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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방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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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김종대 "진보당, 북한 문제에 대해 새로운 입장 밝힐 때"

(황방열의 핫피플)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 "녹색정의당, 일반 병실로 가느냐 장례식장으로 가느냐 기로"

2024-03-05 17:29

조회수 :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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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대(58) 전 정의당 의원은 민간에서는 첫손에 꼽히는 국방·안보 전문가입니다. 
 
1993년 14대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임복진 의원(민주당) 정책비서로 입문해, 김대중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안보분과 행정관과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국방보좌관실 행정관 등을 거친 뒤, 2016년 20대 총선에서는 정의당 비례대표로 당선돼 4년 임기 전체를 국회 국방위원으로 일했습니다. 국회를 떠난 이후에 국방·안보 분야에서 활발하게 언론 활동을 벌여, 그 스스로 "의원 때보다 지금이 더 사회 영향력이 큰 것 같다"고 말할 정도입니다.
 
정의당이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숱한 주변 인사들이 그에게 올해 4월 총선에 민주당으로 출마하라고 제안했고, 실제로 지난해 11월에 민주당 인재위원회 측에서 그에게 영입 제안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정의당을 떠나지 않겠다며 거절한 뒤 당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을 맡았고, 녹색정의당 출범 이후에는 평당원으로 백의종군하고 있습니다. 
 
지난 5일 <뉴스토마토>에서 만난 김 전 의원은 친정인 녹색정의당의 '절박한' 상황을 포함해 총선을 앞둔 우리 정치의 현실을 그 특유의 구수하면서도 유머 넘치는 화술로 진단했습니다. 국방·안보는 제쳐놓고 총선을 앞둔 정치 분야만 다뤘습니다. 다음은 김 전 의원과 나눈 문답 요약입니다.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뉴스토마토> 사옥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정의당을 탈당할 생각이 없고, 살아도 여기서 살고 죽어도 여기서 죽을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사진=뉴스토마토)
 
"살아도 정의당에서 살고, 죽어도 정의당에서 죽겠다"
 
-민주당에서 총선 출마를 전제로 한 영입 제의도 받은 것으로 아는데, 응하지 않은 이유는.
 
민주당 인재영입위원회가 출범하기 직전에 김성환 민주당 의원(인재영입위원회 간사)을 만났는데요. 15분 만에 얘기가 끝났습니다. 민주당에서는 제가 탈당을 했거나 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는데, 잘못 알고 있었던 겁니다. 저는 정의당을 탈당할 생각이 없어요. 살아도 여기서 살고 죽어도 여기서 죽을 겁니다. 
 
2015년에 정의당에 입당할 때 주변에서 모두 반대했습니다. 정의당은 계파가 강한 정당이니 출마해봤자 희망이 없다는 거죠. 그런데 제가 비례대표 경선에서 압도적 1위를 차지하면서 계파 정치를 극복했습니다. 당시에 많은 분들이 지지해준 건데 어떻게 등을 돌릴 수 있겠습니까. 김종대 정치의 첫 번째는 의리입니다.
 
두 번째는 진보정당의 역할이에요. 여전히 진보 정당은 소금 정당이자 등대 정당인데요. 이런 진보 정당이 있고 없고가 대한민국 정치에 영향이 크다고 봅니다. 일종의 나비 효과라고 봐야겠죠. 진보 정당 없이 노란봉투법이나 중대재해처벌법을 상상할 수 있을까요? 
 
또 이태원 참사, 화물연대 파업 현장에 가보면 밤새워 함께 농성하는 건 진보 정당입니다. 그런데 진보 정당이 사라지면 이분들을 누가 지키겠습니까.
 
-다른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비례대표 선거제에 대해 병립형으로 가겠다는 방침이었고, 이재명 대표가 2월 5일 광주에서 현행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 방침을 밝히는 자리에서 준위성정당이라는 표현을 했는데, 이것이 정의당이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이 참여하지 못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했는데, 정확히 어떤 얘기입니까.
 
저는 아직도 수수께끼인 것이, 이재명 대표가 왜 진보정당과 시민사회와 연대를 하면서 연합정당이라는 표현을 안 하고 준위성정당이라는 표현을 썼냐는 거예요. 이건 결국 4년 전 2020년 총선 때 준위성정당 시즌 2라는 얘기밖에 안 되는 겁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를 모두 부정하는 거예요. 
 
-이재명 대표가 연합정당이라는 표현을 썼다면 녹색정의당도 민주당의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할 수 있었다?
 
정의당은 연합 정치를 주장했고, 녹색당과 연합정당을 만들었습니다. 만약 민주당이 연합을 하겠다고 했으면 녹색당과 정의당의 연합 모델을 그대로 쓰면 되겠죠. 그런데 준위성정당은 민주당을 기본 플랫폼으로 해서, 몇 자리 비워놓을 테니 그 안으로 들어오라는 거예요. 
 
이렇게 되면서 정의당 내에 저 같은 연합주의자들의 발언권이 위축된 거죠. 민주당 위주의 위성정당을 만들고 나머지는 들러리 세우겠다는 게 되면서 할 말이 없어진 겁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정의당은 민주당에 명확한 입장을 요구했는데요, 명확한 대답을 하지 않고 병립형으로 회귀할 것처럼 하다가 준연동형으로 돌아선 것 아닙니까. 결국 진정성 있는 소통의 부재가 이런 불행을 낳은 거죠. 
 
-지금 고양갑 선거구에서 심상정 의원의 선거운동을 돕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상황이 어떻습니까.
 
아주 안 좋습니다. 그런데 제가 심상정 후보를 도울 수밖에 없는 이유가 하나 있어요. 심상정에게 씌워진 가짜뉴스 낙인이 하나 있는데요.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당시 후보와) 단일화를 하지 않았다는 거예요. 그런데 이건 완전한 가짜뉴스입니다. 제가 당시 심상정 대선후보 비서실장이었는데요. 심 후보와 제가 모르는 단일화가 있을 수 있습니까? 민주당은 안철수·윤석열 후보의 단일화는 없을 거라 판단하고 안철수 후보에게 모든 힘을 썼어요. 그게 민주당의 선거 막판 전략이었고, 심상정은 관심 밖이었죠. 그런데 안철수·윤석열 단일화가 있었고, 그 이후로도 이재명 대표는 전화 한 통 없었어요. 이러한 불명예를 심 후보가 다 감수하고 있는 겁니다. 
 
-현재 녹색정의당의 전반적 상황은 어떻습니까. 
 
20년 넘게 이어져 온 진보정당, 진보정치의 역사가 단절되느냐, 이어지느냐의 절박한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제가 정의당에 비상대책위원으로 간 건 사실상 중환자를 돌보러 간 일종의 요양간병사였다고 생각하는데요. 지금은 더 어려운 상황입니다. 연합정당의 연명 치료를 거부하고 혼자 힘으로 기적적으로 생환해서 일반 병실로 가느냐, 아니면 생명줄이 끊어져서 소멸돼 결국에는 장례식장으로 가느냐의 기로에 놓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의 절박한 상황이죠.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뉴스토마토> 사옥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민주당의 공천을 보면 한국 사회 진보도 많이 늙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사진=뉴스토마토)
 
"한국 사회 진보도 많이 늙어…가지치기 더 많이 해야 '고목 민주당'에 꽃 필 것"

-민주당은 공천을 둘러싼 갈등과 논란이 한창입니다.
 
이제 한국 사회의 진보도 늙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국민의힘이 훨씬 더 하긴 합니다만, 이젠 진보도 기득권이고 늙었습니다. 2000년 대 초반에 우리가 노무현 대통령 만들 때 30대 정치인들이 얼마나 톡톡 튀는 감성과 발랄함으로 역동성을 만들었습니까. 그렇게 노무현 대통령을 만들었던 사람들이 20년이 지난 지금은 모두 기득권이 된 것 같아요.  과거에 우리가 부정했던 계파와 기득권이 현재 586들에게서 나타나고 있는 거죠. 우리 청년들은 MBTI와 인공지능으로 무장한 세대입니다.새로운 감성과 활력을 갖고 있는데 그런 에너지를 진보를 재구성하는 데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늙은 고목나무에도 꽃은 핍니다. 하지만 고목에 꽃이 피기 위해서는 가지치기가 필요하죠. 민주당은 기득권 가지치기를 더 많이 해야 꽃이 필 수 있습니다. 현역 의원이다, 계파의 핵심 인물이다, 이런 식으로는 민주당에 희망이 없어요. 지금은 진보를 재구성해서 새로운 시대정신을 만들어 내야 꽃이 필 수 있습니다. 
 
-이번 총선 구도가 '윤석열정권 심판'에서 '이재명 대 한동훈 구도'로 바뀌었고, 이 때문에 민주당은 하락하고 국민의힘은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일견 그렇게 보입니다. 정쟁의 한복판에 있던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사라졌어요. 대통령이 전임 정부 탓과 이념 발언을 하지 않고 지역 개발 공약 외에는 입을 다물면서 논쟁의 중심에서 사라진 겁니다. 이런 부분이 정권 심판 논리를 약화시켰습니다. 
 
대신 그 역할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하고 있는데, 증오의 언어로 정치를 하고 있어요. 굿캅-베드캅으로 일종의 역할 분담이 된 거죠. 총선까지만 유효한 역할 분담이지만 윤 대통령은 민생 토론회로 표를 벌고, 한 위원장은 증오로 민주당을 초토화시키는 구도가 짜여 있는 겁니다. 반면 민주당은 아무래도 역동성에서 밀리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이러한 상황은 선거운동까지만 유효할 겁니다. 정권심판론이 아직 건재하기 때문에 민주당이 공천을 마치고 새로운 진용을 구축하게 되면 그때부터는 전혀 다른 국면이 펼쳐질 겁니다. 
 
"조국혁신당, 아직까지 정당으로 인정하기에는 힘이 부족"
 
-문재인정부 시절 조국 전 장관 사건에 대한 입장을 둘러싸고 정의당이 크게 분란을 겪은 바 있습니다. '조국혁신당'에 대한 녹색정의당의 입장은 어떻습니까.
 
우선 조국혁신당이 좋은 결과를 만들길 바랍니다. 우리가 다하지 못한 진보의 영역을 나눠서 분담할 수 있다면 잘된 일이라고 보는데요. 지적할 부분은 해야 합니다. 
 
첫째 조국혁신당에 지역구 출마자가 없다는 거예요. 지역구 후보 없이 중견 진보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까? 선거운동이 시작되면 지역에 가서 시민들을 만나서 정강 정책도 홍보하고 TV토론도 나가야 확장성을 넓힐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지역구 후보가 없어서 움직이지 못하는 정당이라고 한다면 어떻게 본인들의 실력을 보여줄 수 있습니까. 아직까지 순수 비례 정당처럼 보이는데 이건 정당으로서의 큰 흠결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는 아직도 인재영입이 2호까지 밖에 없다는 겁니다. 앞으로 누굴 채워갈지 검증의 무대에 서게 될 텐데요. 현재로서는 지지율 20%를 유지할 준비가 돼 있는 것인지가 불확실의 영역으로 남아있습니다. 급조된 정당의 한계를 어떻게 돌파할지 보여주지 않는다면 지지율도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겁니다. 현재로서는 민주당의 부진으로 인한 반사 이익 성격이 크기 때문에 이런 문제들을 잘 보완해나가야 한다고 봅니다. 아직까지 정당으로 인정하기에는 조국혁신당에 힘이 부족하다고 봅니다.
 
-조국혁신당은 윤석열정권 심판을 위해서 지역구에서 민주당과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지 않겠다는 건데요. 
 
녹색정의당은 지역구 후보자들이 출마하는데 이것은 불가피하게 우리의 선거 공간을 마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정의당이 이미 빚더미에 오른 당인데, 또 빚을 내서 후보자를 지원하고 있어요.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당원들의 희생으로 후보를 내는 건데요. 조국혁신당에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고 할지라도 상징적인 지역구 출마자는 내는 것이 유권자에 대한 예의고, 제도에 대한 존중입니다. 비례정당의 난립 사태는 정치의 공해입니다.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뉴스토마토> 사옥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공천 면면을 보면 윤석열 방탄 공천이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진=뉴스토마토)
 
"국민의힘 공천이 조용? 독재자는 항상 조용하게 통치"
 
-상대적으로 국민의힘 공천은 조용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독재자는 항상 조용하게 통치합니다. 국민의힘 공천 면면을 보면 윤석열 방탄 공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선 고 채수근 상병 사건에 외압을 행사한 당사자들이 두 명이나 단수 공천을 받았어요. 이 사건을 특별검사가 수사하게 된다면 수사 1번 대상자들인 임종덕 전 국가안보실 2차장과 신범철 전 국방차관이 그렇죠. 충남 당진에는 이명박정부 댓글 부대를 운영하다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정용선 전 경기경찰청장이 광복절에 사면 돼 단수 공천을 받았습니다. 윤 대통령은 박근혜 국정농단 세력을 수사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지금 공천을 보면 촛불 이전으로 돌아가는 공천을 하고, 더불어서 자기 방탄도 하는 공천을 완료한 겁니다.
 
또 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수 의혹 방탄을 위해 현역 의원을 대거 살려놨죠. 애초에 인요한 혁신위원회에서 예고한 대규모 물갈이 내지 중진 험지 출마는 없던 일이 된 거예요. 이런 체제 안에서는 노동개혁·연금 개혁이 불가능합니다.
 
-민주당이 주도하는 더불어민주연합에 진보당이 참여한 걸 두고 국민의힘은 종북 세력의 트로이 목마라고 비난하고 있습니다.  
 
진보당이 이제는 북한 문제에 대한 새로운 입장을 밝힐 때라고 봐요. 지금의 북한은 오히려 반통일 세력이 됐어요. 남한이 동족이 아니라고 하고, 통일이라는 말도 안 쓰겠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통일 지향 세력이라고 해왔던 진보당도 북한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지 책임 있는 답변이 필요한 거죠. 우리의 많은 진보세력이 종북 프레임으로 아픔을 겪어오지 않았습니까. 저도 보수 정권의 탄압이라고 봅니다만, 본인들의 소홀함은 없었는지 책임있는 답변이 필요합니다. 북한 문제를 묵혀두고 피해 갈 것이 아니라 과거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입니다. 
 
-현재까지 총선 상황을 정리한다면. 
 
시대정신이 사라진 총선입니다. 불평등과 기후위기, 저출산 고령화 등에 대한 논쟁은 사라지고 오로지 계파 정치만 남았어요. 증오와 적대를 청산할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어 내야 하는데, 어떤 고민도 없는 선거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대담=황방열 기자 정리=한동인 기자 hb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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