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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시론)부정부패·형식화된 민주주의·공허한 산업화에 대한 분노

2016-12-29 06:00

조회수 :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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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시위, 한국형 시민혁명은 진행형이다. 벌써 2개월이 지났고 언제까지 계속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렇게 오랫동안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촛불시위에 참석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시위에 참여한 시민들도 서로를 바라보면서 놀라고 있다. 나 혼자만 분노하고 나 혼자만 싸우는 것이 아니라는 연대의식도 촛불시위를 계속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모든 시민의 투쟁에는 이유가 있다. 오래 지속되는 큰 투쟁에는 더 크고 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촛불시위를 두고 위대한 시민의식의 표현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민주주의 의식의 표현이라고도 한다. 모두 맞는 말이다. 하지만 촛불시위의 원인은 아니다. 이번 촛불시위의 근본 원인은 분노다. 그것도 오랫동안 축적된 깊은 분노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분노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깊고 오래된 분노다.
 
먼저 대한민국 시민들은 박근혜 정부의 부정부패를 보고 분노했다. 하지만 이것은 표면적인 현상이다. 시민들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동안 속절없이 형식화되는 민주주의를 보고 깊이 분노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경제성장이 더 이상 서민을 잘살게 하지 못하는 공허한 산업화에 깊이 실망했다. 부정부패·형식화된 민주주의·공허한 산업화라는 삼각파도가 깊고 오래된 분노를 만들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이렇게 오랫동안 촛불시위가 계속될 리 없다.
 
첫째, 박근혜 정부의 부패는 촛불시위의 출발점이다. 권력은 사유화되었고 부정부패는 창궐했다. 국가행정은 돈벌이에, 국가예산은 개인금고처럼 이용되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검찰·경찰은 최순실을 위하여 행정기관 장악에 이용되었다. 부정부패는 필연적으로 정부의 무능과 국가시스템 마비를 초래했다. 국가가 위기에 빠진 것이다.
 
둘째, 이명박 정부 이후 민주주의 후퇴는 시스템의 붕괴를 초래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동안 민주주의는 계속 후퇴했다. 광우병사태·한명숙 총리사건·정연주 KBS 사장 사건·미네르바 사건·4대강·전교조 해산·통합진보당 해산·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사건·국정원 대통령 선거 개입·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등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로 많은 민주주의 위기가 있었다. 시스템으로 이명박, 박근혜 정부의 폭주를 막지 못했다. 시민들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을 확인했다.
 
셋째, 공허한 산업화는 분노의 근본 원인이다. 경제는 성장했지만 시민들은 성장의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재벌은 돈을 벌었지만 중소기업과 서민은 더 어려워졌다. 빈부격차·사회양극화·부와 가난의 세습·일감몰아주기·일자리 실종·세대간 대결·상시적인 구조조정·정경유착·자영업자의 몰락·골목상권 침해·불공정경쟁·빚으로 생활하는 대한민국·중산층의 몰락·비정규직 증가·노동조합 조직율 저하·사회적 약자의 증가 등이 산업화의 결과 우리 손에 남은 것이다. 산업화에 성공했다지만 우리의 삶은 더 힘들어지고 더 위기에 빠졌다.
 
부정부패, 형식화된 민주주의, 공허한 산업화에 대한 불만이 쌓이고 쌓였다. 이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보여준 민주정부는 계속되지 못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우리 사회의 근본 문제를 해결하기는커녕 이에 기생하면서 문제를 악화시켰다. 해소되지 않는 분노는 쌓일 뿐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분노 폭발의 계기로 작용했다.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부정부패였기 때문에 당장의 분노가 더 크게 보인다. 하지만 시민들의 분노는 더 깊고 오래된 것이다. 30년 이상 쌓여온 분노가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를 계기로 폭발한 것이다. 그래서 촛불시위에 누구의 예상보다도 더 많은 시민이 더 오랫동안 참여하고 있다.
 
촛불시위는 계속될 것이다. 분노의 원인을 해소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부정부패를 뿌리 뽑고, 민주주의를 실질화하며, 산업화의 성과를 시민들이 공유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다. 이것은 곧 개혁을 의미한다. 국가를 새로운 수준으로 바꿀 정도의 개혁만이 촛불에 대한 해결책이다. 수구세력 추방·정권교체·경제교체·대청소에 버금가는 대개혁이 이루어져야 한다.
 
결론은 개혁이다. 현재 개혁에 앞서는 것은 없다. 개헌이든, 정계개편이든 그 어떤 것도 이에 앞설 수는 없다. 개혁의 성과를 바탕으로 모든 것이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 새로 출발해야 하는 것에는 개헌과 정계개편도 포함된다. 대통령 선거도 예외가 아니다. 촛불시위, 시민혁명의 개혁 요구에 가장 걸맞는 정권교체가 되어야 한다. 개혁에서 멀어지면 시민들이 용납하지 않는다.
 
김인회 인하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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