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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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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주의 대통령도 '그린벨트' 챙겼는데

2024-03-30 08:37

조회수 : 1,4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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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임지윤 기자] 한때 '그린벨트(GB·개발제한구역) 전담 비서관'까지 뒀던 적이 있습니다. 1971년 그린벨트 제도를 국내 최초 도입한 박정희 전 대통령 때입니다.
 
박 전 대통령은 그린벨트 설정 지시를 직접 내렸을 뿐 아니라 지속해서 챙겼습니다. 전담 비서관에겐 본인 헬기까지 내줬다고 합니다.
 
역설적인 일입니다. '개발지상주의' 박정희 대통령이 '환경 보전'을 위해 지정한 그린벨트를 각별한 신경을 썼다니 말입니다.
 
이유가 뭘까요. 바로 '서울 집중화 해소'였습니다. 당시 성장주도 정책을 통한 급속한 산업화, 도시화로 대도시 지역에 인구와 산업이 과도하게 집중되자 이를 해결하려 꺼낸 카드였습니다.
 
그린벨트는 도시팽창을 억제하고 도시 주변 개발행위를 제한하기 위해 설치된 공지와 저밀도 토지이용 지대를 의미합니다. 도시 과대화 방지, 자연환경 보전, 공해 문제 및 난개발 방지, 중요시설물 보호 등에 목적을 둡니다
 
한 마디로 원칙적으로 개발이 금지되는 지역을 '그린벨트'라고 보면 됩니다. 우리나라 그린벨트 제도는 영국과 함께 자연환경 보존의 긍정적 사례로 전 세계에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린벨트는 김대중 전 대통령 때부터 해제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1998년 1차 해제가, 2008년 2차 해제가 이뤄졌습니다. 그린벨트 내 축사로 위장해 불법적으로 들어선 물류창고와 공장 등이 난립하며 사회문제가 됐습니다.
 
그렇다고 불도저처럼 진행하진 않았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개발제한구역 제도 개선협의회'를 구성해 난개발 방지, 해제로 인한 이익 환수 등 7가지 규제 조건을 세웠습니다. 또 1년 5개월간 전체 회의 10회 및 3개 분과위원회 17회 등을 열었습니다. 환경 분야 5개 기관을 통한 환경평가·도시여건 연구도 실시했습니다.
 
1998년 12월 24일 소공동 롯데호텔 아테네 가든에서 환경단체들과 갈등을 풀기 위한 '그린벨트 회담'은 아직도 회자됩니다. 환경단체들은 회담장에서 정부 계획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결국 정부는 1·2등급지는 건들지도 못하게 됐습니다.
 
하지만 그린벨트가 도입된 지 40여년이 지난 지금, 윤석열 대통령은 자연보전을 위한 최후의 보루 '1·2등급지'마저 해제한다고 밝혔습니다.
 
대체지를 마련하겠다는 한 가지 조건만 붙였을 뿐입니다. 환경단체 등을 포함한 협의회도, 장기적 종합계획도 없었습니다. 국민 여론을 수렴하지도 않았습니다.
 
오래전부터 '보전론'을 펼쳤던 환경부는 입을 꾹 닫습니다. 기자가 환경부 환경영향평가 관계자에게 그린벨트 해제에 관한 환경부 입장을 물어봤는데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사업이라 모른다"며 책임을 떠넘기기 바빴습니다. 환경평가 1·2등급지 그린벨트를 푸는 중대한 사안임에도 말입니다.
 
정부는 현재 그린벨트 해제 이유로 '지방 활성화'를 내건 상태입니다. 이해 안 됩니다. 지금 지방은 사람이 없어 미분양으로 골머리를 앓습니다. 전체 국토의 3% 정도밖에 안 되는 그린벨트를 푼다고 경기가 얼마나 살아날까요.
 
그린벨트는 한번 풀어버리면 다시 지정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적절한 계획과 대책 없이 막연한 개발 환상만 가지고 그린벨트를 풀어 젖힌다면 지방은 더 빠르게 소멸의 길로 빠질 겁니다.
 
진짜 지방 활성화를 위한다면 오히려 박정희 전 대통령처럼 해야 하지 않을까요. 수도권 그린벨트를 늘려 인구를 분산시키는 게 맞습니다. 부디 한국 산업화를 이끈 박 전 대통령 지혜를 윤석열 대통령이 얻어가길 바랍니다.
 
국토교통부와 농림축산식품부는 28일 환경평가 1·2등급지도 개발제한구역(GB) 해제를 허용한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세종=임지윤 기자 dlawldbs2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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