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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신용대출 7조↑…주식청약·부동산 가수요 몰린듯

월말에 6.3조 갑자기 몰려…7월 대출규제 앞둔 막차타기 영향도

2021-05-03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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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주춤하던 주요 시중은행 신용대출 잔액이 지난달 7조원 가까이 급등하면서 역대 최대 월 상승액을 기록했다. 암호화폐 열풍과 80조원의 청약증거금이 몰린 SK아이이테크놀로지(이하 SKIET) 신규상장, 부동산 매매 수요가 쏠린 영향이다. 7월 대출규제에 앞서 막차타기에 나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은행이 3일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들 은행의 지난 4월 개인 신용대출 잔액은 142조2278억원으로 전달 135조3877억원 대비 6조8401(5.0%)억원 늘었다. 직전까지는 지난해 11월 4조8494억원 증가한 것이 월 최다 증가 폭이었으나, 이보다 141% 상승하면서 기록을 갈아치웠다.
 
올 들어 은행 신용대출 증가폭은 1월 1조5981억원, 2월 -556억원, 3월 2033억원으로 등락을 반복하면서 안정세를 찾는 양상을 보였다. 11월 큰 폭의 신용대출 증가세에 금융당국이 대출 규제를 주문하면서 12월부터 은행들이 한도 폭을 줄이거나 우대금리 폭을 축소하는 대책을 잇따라 적용하면서 증가세가 사그라들었다.
 
신용대출 시 차주는 사용처를 따로 밝히지는 않는다. 그러나 은행들은 지난해 잔액 변동 상황에 비춰 전달 중순까지는 암호화폐 투자 수요, 이후에는 SKIET 공모주 청약 영향이 컸다고 공통으로 설명한다. 여기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가계부채 관리방안에 따른 가수요 영향도 작용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5대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전달 16일까지 135조9602억원으로 직전달 증가분 두 배 이상인 5725억원 증가했다. 이 기간 암호화폐 시장은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투자 수요를 자극했는데, 실제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와 제휴한 케이뱅크 고객은 3월에만 146만명 증가했다. 수신 잔액은 3조4200억원 올랐다.
 
4월 말에는 신용대출 총량 증가에 큰 영향을 끼치는 대형 공모주 이슈가 있었다. 28일과 29일 양일간 SKIET 공모에는 80조9017억원 넘는 돈이 몰리며 역대 최대 증거금 기록을 썼다. 신규주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 이상 오르는 '따상'에 대한 투자자 기대감이 여전한 데다 중복 공모 청약이 금지되기 전 마지막 기업공개(IPO)라는 상황이 겹쳤다고 분석한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증거금 영향에 잔액 현황이 취합되는 30일 기준자로 신용대출 잔액이 크게 늘었다. 증권사에서 공모주로 들어온 돈을 운영하기 위한 MMT(단기자금관리 특정금전신탁)도 일시적으로 급증했다"면서 "이날(3일) 다시 급감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29일 정부가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방안도 수요를 끌고 있다고 은행들은 보고 있다. 당장 오는 7월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를 차주별로 적용하고, 신용대출의 만기 기준이 10년에서 7년으로 줄어든다. 내년에는 만기 기준이 5년까지 줄어든다. 지난해 11월 8000만원 이상 고신용자에 대한 차주별 DSR 도입 시에도 은행 신용대출 잔액은 급증한 전력이 있다.
 
일각에선 올 들어 주춤하던 부동산 시장이 다시 살아날 조짐을 보이면서 매매 가수요가 몰린 영향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4월 서울시 주택 매매가격은 0.35% 올라 전달(0.38%)보다 상승 폭이 줄었지만, 오름세는 여전하다. 집값이 더 오르기전 매매를 계획하고 있는 소비자들은 지난해처럼 은행들이 대출을 죄기 전에 미리 돈을 빌려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일단 은행들은 정책 실행까지 2개월이 남았기에 증가 추이를 살피겠다는 반응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증시, 암호화폐 투자를 위해 받은 대출을 상환하지 않고 수시입출금 통장에 두면서 다시 투자처를 찾는 등 유동성이 큰 상황"이라면서 "당장에는 정책 이슈에 따른 증가가 적다고 보고 있지만, 7월 직전에는 증가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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