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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대한민국 운명의 날 밝았다"

헌재, 오늘 박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국민 승복 여부가 국운 결정

2017-03-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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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박근혜 대통령에 파면 여부가 10일 결정된다. 헌법재판소는 이날 오전 11시 박 대통령에 대한 탄핵 여부를 결정한다. 수사기록 5만쪽, 신청된 증인만 90명, 양측 대리인 30명 등 단일 사건만 봐도 대규모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물리적 규모가 문제가 아니다. 선고 결과가 국가의 존망과 직결된다.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은 사상 두 번째지만, 역사적 의미만큼은 헌정사상 첫 번째로, 전무후무한 기록 될 것이다.
 
지난해 12월9일 국회는 탄핵소추안에 대한 무기명 찬반투표에서 국회 재적의원 300명 전원이 본회의에 출석, 299명이 투표해 찬성 234표, 반대 56표로 탄핵안을 가결시켰다. 가결 정족수 보다 34표가 많았다.
 
탄핵소추에 앞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사건에 대한 국정조사’에 관한 법률과 이른바 '최순실 특검법‘ 통과로 박영수 특별검사가 임명됐다. 특검팀에 사건을 인계하기 전인 지난해 11월20일 검찰 특별수사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은 수사결과 발표에서 "박 대통령에 대해 현재까지 확보된 증거를 토대로 판단해볼 때 최순실, 안종범, 정호성 등과 상당부분 공모관계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박 대통령과 최씨 등과의 공모관계를 최씨 등의 공소장에 적시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박 대통령은 피의자 신분으로 공식 전환됐으며, 정식으로 입건돼 수사 대상이 됐다.
 
검사 출신 정치인인 유영하 변호사를 대리인으로 앞세워 검찰 대면조사를 모두 거부한 박 대통령은 두 번이나 언론에 조사를 받겠다고 했으면서도 특검팀 수사에도 일체 협조하지 않았다. 박영수 특검팀은 지난 6일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박 대통령의 조사거부에 대해 “매우 안타깝다”고 평가했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고 특검팀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정계는 급속히 갈라져 사분오열됐다. 새누리당은 바른정당과 자유한국당으로 찢어졌다. 보수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지목됐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은 그 바람을 타고 '대권의 꿈'을 품었으나 귀국 21일만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야권에서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중심으로 안희정 충남지사, 이재명 성남시장 등이 빠르게 앞서 나가면서 이른 대선 분위기를 띄웠다.
 
그 사이 국론은 심각하게 갈라졌다. 촛불집회와 탄핵반대집회가 세 대결 양상으로 번졌다. 지난달 4일 19차 집회에서 누적 참여인원 1500만명(주최측 추산)이 모인 촛불집회로, 같은 날 16차 집회에만 500만명이 참여했다는 탄핵반대 집회로 형제가, 부모와 자식이 뿔뿔이 흩어졌다. 광장에서 촛불을 들면 ‘빨갱이’가 되고 태극기를 흔들면 이른바 ‘꼰대’, ‘박사모’ 취급을 받게 됐다. 한 솥밥을 먹는 가족 앞에서도 정치적 표현을 삼가게 된 것이다. 심지어는 국회가 적법절차를 거쳐 세운 특별검사와 탄핵심판 재판장을 살해하겠다는 공개협박이 나돌 만큼 사회는 험악해졌다.
 
3.1절에는 태극기 게양을 두고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탄핵반대 집회가 ‘애국시민’의 상징으로 태극기를 흔들었기 때문에 무심코 태극기를 게양하거나 광장에 들고 나오면 영락 없는 ‘박 대통령 지지자’로 몰렸다. 궁리 끝에 박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시민들은 국기봉 바로 아래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위로하는 상징인 노란리본을 달아 정체성을 밝혀야 했다. 이 와중에 사드배치를 강행한 정부는 보복조치에 나선 중국에 이렇다 할 대응책을 못 찾고 우왕좌왕 하고 있다. 일부 언론은 북한 김정은의 형 김정남 사망과 북한의 미사일 발사 소식 보도에 과할 정도로 열을 올렸고, 그 사이 사드는 한반도에 기습적인 전개를 시작했다.
 
탄핵심판을 직접 심리해 온 재판관들의 고초도 컸다. 살인적인 증거 검토는 둘째 치고라도 박 대통령 측 대리인단의 ‘막가파식’ 변론은 차라리 폭력에 가까웠다. 박한철 헌재 소장이 퇴임하면서 후임인 이정미 소장 권한 대행이 퇴임하기 전 결론을 낼 것을 당부한 것을 두고 변론종결시까지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은 ‘국회 대리인’이냐는 모욕도 받았다.
 
그러나 탄핵심판 선고 전날인 9일에도 재판관 8명은 담담한 분위기에서 7차 평의를 열고 세부 의견을 조율했다. 같은 시간 헌재 앞에서는 박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탄핵 반대’를 외치며 재판관들을 압박했다. 아이러니 하게도 이명박 정부 때 법치와 민주주의 장벽의 상징이었던 ‘경찰 차벽’은 이날 헌재 정문 앞을 막고 테러 우려자들의 진입을 차단했다.
 
이날 평결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선고 당일 한 시간 전에 평결을 하고 미리 그에 맞춰 준비한 결정문을 들고 헌재 재판관들은 심판정으로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결정문 낭독을 맡은 이 권한대행은 5개 소추사유에 대한 결정이유를 낭독한 뒤 맨 마지막에 주문을 낭독할 것으로 보인다. 낭독이 끝남과 동시에 박 대통령의 파면 또는 복귀가 확정된다. 낭독 시간은 30분 남짓. 주사위는 던져졌다. ‘탄핵정국’ 92일간의 진통을 끝낼 것인지 더 큰 혼돈의 나락으로 떨어질지는 이제 국민의 손에 달려 있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지난달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15차 변론기일에 참여해 증인들의 진술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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