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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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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튼소리

2024-03-26 20:13

조회수 : 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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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꽃, 제비꽃, 얼음새꽃, 괭이밥꽃. 작고 보잘 것 없는 꽃들에 이끌려 봄은 뭉그적대며 온다. 봄이 와야 꽃이 핀다는 말은 허튼소리다. 꽃이 피어야 봄은 찾아온다."
 
지하철을 타려고 기다리다 보면 유리문에 써 있는 시들이 가끔 눈에 띕니다. 신진작가들 또는 일반인들이 쓴 시일 것 같은데요. 짧은 글귀지만 요즘 봄을 보면 정말 봄이 언제 오는지 알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상기온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봄이 오는지도 모르게 지나가거나 청개구리 날씨가 반복되고 있기 때문인데요. 그야말로 '춘래불사춘'입니다. 
 
봄이 왔지만 꽃이 피지 않는 기현상 때문에 가장 속앓이를 하는 곳은 전국 지자체라고 합니다. 작년에는 4월에 축제를 계획했다가 꽃이 3월에 일찍 피어 '꽃 없는 축제'를 치렀는데요. 올해는 기껏 축제일을 3월로 당겼더니 꽃샘추위로 또 꽃없이 축제를 치르게 생겼습니다. 전국 최대 벚꽃축제인 경남 창원 진해군항제는 축제 시작 후에도 벚꽃 개화율이 10%대에 그치고 있다고 합니다. 
 
속앓이는 과수 농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이상 고온 이후 닥친 급격한 저온 현상 때문에 과수 농가는 생산량 감소라는 직격탄을 맞았는데요. 올해도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정부는 이상 기온으로 인해 사과, 배, 복숭아 등 기형 열매 발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농가에 긴급 문자 알림서비스를 보내 각별한 대응을 당부하고 있습니다.
 
예전만 해도 선조들이 정한 24절기가 어떻게 이렇게 딱 맞을까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요즘은 기후 이상현상으로 절기도 편차가 커지고, 심지어 계절 주기까지 흔들리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여름은 점점 길어지고 봄, 가을은 사라지고 겨울은 짧아지고 있음을 체감합니다. 성난 자연은 인간이 정한 기준을 허튼소리로 만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후 악재로 가격이 고공행진 중인 사과(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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