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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획③)대통령 불소추특권은 무소불위 권리인가

'소추' 범위 두고 해석 갈려…검찰 수사 의지가 관건

2016-11-0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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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최순실 게이트’, ‘국정농단’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은 징계적 성격의 탄핵만으로는 덮을 수 없는 분위기다.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대통령의 불소추특권 규정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검찰 수사를 정면으로 압박하는 조항이자 박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방어막이다.
 
핵심 문제는 ‘소추’범위의 법리적 해석이다.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로 지금껏 선례가 없어 법원이나 헌법재판소, 검찰 등 법조 실무계에서 비중 있게 연구되지 못했다. 학계에서만 다수설과 소수설로 해석이 형성돼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다만 헌재는 1995년 1월20일 이른바 ‘12·12사태’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에서 내란이나 외환의 죄 외의 범죄 공소시효는 대통령 재직 중 진행이 정지된다고 결정했다.
 
다수설은 소추의 범위를 '검사의 공소제기'로 한정한다. 다시 말해 대통령 재직 중에도 수사당국의 수사에 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헌법상 '법 앞의 평등' 원칙과 수사상 증거인멸 차단의 필요성 등에 근거를 두고 있다. 다만, 구속 등 강제수사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송기춘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상 대통령불소추특권의 예외로 내란과 외환의 죄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수사를 해봐야 밝혀질 수 있는 것”이라며 “같은 맥락에서 수사는 기본적으로 가능하다”고 밝혔다. 송 교수는 “다만 대통령의 직무 특성을 고려할 때 체포나 구속,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문제될 수 있다”며 “체포나 구속 요건인 도주우려 등이 인정돼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수사는 매우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재화 변호사 역시 “불소추특권은 기소가 안 된다는 권리로 수사는 가능하다”며 “이른바 ‘전두환 특별법’ 제정도 이런 원칙을 배경으로 깔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직 중 수사를 제한한다면 대통령이 증거를 다 인멸할 것인데 그 후의 소추가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며 “수사는 재직 중 하되 기소만 임기 종료 후 하라는 것이 헌법 취지”라고 강조했다.
 
현 정부에서 행정자치부 장관을 역임한 새누리당 정종섭 의원은 강경론자다. 과거 서울대 교수 시절 저술한 ‘헌법학원론’에서 ‘대통령이 내란 또는 외환의 죄에 해당하지 않는 죄를 범한 경우에도 수사기관은 수사를 할 수 있다. 압수수색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시간이 경과하면 증거를 수집하기 어려우므로 대통령의 재직 중 범죄행위에 대해서도 수사기관은 언제나 수사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소추의 범위는 기소와 수사 모두를 뜻하는 것으로 헌법상 대통령 재직 중에는 수사할 수 없다는 소수론도 있다.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그의 저서에서 “수사는 기소와 처벌을 전제로 하는 것인데 대통령은 기소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재직 중 수사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헌법전문 법조인은 “헌법 규정상 대통령의 안정적 국정운영을 보장한다는 데 무게가 있다고 봐야 하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정지되는 이상 내란 또는 외환의 죄가 아니면 임기를 마친 뒤 수사를 거쳐 기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대통령에 대한 헌법상 불소추특권에 대한 판단의 물꼬는 검찰이 터야 한다. 특별검사제 도입을 두고 여야가 진통을 겪고 있어 수사 종료시까지 결론이 나지 않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형태의 특별검사가 도입되든, 그 전까지 최대한 진실을 규명해야 하는 도리가 검찰에게는 있다.
 
이영렬 특별수사본부장은 앞서 지난달 27일 특별수사본부 설치 기자 간담회에서 '성역 없는 수사에 대통령이 포함되느냐'는 질문에 "대통령은 형사 소추의 대상이 아니다"라고 말해 사실상 수사대상에서 제외됨을 시사했다.
 
그러나 다수의 헌법학자들이 수사가 가능하다는 의견을 지지하는 가운데 최씨가 긴급 체포되면서 박 대통령이 연루된 의혹의 정황들이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국민 여론이 진정한 의미의 '성역 없는 수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검찰이 소극적 해석으로만 일관할 수는 없다. 온 국민이 검찰을 주목하고 있다. 수사 의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때이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최순실 게이트'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한 지난달 27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차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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