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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2월25일과 3월21일 사이, 김 변호사에게는 무슨 일이 있었나

2017-04-04 09:49

조회수 : 2,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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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에서 '국민저항총궐기 운동본부(국민저항본부)'이름을 바꾼 박 전 대통령 지지 시민들이 오는 4월5일 창당을 한답니다. '가칭 새누리당'. 여기서 김평우 변호사는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매우 주목됩니다. 그와 함께 탄핵심판에서 박 전 대통령을 대리했던 서석구 변호사 등이 창당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해서 개인적으로 이러저러한 자료를 찾아보다가 우연히 김 변호사를 인터뷰한 <미래한국> 2017년 3월21일자 기사를 보게됐습니다. <미래한국>은 자타가 공인하는 친박 언론입니다.
 
기자)이번 탄핵정국에서 태극기 진영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태극기 진영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변호사님의 역할에 대한 기대도 있는 것 같습니다.
 
김 변호사)저는 정치하고는 거리가 먼 사람이고 앞으로도 정치에 끼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법률가와 법치주의자로 기억됐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습니다. 제가 한국에 와서 보니까 사람들은 24시간 언론에 완전히 잡혀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뉴스나 정보를 어디서 접촉하는가 하는 문제인데요, 우리 뇌와 마음은 99%가 정보매체에 의해 영향을 받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한국 사람보다 쓰레기 정보에 오염되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여기 와서 보니까 한국 사람은 불쌍하게도 90%의 사람이 쓰레기 정보에 오염돼 있어요. 안타깝습니다. 한국 분들은 쓰레기 언론에 휘둘리지 말고 자신이 선택한 것만 집중하세요. <미래한국> 2017년 3월21일자 김평우 변호사 인터뷰 [탄핵 정국에서 빛난 ‘대한민국 변호사’] 중 발췌.
 
"저는 법률가와 법치주의자로 기억됐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습니다"
 
매우 의아했습니다. 지금까지 그가 표방한 자신의 정체성은 정 반대였습니다. 아래를 보시죠.
 
"예, 맞습니다. 저들의 기준으로 보면 저는 막말 변호사일지 모릅니다. 저들의 눈으로 보면 저의 변론은 대한민국 변호사들의 기존 변론방식을 벗어난 막장 변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 말대로 제가 대한민국의 변호사의 자격이 없고 역대 대한변호사협회장님들의 고귀한 이름을 더럽힌 막장 변호사 협회장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들의 기준대로 한다면 저는 올바른 변호사가 아니라 대중을 선동하는 사이비 혁명가로 보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저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이 세계에는 수천만의 변호사가 있고, 대한민국에도 2만명이 넘는 변호사가 있습니다. 그러나 혁명가는 막장이든 아니든 세계 역사에 기백명도 안 될 것입니다. 만일에 저에게 변호사라는 호칭대신에 혁명가라는 호칭이 붙여진다면 설사 '사이비'라는 전제가 있더라도 저는 일생일대의 최대의 영광으로 생각하겠습니다. 저는 기꺼이 대한변호사협회가 내리는 변호사 자격 박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저는 기꺼이 박영수 특검이 내리는 어떠한 처벌도 받겠습니다." (김평우 변호사가 2017년 2월25일 제14차 ‘탄핵반대 집회’에 배포한 [‘아! 나의 사랑하는 조국 대한민국 영원하리라!’]라는 제목의 개인 유인물에서 발췌.)
 
김 변호사는 앞에서 보시듯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전인 2월25일에는 "만일에 저에게 변호사라는 호칭대신에 혁명가라는 호칭이 붙여진다면 설사 "사이비"라는 전제가 있더라도 저는 일생일대의 최대의 영광으로 생각하겠습니다. 저는 기꺼이 대한변호사협회가 내리는 변호사 자격 박탈을 받아들이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이 탄핵되고 검찰에 피의자로 출석하던 당일에는 인터뷰에서 "저는 법률가와 법치주의자로 기억됐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라는 큰 역사적 흐름에서 등장한 사람 중 개인적으로 '비선실세' 최순실에 버금가게 흥미를 가진 인물이 바로 김 변호사입니다. 그가 보기 드물게 화려한 스펙을 가져서도,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에서 보여준 '막말 변론'에 꽂혀서도 아닙니다. 김 변호사가 최근 보여준 '혁명가·승부사 기질' 때문입니다. 저는 그가 45대 변협회장 선거에 출마할 때부터 취재기자로 지켜봐왔습니다. 속속들이 알지 못해서 그런지는 모르지만 지금과 그때의 김 변호사를 동일 인물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새로운 면모를 최근 봤습니다.
 
김 변호사가 사회적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용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반대 진영에서는 어찌보면 무시하는 '캐릭터'입니다.
 
그러나 자기 진영에서는 폭발적인 영향력을 발휘합니다. 군중의 마음을 휘어잡고, 선동하며, 집약된 행동을 이끌어 내 끌고 가는 강력한 힘이 있습니다. 수차례 탄기국 집회를 지켜보며 확인한 사실입니다. 탄기국 내부적으로는 어떤 위치에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김 변호사는 그의 진영에서, 그리고 그 스스로가 이미 '혁명가'입니다. 그를 보는 집회 군중들의 눈은 빅뱅의 탑을 바라보는 10대 소녀의 눈과 같습니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가 마무리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상당수의 분들이 '국론 분열'이라는 말에 히스테리적 반응을 보입니다. "'박근혜 퇴진'이라는 목표에 8대 2 또는 9대 1의 비율로 찬성하는 것이 국민여론이다. 이것을 어찌 분열로 볼 수 있겠는가. 분열을 인정한다는 것은 나머지 '2 또는 1'의 반대 의견을 국론으로 인정해줘야 한다는 말인가"라는 논리가 깔려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역시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입니다. 그리고 이번 사태의 특성상 그 2와 1의 의견을 가진 분들 중에는 우리 부모님들이 상당수를 차지합니다. 이들을 적으로 돌려야 하는 것이 옳습니까.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누구든 표현의 자유가 있고, 집회와 결사의 자유가 있습니다. 김 변호사 그리고 탄기국 집행부가 예의 '2 또는 1'을 모아 '애국정당'을 만드는 것을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과연 스스로 강조하는 “기울어진 나라를 바로 세우고 국민을 대변하는 진정한 애국정당”의 리더로서 적합한 지는 국민적인 감시를 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이번 국정농단과 같거나 유사한 일들이 되풀이 될 것이라는 것은 이미 역사적으로 경험한 바 입니다. 물론 그 감시의 1차적 당사자는 우리 부모님들이 상당수를 차지하는 '2 또는 1'이겠지요. 탄기국 집행부, 특히 김 변호사가 '2 또는 1' 앞에 다시 선다면, 2월25일과 3월21일 서로 정 반대로 달라진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설명해야 할 것입니다.
 
최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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