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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무대 위 깜짝 이벤트는 서사-소통 있어야

2023-09-05 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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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우브 Lauv_라이브 사진 3 ⓒLee Yi Keet
 
"너를 본 후, 모든게 바뀌었어/중요한 순간들을 놓치고 있었어"
 
세계적인 팝스타 라우브의 첫 내한 단독 공연(29일 오후 8시 서울 올림픽공원 케이스포돔) 하이라이트의 순간, 세계적으로 흥행한 애니메이션 '엘리멘탈' OST가 흐르자 별안간 무대 위 한 연인이 등장해 깜짝 프로포즈를 하는 이벤트가 시작됐습니다.
 
관계사에 따르면 라우브가 직접 지인을 무대 위로 초청해 연 자리로, 현장에선 분위기가 나쁘지 않았습니다. 앰버(불)와 웨이드(물)가 현실의 장벽을 넘어 합일하는 영화 ‘엘리멘탈’ 속 풍경을 떠올리며 관객들은 핸드폰 불빛을 비춰 두 사람의 앞날을 축하했습니다. 피아노를 친 뒤 라우브 역시 두 사람을 안아주고는 “감동 받았다”며 눈물도 흘렸습니다. 
 
문제는 공연 이후, "15만원 내고 들러리를 섰다"거나 "제목처럼 쇼를 훔쳤다"며 일부 관객들의 불만이 나오기 시작하면서입니다. 가장 기대했던 곡 라이브가 영문도 모르는 일반인의 프로포즈 순서로 채워져 감상을 방해했다는 게 요지입니다.
 
물론 무대 위에서 진행한 3분짜리 깜짝 이벤트를 두고 지나치게 확대하는 것은 다소 무리한 비판으로 보여집니다. 
 
다만, 무대 위 깜짝 이벤트는 관객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있어야 한다는 점에 충분히 동의합니다. 한 때 국내 가수 중에도 이런 깜짝 이벤트를 진행한 공연을 보러 간 적이 있습니다. 물론 기획사는 사전에 그 이벤트를 열어야 하는 정당한 이유를 받아내고, 이벤트 직전 남성의 충분한 설명으로 관객들을 납득시킨 적이 있습니다. 당시 남성은 떨리는 목소리로 "느린 손 때문에 늘 콘서트 티켓 뒷자리를 얻게 해 미안해 직접 프로포즈 요청을 넣어봤다"는 식의 재치 있고 진심 어리게 적은 멘트를 하나하나 읽어내려갔습니다. 
 
같은 프로포즈 이벤트라도 관객을 설득하는 서사와 소통은 한끗 차이라는 것을 이번 공연을 통해 느낄 수 있었습니다. 깜짝 프로포즈 이벤트라 미리 관객들에게 알려줄 수는 없었더라도, 무대가 시작될 때 왜 이런 이벤트를 열게 됐는지, 그리고 자신이 왜 이 자리에 서게 됐는지, 그 이야기들을 전할 수 있었다면, 더 좋은 공연이 됐을 겁니다. 영화 '엘리멘탈' 속 주인공들처럼 현실의 벽을 넘어선 사라이라거나 그런 이야기에 충실했다면 더 없는 감동으로 관객들에게 닿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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