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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명연

대안은 없다

2017-06-19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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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여섯살이던 2011년 영국 하층계급의 현실을 다룬 <차브>로 주목받은 젊은 논객이자 가디언 칼럼니스트 오언 존스는 새 책 <기득권층>에서 기득권층을 하나의 이데올로기를 공유하는 집단이라고 정의한다. 영국 기득권층이 공유하는 이데올로기가 바로 대처식의 사고방식이다. 존스에 따르면, ‘자유시장’이라는 신념을 토대로 삼는 기득권층의 사고방식은 다음과 같다. “공공자산을 되도록 많이 영리사업으로 전환하고, 이전에 국가가 경제에서 담당해온 역할에 어느 정도 반대하거나 혹은 그런 국가개입을 적대시하며, 사익에 부과되는 세금의 감면을 지지하고, 어떤 형태이건 현 상태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는 모든 조직을 격퇴한다.”


경제학을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했던 때를 기억한다. 김상조 교수와 또 다른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가 나오는 100분토론을 보면서, 경제학이 우리 사회에 대해 꽤 많은 설명을 제공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했었다. 2007년 2008년즈음으로 기억하는데, 손석희가 진행하는, 대선을 앞둔 토론 프로그램에서 가장 많이 출연하는 부류의 사람이 정치인 다음으로 경제학과 교수들이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공부한 경제학은 전혀...그런 일과는 거리가 멀었다. 복수전공 과목 대부분이 수학문제와 수많은 공식들을 푸는 일을 반복할 뿐이었다. 물론 가뭄에 콩 나듯 정치경제학 수업이 개설되기도 했지만, 뼈대인 원론, 거시, 미시는 내가 기대한 경제학이 아니었다.


그래서 그런 수학문제를 푸는데 평생을 바친 교수들이 우리 사회에 대해...실물경제에 대해 공식을 들먹이며 떠드는 일이 좀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의 논리를 제대로 알고 반박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물론 그때는 나름대로 열심히 공부했었지만, 당연하게도 그 정도 경지에 이르지 못했고 그때 풀었던 공식이 한개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나는 모든 것을 경제 논리로 환원하거나 효율성의 잣대로 판단하는 것에 계속 반박하려고 노력하지 않을까. 그게 전부가 아니라고 믿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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