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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아듀! 2016)촛불은 계속 타오른다

2016-12-2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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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2016년 병신년 한 해가 저문다. 1월 4차 핵실험과 대북 확성기 재개에 맞물린 남북관계 경색과 함께 시작한 올해는 테러방지법 필리버스터와 개성공단 폐쇄, 지카바이러스 등 봄부터 녹녹치 않은 사건들이 줄을 이었다.
 
3월 이세돌 9단과 구글이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국이 국민들의 시름을 잠깐 잊게 해줬다. 20대 총선에서 예상을 뒤엎고 여소야대 정국을 형성하면서 정가를 긴장시킨 국민들은 그러나 초여름으로 접어들면서 거센 격랑에 휩쓸렸다.
 
7월부터 진경준 전 검사장과 넥슨 간 ‘주식 대박사건’,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사장을 둘러싼 법조계 비리가 연이어 터졌다. 이 와중에 정부는 사드 배치를 강행했다. 9월에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본격 시행되면서 우리나라의 고질병이었던 청탁과 접대문화 판도를 완전히 바꿔버렸다.
 
재계를 비롯한 시장도 각종 경제지표가 곤두박질 치면서 어려운 한해를 보냈다. 조선·해운 구조조정으로 지난 10월에는 전체실업률이 11년만에 기록을 경신했다. 청년실업률도 17년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재계를 향한 검찰의 사정바람은 어느 때보다 매서웠다. 대우조선해양의 구조적 비리를 표적으로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고, 롯데그룹에 대한 전방위적 수사가 이어졌다.
 
그러나 이것은 서막에 불과했다. 9월부터 언론보도를 통해 점차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권력비리 추문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비화돼 거대한 블랙홀을 형성하면서 모든 것을 빨아들였다. 연설문에 조언만 해줬을 뿐이라는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는 하루만에 거짓으로 드러났다. 박 대통령이 3차 담화까지 나서면 분노한 민심을 되돌리려 했지만, 이미 검찰 수사로 드러난 국정농단의 흔적은 가릴 수 없었다. 검찰조사에 이어 특별검사팀이 꾸려지고, 박 대통령은 국회의원 300명 중 234명의 압도적 찬성으로 탄핵 소추됐다. 그리고 그 후폭풍 속에 여당도 자중지란으로 갈라서면서 29년만에 4당 체제가 들어섰다.
 
10월2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시만 3만여명(경찰 추산 1만2000명)의 촛불이 이 모든 것의 도화선이 됐다. 올해 시민들이 만들어낸 촛불은 학생이나 엘리트, 전문가들이 주도해온 기존 집회와는 결과 격이 달랐다. 젊은 부부들이 유모차를 끌고 광장으로 쏟아져 나오고, 교복입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행진에 나섰다. 단일 집회 전국 최대 운집인원 232만명(경찰 추산 42만 9000명), 9차 누적 참여인원 892만1800명이 한 목소리로 “박근혜 즉각 퇴진”을 외쳤고, 대한민국은 국민의 목소리대로 헌법에 따라 움직였다.
 
이 과정에서 형사 입건된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다. 민주주의의 완벽한 진화요, 법치주의 안에서의 합법적 혁명이었다. 병신년 마지막 주에는 누적인원 1000만명을 바라본다. 그러나 이것이 끝이 아니다. 국민이 직접 나서서 목소리를 내며 스스로 주권자임을 확인한 이상 촛불은 꺼지지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혁명은 진행형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표결을 하루 앞둔 12월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 앞에서 시민단체 등 촛불집회 참가자가 박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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