 감사나 감사위원을 선임했다.
 
문제는 섀도보팅 폐지의 후폭풍이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데 뚜렷한 해결책은 없다는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섀도보팅 폐지에 대한 기업의 소극적 대응도 감사 선임 불발 등의 문제를 만들어낸 원인 중 하나라는 점에서 무엇보다 주총 참여율을 높이기 위한 기업의 노력이 중요하다"며 "당분간 섀도보팅 폐지에 따른 시행착오를 겪는 성장통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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